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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네모난 세상

개그맨 이동우, 그가 가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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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개그맨이자 틴틴파이브의 멤버로 기억되어 있는 이동우. 그는 망막색소변성증이란 희귀병으로 이제 5%의 시력만이 남았다. 사랑하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다섯 살 박이 딸 지우의 얼굴도 잘 확인 안 되는 시력. 특히 어린 딸에게는 혹 상처가 될까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애쓴다. 혹 식탁에 부딪치거나 할 때면 짐짓 웃기려 그랬다는 듯, 딸 앞에서 개그맨 행세를 하는 그. 다시 돌아온 '휴먼다큐 사랑-내게 남은 5%' 편은 점점 시력을 잃어 이제 5%의 시력만이 남은 개그맨 이동우와 그 가족의 남다른 사랑을 전했다.

어찌 잃은 게 시력뿐일까. 한 때는 잘 나가던 톱스타였던 그는 "눈이 안보이자 점점 자신도 사라져갔다"고 말한다. 하지만 출연료에 급급해하고 개편 시기를 두려워하는 생계형 연예인으로 6,7년간으로 살아오면서도 그를 늘 일으켜 세운 건 가족이었다. 연예인의 아내로서 결혼했으나 달콤한 신혼도 잠시, 장애인의 아내로서의 삶을 받아들여야 했던 아내 김은숙씨. 모든 걸 포기하고 헤어지려했던 마음을 다잡아준 것도 그녀였다. 두피관리사로 늦게까지 일하며 가정의 생계를 꾸리면서 늘 옆에서 묵묵히 바라봐주는 그녀가 있었기에, 그는 점점 암흑처럼 어두워져가는 세상으로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겨우 다섯 살인 지우의 환한 웃음. 그를 일으켜 세우고 살아가는 이유를 주는 것으로 그것만큼 큰 것은 없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한참동안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못내 두려운 그지만, 그렇게 두려운 시간을 지나고 나면 거기 있을 지우의 환한 웃음은 아마도 그에게는 어떤 희망이었을 것이다.

종양수술을 하면서 한쪽 청각을 잃은 아내는 그 두려운 내색 한 번 없이 오히려 그를 걱정한다. 어느 날 집에서 발견한 하모니카를 보고, 정말 시력을 다 잃고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면 길거리라도 나가려는 남편의 마음을 발견하고는 몹시 화를 냈던 그녀.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하루를 보내지만 "눈이 안 보이는 스트레스보다 돈을 못 버는 스트레스가 더 심할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다. 그래서 다시 틴틴파이브로 모여 음반을 내고 화려하진 않아도 세상으로 걸어 나가는 그에게 가장 크게 박수를 쳐주는 이 역시 그녀다.

이제 그는 편의점에서 콜라 하나 찾는 것도 버겁고, 딸 지우에게 동화책 읽어주는 것도 어렵다. 봄날 환하게 피어있는 아름다운 벚꽃도, 지우에게 선물한 예쁜 드레스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거기 서 있기 때문에 뿌듯해 하며 "훌륭했다"고 말하는 아내와, "노래 끝나면 뛰어가 아빠 안아줄 거예요"하고 말하는 딸 지우가 바라보고 있고, 그들이 지금 그의 모습을 두고두고 기억해줄 것을 알기 때문에 그는 앞으로도 계속 무대 위의 이동우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평화방송 DJ로 또 뮤지컬 준비로 바쁜 그. 그는 5%의 시력을 잃었지만 가족이 전하는 95%의 사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