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양현석, 박진영보다 돋보이는 이유
'K팝스타'(사진출처:SBS)
"저는 완전 정반대입니다." 잘 하면 이 말은 'K팝스타'가 만들어낸 유행어가 될 지도 모르겠다. 참가자의 노래를 심사하면서 양현석이 한 말에 박진영이 이렇게 반기(?)를 들기도 하고, 또 반대로 박진영이 한 심사에 양현석이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같은 노래인데 이토록 달리 듣는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심사에 있어 혼동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역시 심사에 절대적 기준이라는 것은 없다는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심사위원으로 자리한 양현석과 박진영이 오디션에서 보여주는 이러한 의견대립이 관심을 끄는 것은 단지 이것이 'K팝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팽팽한 긴장감을 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흥미로운 건 그들이 다름 아닌 국내 거대기획사인 YG와 JYP 대표라는 점이다. 즉 이러한 의견 차이는 양현석과 박진영이 인재를 바라보는 시선을 말해주는 것이면서, 나아가 YG와 JYP의 음악적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참가자인 백아연이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을 불렀을 때 박진영은 지금껏 세 번의 노래를 부른 것 중에 제일 못 불렀다고 혹평했다. 심지어 제대로 한 것이 "마지막에 고음 한번 지른 것뿐"이라는 아픈 지적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양현석의 의견은 달랐다. 세 번 부른 것 중에 제일 못 부른 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잘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박진영은 멋쩍게 웃으며 양현석에게 "너무 선한 이미지로 나가려는 거 아니냐"며 볼멘 소리를 한다. 이 상황은 분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즉 박진영이 따끔한 지적을 하는 역할이라면, 양현석은 보듬는 역할을 한다는 것. 물론 그런 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참가자인 손미진이 한영애의 '누구 없소'를 불렀을 때, 이것이 단지 나뉘어진 역할만이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 즉 박진영이 손미진의 노래에 대해서 전날 지적했던 것들이 노래할 때 신경 쓰였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하자, 박진영은 "연습할 때 신경 쓰는 것이지 노래할 때는 신경 쓰면 안된다. 즐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서도 양현석은 "오디션 자리를 즐기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다"고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이 말은 오디션을 즐기게 하려면 즐길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음 참가자인 성수진의 끝음을 밀어 올리는 습관을 지적한 박진영에 대해서도 양현석은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그것이 오히려 자신만의 개성과 특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박진영과 양현석의 인재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느껴진다. 즉 박진영이 '기본기'를 내세우면서 피나는 연습을 통해 그것을 습득하고 무대에서 온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완전히 체득해야 한다며 가수의 자질을 얘기할 때, 양현석은 '기본기'가 좀 떨어지더라도 자신이 갖고 있는 개성과 특색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물론 가수인 박진영에게 노래는 양현석보다 더 까다로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차이는 예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다른 시선을 드러내주는 것이기도 하다. 박진영이 보는 가수는 완벽한 퍼포머(performer)에 가깝다. 만일 예술에 있어서 어떤 기본기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된다면 그 결과물은 대체로 비슷해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 개성이란 도드라지게 특출난 데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정반대로 부족함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양현석이 보는 가수는 아티스트(artist)에 가깝다. 부족함을 오히려 개성으로 만들어내는 것. 어찌 보면 예술의 다양성은 바로 이런 시선에서 담보될 수 있다.
이것은 YG와 JYP 소속 가수들이 가진 특징으로도 드러난다. 2NE1이나 빅뱅이 보여주는 것처럼 YG 특유의 자유로운 음악 세계는 아티스틱한 느낌을 줄 때가 많다. 반면 원더걸스나 2PM 같은 아이돌들은 잘 짜여진 음악과 안무를 완벽하게 무대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로 기억될 때가 많다. 물론 대중음악의 영역에서 어느 것이 더 낫고 못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때론 아주 독특한 개성에 매료되기도 하고, 때론 지극히 대중적인 매력에 빠져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기본기를 중시하는 태도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사실 이런 태도는 어떤 영역에 있어 진입장벽을 세워두는 권위적인 시선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것을 하려면 이걸 반드시 해야 한다'는 얘기는 그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의 정당성을 묻게 된다. 그 기본기의 가이드라인은 도대체 누가 만드는 것인가. 물론 기본기를 내세우는 이들은 대중을 호명할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 중에는 기본기가 먼저가 아니라 개성을 먼저 보는 이들도 있다. 기본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기본기가 어떤 영역에 진입하는데 있어 먼저 내세워지는 방식과 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대학입시에서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무수히 치르고 있는 오디션(?)에서 발견되는 것들이다. 이른바 작금의 스펙사회가 도래한 것은 어쩌면 이 기본기를 먼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는 엘리트주의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물론 박진영과 양현석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모습은 일면일 가능성이 높다. 또 방송이 이런 차이를 극대화했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드러난 모습으로만 볼 때, 양현석이 더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런 세상의 축소판으로 보여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의 시선이 좀 더 대중들의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모두 기본기를 채우기 위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우리의 개성대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런 사회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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