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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영화로 풀어보는 2006년 문화계② 출판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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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안남자, 마시멜로 논란 그리고 ‘음란서생’

올해 출판계에도 여전히 선정성 논란이 일었다. 그 바람은 바로 저 문화일보에 연재되었던 이원호 작 ‘강안남자’다. ‘밤의 대통령’, ‘황제의 꿈’으로 대표적인 주먹작가(주먹 세계를 그려낸 활극 소설 작가)로 유명한 이원호라는 대중작가는 이 작품 하나로 ‘음란서생’의 반열에 올랐다. 무려 3백만 부가 팔린 ‘밤의 대통령’으로 이 작가는 삶이 권태로웠던 것일까. ‘음란서생’의 윤서(한석규 분)처럼 어느 날 문득 저잣거리 유기전에서 일생 처음 보는 난잡한 책을 접했던 것일까. 그가 쓴 ‘강안남자’는 순식간에 음란물 논란으로 전국을 강타한다. 급기야는 청와대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음란성을 빌미로 구독신문 80여부를 절독한 것이다.

음란도 정치를 만나면 살아난다
추월색이란 필명으로 이름을 떨친 윤서가 구중궁궐 속, 왕의 총애를 받는 정빈을 움직이게 하고 대노한 왕이 윤서를 잡아들여 물고를 내는 것과 너무나 유사한 풍경이다. 하지만 ‘강안남자’ 이원호는 강한 남자였으니, 오히려 ‘청와대가 너무 소심한 거 아니냐’고 말한다. 정치공방으로 비화한 이 문제의 틈바구니에서 이원호는 원하든 원치 않든 결과적으로 보수언론들의 지원을 받게되었다. 그의 당당함 뒤에는 ‘언론탄압’이라는 방패막이 있었던 것. 같은 문제일 수도 있지만 아무런 방패막이 없는 마광수 교수가 틈만 나면 동네북으로 거론되는 것과는 사뭇 상반된 이야기다.

그런데 올해 출판계의 진짜 음란한 이야기는 ‘강안남자’보다는 ‘마시멜로 이야기’로 촉발된 대리번역, 대필 문제일 것이다. 정지영 아나운서는 이 문제로 거의 현업을 포기해야 했다. 장안 아녀자들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든 추월색의 ‘흑곡비사’에 방방 뜨는 황가(오달수 분)는 저 베스트셀러에 목매다는 출판계를 닮았다. 올해는 유난히 음란한 정보들(짜깁기한 정보)을 음란한 방법(대필 혹은 대리번역)으로 만들어 음란한 유통(사재기 전문 알바생 동원)을 해온 출판계에 대한 비판이 많았던 해였다.

베스트셀러에 올인하는 출판계
이것은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 방송인 겸 화가인 한젬마씨가 현재 도마 위에 올라있다. 베스트셀러 10위 권에 진입한 작품들 중 6∼7권은 대필기획 작품들이란 말이 나올 정도니 출판된 책들의 진짜 저자가 누구인지 저 흑곡비사에 매료되어 추월색이 누구일까 상상하는 아낙네들처럼 궁금하기만 하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의 영향으로 글쓰기의 변화가 초래되었다는 점이다. 저 ‘흑곡비사’에 달라붙는 댓글들처럼 이제 글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들이 바로바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인터넷을 통해 검증이된 아이템을 책으로 묶는 이른바 ‘블로그 출판’이라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문제는 이렇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모든 문제들이 결국 ‘책=상품’이란 인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책의 주체가 사라지게 되고 상품처럼 유통되는 책에는 저자개념이 희미해지게 된다. 출판계의 침몰은 당연한 결과로 예상될 수 있다. 저 베스트셀러에 몸달아 결국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되는 윤서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