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톱밴드', 그 훈훈한 오디션엔 이유가 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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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밴드', 그 훈훈한 오디션엔 이유가 있다

D.H.Jung 2011. 7. 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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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아닌 공감의 오디션, '톱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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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밴드'(사진출처:KBS)

아팠죠. 그 뒷모습들이... 저 두 팀은 앞으로 몇 초 후에 벌어질 상황을 모르고 가는 거잖아요." '톱밴드'의 본선 서바이벌에서 코치 중 한 명인 김도균은 네 팀 중 두 팀을 떨어뜨려야 하는 상황의 고충을 이렇게 말했다. 한편 이 과정이 "지금껏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는 또 다른 코치인 노브레인 역시 떨어진 두 팀을 맞아 말을 잇지 못했다.

정작 김도균과 노브레인을 위로한 건 떨어진 그들이었다. 미안해하는 김도균에게 그들은 인터뷰를 통해 "미안해 해주시기까지 해고. 그날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라고 마음을 전했고, 가족밴드로 참가했다 떨어지게 된 블루오션의 리더인 아버지는 미안함에 말을 잇지 못하는 노브레인에게 다가가 오히려 "왜 그래? 우리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괜찮아."라고 말하며 껴안아 주었다.

서바이벌이라고는 하지만 경연 과정에서도 이들의 오디션은 남달랐다. 각 조마다 네 팀 중 두 팀은 떨어질 운명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고, 자신들의 코치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 라이밴드는 경연 무대에 올라가기 전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뽑아 주세요가 아니고요, 저희를 뽑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 이들의 경연 무대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무대라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즐기고 몰입하는 과정을 보여준 무대로 보였다. BBA는 연주를 끝내고 내려오면서, "끝나고 나서 너무 잘했다, 너무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더라구요. 안아주고 싶었습니다."라고 소회를 전했고, 재즈적이면서도 록적인 느낌을 연주한 제이파워는 무대를 내려오며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들은 "뭔가 내가 즐기고 있다는 느낌. 무아지경을 느꼈다"고 했다.

물론 '톱밴드'는 오디션이라는 서바이벌 형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보여주는 서바이벌과는 다른 어딘지 훈훈한 그 느낌은 어디서 오는 걸까. 처절함으로 치자면 밴드들만큼 절박한 이들도 없을 것이다. 늘 주류 바깥으로 밀려 있었던 그들이다. 심사위원으로 앉아있는 김도균이나 신대철도 그 생활고를 겪었을 정도니 그들이 천거하고 이끌어주는 밴드 참가자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절박함이 자신들만 살겠다는 생존의 몸부림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다른 밴드들과의 공감대로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그들은 경쟁하는 밴드들끼리, 또 밴드와 그를 이끌어주는 선배밴드로서의 코치들 사이에 깊은 공감대가 있다. 서로가 서로의 힘겨움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진심어린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 이것은 어쩌면 밴드라는 특징 때문에 더욱 그러한지도 모른다. 밴드는 한 사람의 연주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합주로 팀워크를 이뤄야 음악에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연주에 귀 기울이고 마치 자신의 연주처럼 여기는 마음은 늘 훈련되어 있는 것을 게다.

이것은 밴드의 진정한 매력이기도 하다.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간다는 것. 그러니 어찌 보면 '톱밴드'가 오디션이라는 형식을 갖고 있는 것이 어딘지 이율배반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김광필 EP가 밝힌 대로, 그간 방송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밴드를 소개하는데 "요즘 가장 관심을 끄는 오디션 형식을 십분 활용할 필요를 느꼈다"는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만일 이런 형식이 아니라면 과연 우리는 이렇게 재기발랄하고 출중한 실력을 갖춘 밴드들의 노래를 방송을 통해 볼 수 있었을까.

'톱밴드'의 서바이벌 오디션이 훈훈한 것은 이런 밴드들의 절절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정서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떨 때는 누군가는 오르고 누군가는 떨어지는 이 많은 밴드들의 모습들이 거대한 하나의 밴드처럼 보일 때가 있다. 팀명은 다르지만 밴드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여있는 듯한 그 모습. 당락과 상관없이 거기 같은 무대에 섰던 모든 이들은 그래서 '톱밴드'의 한 구성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