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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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영화 한 편 편히 보기 힘든 현실

D.H.Jung 2013. 9. 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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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상영 중단 미스테리 왜 커질까

 

어쩌다 이런 촌스러운 일마저 벌어지게 됐을까. 이미 개봉된 영화이고 개봉 첫날부터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1위, 전체 박스오피스 1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인 관심을 모은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프로젝트>는 상영 중이던 26개 메가박스 개봉관에서 내려지게 됐다. 상업적으로도 충분히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었던 것.

 

(사진출처 :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이렇게 된 것에 대해 메가박스 측에 의하면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에 대한 예고로 관람객 간 현장 충돌이 예상돼 일반 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상영 취소는 배급사와 협의 하에 이뤄졌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협박 내용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영화를 기획 제작한 정지영 감독은 메가박스의 일련의 조치들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첫째, 일부 단체가 압력을 행사했다고 해도 즉각 영화 상영을 취소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상식적인 행동은 그 압력을 행사한 단체를 오히려 고발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당한 말이다.

 

둘째, 제작 배급사와 협의 하에 상영 취소가 이뤄졌다고 발표했지만 정지영 감독측에서는 그 어떤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멀티플렉스 체인 영화관 중에서 상영관을 열어준 메가박스에 고마운 마음까지 갖고 있었다는 것. 이런 상황에 아무런 협의 없이 이뤄진 메가박스의 상영 취소 조치가 단순히 일부 단체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건 역시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왜 이런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리는 일에 메가박스측은 그 단체가 어디인지 또 그 단체가 한 협박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느냐는 점이다. 만일 이것을 밝히지 않는다면 메가박스가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뒤집어쓸 위험도 있다. 이것은 대중들을 상대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서는 치명적인 영업의 오점이 될 수 있다. 영화관이 가진 이미지는 그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천안함 프로젝트>는 이미 법원이 유족과 사회 일각에서 낸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영화다. 즉 사법부가 상영이 정당하다 판결한 영화가 일부 단체의 협박과 압력으로 뒤집혀진다는 것은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 일부 단체의 힘이 사법부보다 더 크다는 얘기일까.

 

영화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이런 식의 영화 상영을 둘러싼 잡음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촌스러운가를 말해준다. TV라면 모를까 영화관은 각자 선택에 따라 돈을 내고 보는 곳이 아닌가. 즉 제 아무리 소수의 의견이라고 하더라도, 또 어떤 사안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주어져야 한다.

 

9.11 테러를 음모론적인 시각으로 다루며 부시 정부를 맹공격했던 마이클 무어의 다큐 영화 <화씨 911>은 그 누구의 제동도 받지 않고 상영되었고 평단과 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라크 참전 유가족들에게는 민감한 문제일 수 있었지만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그들은 관대했다. 심지어 지난 미국 대선 때는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하는 <2016 오바마의 미국>이라는 다큐 영화가 개봉되었고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이 영화의 상영을 제지하려는 움직임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영화는 영화고 표현은 표현이며 정치는 정치라는 쿨한 이런 면모는 실로 부럽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영화 한 편 보는 게 실로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영화가 정치나 이념적인 이유로 상영 금지에 휘말리기도 하고 심지어 상영되던 영화가 일부 단체의 협박에 의해 내려지기도 한다. 그저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와도 진보냐 보수냐의 편 가르기의 시선을 느끼는 게 우리네 사회의 현실이다.

 

이것은 영화 한 편의 힘이 그렇게 대단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런 영화 한 편에도 화들짝 긴장하는 그 무언가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반증일까.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천안함을 둘러싼 공방들이 환기시키는 미스테리만큼, <천안함 프로젝트>라는 영화 상영을 둘러싼 미스테리 또한 증폭되고 있다. 실로 안타깝고 촌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