5주년 맞은 '휴먼다큐 사랑'의 끝나지 않은 사랑이야기
아이를 낳고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소윤이 엄마. 곧 떠날 몸이지만 소윤이의 돌잔치를 위해 버티고 또 버틴다. 의학적으로는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라는 그 몸으로 소윤의 첫 생일날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힘겹게 '곰 세 마리'를 불러주고 "생일 축하해"라고 말해준다. 그것이 소봉씨가 소윤이에게 해준 처음이자 마지막 생일 축하가 되었다.
'휴먼다큐 사랑 - 엄마의 약속'편을 통해 엄마라는 존재의 위대한 사랑을 보여주었던 소봉씨. 그렇게 엄마가 떠나고 이제 5살이 된 소봉씨를 빼닮은 소윤이는 '곰 세 마리'를 불러주면 싫어할 정도로 그 어린 시절 엄마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 소봉씨를 보내고 소봉씨가 쓰던 두건을 쓴 채 유방암 투병을 하고 있는 소봉씨의 엄마는 그 병조차 "몸소 체험하라고" 소봉씨가 '동지의식'으로 내려준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소봉씨를 추억할 시간을 더 많이 갖기 위해' 건강을 찾아야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소봉씨의 사랑은 소봉씨 가족들의 기억 속에 살아남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심한 장애를 갖고 태어나 그 누구도 입양해가지 않던 '로봇다리 세진이'. 유난히 그를 사랑하는 독종엄마(?)의 아들이 된 세진이는 그 장애를 이기고 세계 수영대회에서 여러 번 메달을 딴 차세대 수영 기대주가 되었다. 재수 없다며 더럽다며 다른데 가서 수영하라는 편견을 이겨내며 수영을 배운 세진이는 물 속에만 들어가면 하늘을 날고 있는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울면서 "일반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던 그 세진이는 이제 중학교에 입학에 작은 영웅으로 불리고 있다. '휴먼다큐 사랑'을 통해 알려진 세진이의 삶은 이제 그가 엄마와 함께 하는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편견을 앓는 세상의 장애를 일깨워주고 있다. 공평한 세상. 자신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이겨낸 세진이는 이제 그 공평한 세상을 위해 매일 혹독한 연습을 이겨내고 대회에 나가고 강연을 다닌다. 장애와 아픈 아이들을 위해, 입양을 못간 아이들을 위해 뛰는 세진이의 사랑은 그렇게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행복이라는 것을 좀체 느껴보지 못했던 창원씨. 그에게 어느 날 나타나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던 영란씨는 말기암 투병 속에서도 밝게 웃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런 영란씨에게 "아직은 안된다"며 힘내라고 말하는 창원씨 역시 강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지만, 그녀가 잠이 들면 비로소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영란씨는 창원씨가 있기 때문에 살아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없으면 죽을 거 같아서 한 번도 마음 편히 가라고 얘기해본 적이 없다"며, 자신이 "너무 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들을 갈라놓는 이유가 죽음이 된다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어 예쁘게 사진찍자고 영란씨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힌 창원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너무 예뻐서 못 잊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 웨딩드레스가 창원씨가 영란에게 해준 마지막 선물이 되었다. 그리고 꽤 세월이 흘렀지만, 창원씨의 시간은 그 때 그 시간에 멈춰 있었다. 영란이 선물해준 시계는 이제 가지 않는다. 시계를 뒤로 돌려 "2555일만 가면 우리는 막 웃고 있을 것"이라는 창원씨의 마음 속에 영란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모든 기억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시간"을 찾기 위해 그는 지금도 기억 가장 먼 곳으로 떠나 고행하듯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가정의 달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시청자들을 감동하게 했던 '휴먼다큐 사랑'. 2006년 방영되어 5주년을 맞았지만, 그 때 보았던 그 사랑은 여전히 지금도 진행형이다. 우리가 일상으로 여기며 그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가치는, 그들의 힘겨운 시간들 속에서 한 순간조차 아름다운 삶의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휴먼다큐 사랑'은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떠나갈 몸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토록 아름답게 사랑하는 것이고, 그 사랑은 우리 생이 다해도 여전히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휴먼다큐 사랑'은 우리에게 넌지시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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