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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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2', 가능성을 발견하다

D.H.Jung 2011. 7. 2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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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2', 남자 보컬리스트 특집 무엇을 남겼나

'불후의 명곡2'(사진출처:KBS)

트로트가 이토록 멋진 음악이었던가. '불후의 명곡2'의 여름방학 특집으로 마련된 '남자 보컬리스트'들의 경연은 이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간 '나는 가수다'의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그 가능성은 수십 년 전에 불려진 트로트 선율이 스윙과 R&B, 랩과 심지어 헤비메탈로 변신하는 그 짜릿한 지점에서 생겨났고, 아이돌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바깥으로 좀 더 다양한 가수를 무대 위에 세우는 발상의 전환에서 생겨났다. 물론 이것은 고정된 포맷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여름방학을 맞아 기획된 특집에 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저 특집으로 묻어버리기에는 그 가능성이 너무나 아까운 것이 사실이다.

이석훈, 환희, 김태우, 케이윌, 임태경, 이정, 휘성, 이혁. 이들은 아이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 기성가수라고 말하기도 어려우며 아직도 아이돌들이 서는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불후의 명곡2'가 가진 '신구세대의 소통'이라는 기획의도에 이들은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만큼 중간자적인 위치가 돋보인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들은 어느 정도 가요계에서 함께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그만큼 친밀하고, 서로에 대해서도 잘 안다. 실제로 김태우, 케이윌, 환희, 휘성 같은 가수들은 잘 알려진 절친들이다. 그러니 서로 경쟁하는 경연의 무대에서도 그 친구로서의 친밀감이 느껴진다. 무대 뒤에서 새롭게 느끼는 긴장감을 서로 토로하고 주거니 받거니 나누는 이야기들이 웃음과 여유를 주는 건 그 친밀감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불후의 명곡2', 남자 보컬리스트 특집이 특별한 가능성을 보인 것은 이 가수들의 기량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즉 이 특집은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들만의 가창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무대가 됐다는 얘기다. SG워너비의 이석훈은 그 특유의 절절함을 담아 '봄날은 간다'를 불렀고, 환희는 '갈대의 순정'을 통해 남성적인 강한 그의 보컬을 끄집어냈다. 김태우의 경쾌한 스윙으로 구성된 '빨간 구두 아가씨'는 가창력과 쇼맨십의 조화를 보여주었고, 케이윌의 '목포의 눈물'은 절정의 테크니션이 감정을 담아냈을 때의 폭발력을 전해주었다. 팝페라 가수 임태경의 뮤지컬 아리아 같은 '동백아가씨', 담담하게 언플러그드의 맛을 보여준 이정의 '청포도 사랑', 휘성의 랩이 섞여져 완벽 재해석된 '노란샤쓰의 사나이', 그리고 이혁의 메탈로 재해석한 '신라의 달밤' 까지. 무엇 하나 매력이 묻어나지 않는 무대는 없었다.

무엇보다 이 날의 무대가 가진 가능성과 의미를 증폭시킨 인물로 심사위원으로 초대된 강헌과 이상벽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들의 도발적(?)이면서 때로는 지극히 전문적인 곡 해설은 이들의 무대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특히 강헌은 각 노래가 가진 우리 가요사에서의 위치를 설명해주고 또 그것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바뀌었는가를 적절한 비유를 통해 해석해줌으로써 의미를 더했다. 이것은 기존 '불후의 명곡2'에서 이른바 전설의 가수들이 아이돌들이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그저 상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를 더해주었다.

여러모로 '불후의 명곡2'가 여름방학을 맞아 마련한 남자 보컬리스트 특집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의외의 가능성을 발견해준 셈이다. 과연 '불후의 명곡2'는 이 가능성을 앞으로도 잘 살려나갈 수 있을까. 모쪼록 그런 진화의 과정을 겪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