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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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엔 없고, '룰루랄라'엔 있는 것

D.H.Jung 2012. 1. 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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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와는 또 다른 음악의 세계, '룰루랄라'

'룰루랄라'(사진출처:MBC)

'룰루랄라'에 김건모가 고정 출연하고 있다는 건 그 의미가 남다르다. 김건모가 누군가. '나는 가수다'에서 첫 탈락자로 선정되었다가 재도전을 하게 되면서 엄청난 후폭풍을 만들었던 인물이다. 결국 담당PD가 교체되었고, 김건모도 자진 하차했다. 그런데 이 김건모의 '재도전의 이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김건모가 생각하는 음악에 대한 태도다. 그는 음악이 즐거운 것이라 생각한다.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광대 분장을 할 수도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것이 '나는 가수다'라는 존재 증명을 묻는 프로그램에 대한 김건모의 대답이었다.

그래서 그는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르며 립스틱 퍼포먼스를 한 것이고, 그래서 탈락 위기에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나는 가수다'의 그 음악을 벌이는 경쟁적인 무대는 김건모에게는 애초부터 맞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일밤'의 '나는 가수다'와 짝을 이루는 '룰루랄라'에 김건모가 있다는 건 이 프로그램이 '나는 가수다'와는 다른 음악적 지향을 갖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즉 제목처럼 '룰루랄라' 즐길 수 있는 것이 음악이라고 이 프로그램은 말한다.

'룰루랄라'는 그래서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지는 화려한 무대의 정반대에 프로그램을 위치시킨다. 이것은 오프닝 장소에서부터 드러난다. 아예 세트조차 없는 듯한 이 가난한(?) 프로그램은 방송사 음악실이나, 지하 주차장, 심지어 공사 현장 같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오프닝을 한다. MC도 메인으로 지상렬과 정형돈이 서 있지만 때로는 김용만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하고, 때론 김건모가 나서기도 하는 등, 과연 그들이 메인이 맞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애매하게 흐를 때가 많다. 즉 중심과 변방을 허문 듯한 이 분위기는 '나는 가수다'가 갖고 있는 엄밀함을 해체하고 어딘지 흐트러진 자유분방함을 프로그램에 부여한다.

중요한 건 무대다. '룰루랄라'의 오프닝이 특별한 세트장이 없는 것처럼 이들의 무대도 특정 공간이 없다. 첫 번째 아이템으로 방영된 태교 콘서트는 MBC드림센터의 로비에서 진행됐고,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진행된 캐럴 플래시몹은 도심의 한 쇼핑몰에서 진행됐다. 대신 중요한 것은 콘서트의 콘셉트다. 산모들을 위한 음악회나, 크리스마스의 대중들을 위한 깜짝 퍼포먼스, 또 넥센 히어로즈를 위한 응원가는 이 프로그램의 음악이 불특정 다수에게 들려지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타겟팅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의 열창에 불특정 다수로 앉아 있는 청중들 중 몇몇이 눈물을 보인다면, '룰루랄라'는 그 소구층이 정확하기 때문에 모두를 감동에 빠뜨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태교 콘서트는 거기 앉아 있는 산모들의 마음을 건드리면서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따라서 '특정 타깃을 위한 콘서트'라는 '룰루랄라'의 특징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다. '위대한 탄생2'에서 윤일상 멘토가 멘티들의 경연으로 '실연한 이들을 위한 음악회'를 했을 때 그 반응을 떠올려보라. 발라드가 가진 힘은 이런 음악회에서 몇 배는 더 강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룰루랄라'가 '일밤'의 '나는 가수다'가 음악에 대해 보여주는 방식의 또 다른 면을 채워주고 있다는 점이다. 음악이 어디 그렇게 피 흘리듯 경쟁해야만 하는 것인가. 그저 즐기고, 누군가를 위해 작은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 그것이 음악이 아닌가. 물론 지상렬이 스스로 밝히는 것처럼 '시력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룰루랄라'가 '나는 가수다'의 반쪽으로 불충분하다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가수다'가 보여주지 못했던, 음악이 해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룰루랄라'는 혹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