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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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의 추격전, 왜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까

D.H.Jung 2013. 9. 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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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아진 추격전 예능 이젠 패가 보인다

 

사실 추격전은 <무한도전>의 전매특허나 다름없었다. ‘여드름 브레이크’나 ‘돈을 갖고 튀어라’ 같은 특집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보기 드물게 실전에 가까운 긴박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특히 ‘여드름 브레이크’처럼 추격전 속에 독특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 건 <무한도전>만이 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여겨졌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하지만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너무 많은 추격전들이 예능에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1박2일>은 여행 버라이어티이면서도 자주 추격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숨겨진 목적지까지 누가 더 빨리 도착하느냐는 미션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었다. <런닝맨>은 아예 추격전을 하나의 주된 형식으로 만든 예능 프로그램이다. 매주 조금씩 다른 소재를 가져오지만 그 밑바탕에는 역시 추격전이 깔려 있다.

 

사실상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고 있는 유재석이 <런닝맨>과 <무한도전>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은 추격전을 아이템으로 삼았을 때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너무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이번 ‘100 빡빡이 특집’ 같은 경우, <런닝맨>이 예전에 건물 하나를 빌려 유사한 복장을 입은 사람들 속에서 게스트를 찾는 미션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유재석과 하하가 양 프로그램에 동시에 들어가 있고 이들의 캐릭터가 두 프로그램에서 거의 같기 때문에(이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더더욱 변별력을 찾기가 어렵게 된다. 게다가 다른 출연자라고 해도 추격전에 들어가면 비슷한 캐릭터가 나오는 것도 스토리가 뻔해지는 이유로 작용한다.

 

흔히 등장하는 배신의 아이콘이나 카이저 소제 캐릭터는 대표적이다.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 배신의 아이콘이라면 <런닝맨>에서는 이광수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무한도전> ‘100 빡빡이 특집’에서 맹활약한 카이저 흑채 박명수 캐릭터는 이미 추격전에서는 그다지 새로운 캐릭터가 아니다. <무한도전>에도 여러 차례 주도면밀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카이저 소제 캐릭터가 등장했었고 <런닝맨>에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1박2일>에서도 은지원이 지니어스 원 캐릭터로 이 역할을 소화하기도 했다.

 

캐릭터가 유사하고 추격전이라는 형식이 같기 때문에 스토리가 새롭기가 어렵다. 결국 추격전이란 시청자와 제작진의 두뇌 싸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대충 이런 흐름으로 흘러 갈거야 라고 생각할 때 그 뒤통수를 치는 스토리 전개가 나와야 추격전의 진짜 묘미가 생길 수 있다. <무한도전>의 ‘100 빡빡이 특집’은 이제 전반부를 보여줬을 뿐이지만 100명의 빡빡이가 동시에 출연하는 스펙터클 이외에 새로운 이야기는 그다지 보여주지 못했다.

 

이렇게 <무한도전>의 추격전이 예전만큼 참신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너무 많은 추격전들이 쏟아져 나와 그 패턴이 읽혔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무한도전>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다른 버라이어티에서 누구나 사용하는 하나의 예능 형식으로 자리잡았다. <무한도전>처럼 무언가 새로운 것을 늘 추구하는 예능으로서는 더 복잡한 심리전과 게임을 선보여야 하지만 주말 저녁 시간대 보편적 시청층을 생각한다면 이런 시도는 자치 마니아적인 도전으로 흘러갈 위험성도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관찰 예능으로 가고 있는 요즘 트렌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패턴을 읽히지 않는 것이다. 관찰 예능에 대한 시청자의 요구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 대한 기대감이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을 포함한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도하려는 추격전은 더 많은 과제를 안게 되었다. 패턴을 넘어 반전을 만들어내면서도 너무 복잡하지는 않은 형태를 찾아야 하는 것.

 

이러한 고충은 추격전 형식만이 아니라 <무한도전>의 다른 형식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여행을 소재로 했을 때 이제는 <1박2일> 같은 무수히 많은 여행 버라이어티들이 했던 패턴들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 사실상 국내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들이 <무한도전>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무한도전>의 새로운 예능 형식 도전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패턴화된 추격전은 바로 이 어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