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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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이토록 평범한 다큐에 왜 발끈했을까

D.H.Jung 2013. 9. 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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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프로젝트>, 그 완성은 관객이 만들었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이렇게 나라 전체를 들썩거리게 만들었을까. <천안함 프로젝트>는 한 마디로 말하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을 던지는 그저 평범한 다큐멘터리였다. 이미 그간 보도된 것들도 많기 때문에 어쩌면 어떤 획기적이고 새로운 내용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심지어 실망감을 줄 수도 있을 정도로 지극히 평범한.

 

(사진출처: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다만 당시 너무 많은 보도와 말들이 쏟아져 나와 도무지 뭐가 뭔지 종을 잡을 수 없었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 다큐멘터리의 미덕은 그것을 아주 차분하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일정의 거리를 두면서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전문가들의 상세한 의견을 통해 국방부가 발표했던 일련의 자료들이 얼마나 신빙성 있는 것들이었나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정도.

 

천안함 사건이라는 민감한 소재였기 때문이었을 게다. 이 다큐멘터리는 과감한 연출방식을 의도적으로 자제했다. 다큐멘터리의 구조는 마치 백서를 보듯이 챕터1, 2 이런 식으로 지극히 담담하게 구성되었고 그 안에 담겨진 전문가나 관계자의 증언 역시 극도로 감정을 배제시키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그러니 심지어 밋밋하게까지 여겨지는 이 다큐멘터리가 메가박스에 상영되는 것을 저지하려 했다고 지목된 보수단체들조차 억울해했을 법하다.

 

보수단체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천안함 프로젝트>는 메가박스의 상영중지 결정이 오히려 흥행의 도화선이 되어준 격이 되었다. 왜 원천적으로 볼 권리를 빼앗는 것인가 하는 대중의 분노는 영화의 내용이나 성취와 상관없이 영화관으로 대중들을 이끌었다. 영화 자체가 가진 콘텐츠적인 의미보다는 그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가 가진 의미가 더 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천안함 프로젝트>의 영화적 가치가 낮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것은 영화의 콘텐츠적인 성취보다는 ‘천안함 사건’처럼 민감한 소재도 영화화할 수 있다는 그 과정과 행동 자체가 커다란 성과다. 그리고 결국 <천안함 프로젝트>라는 영화가 진짜 하고픈 이야기도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는 것. ‘의문이 소통의 시작’이라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다.

 

즉 소통을 이야기하려던 <천안함 프로젝트>가 원천적으로 소통을 봉쇄하려는 움직임을 만난 것은 영화가 말하려는 것처럼 우리네 현실이 얼마나 소통되지 않고 있는가를 오히려 보여주었다. 그래서 어떤 면으로 보면 <천안함 프로젝트>는 영화 자체가 아니라 영화가 영화관에 걸리는 우여곡절과 힘들어도 애써 그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의 행동까지가 이 영화의 완성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즉 <천안함 프로젝트>처럼 지극히 상식적인 영화가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거꾸로 우리네 현실이 얼마나 비상식적인가를 말해준다. 소통에 대한 작은 손짓마저 생각이 다르다며 묵살하려는 태도, 국민적인 관심과 의혹이 생긴 사안에 대해 끝까지 설명해주기는커녕 그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에 꼬리표를 다는 행위들, 그리하여 국민적인 불신감만 더 증폭시키는 이 현실이 <천안함 프로젝트> 속에는 들어있다. <천안함 프로젝트>라는 영화적 실험은 그래서 이런 현실 속에서도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에 의해 비로소 완성된 것처럼 보인다. 관객들은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처럼 막힐수록 더 갈증을 느끼게 되는 소통에 대한 갈망을 보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