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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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라는 이름 석자 위력 이렇게 컸던가

D.H.Jung 2013. 9. 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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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9>, 손석희가 하니 뉴스도 다르네

 

손석희라는 이름 석자의 위력이 이렇게 컸던가. 그가 앵커로 나선 <뉴스9>은 확실히 달랐다. 17일 방송된 <뉴스9>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문제로 점점 불안감이 높아지는 수산물 아이템으로 구성된 묶음 뉴스는 이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news9(사진출처:JTBC)'

먼저 손석희는 일본을 연결해 후쿠시마 현장을 직접 취재한 영상으로 그 방사능의 위험성을 눈으로 확인시켰다. 유령도시로 변한 그 곳의 새로운 주인들로 등장한 야생동물들은 실로 충격적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근 항구에서 조업을 서두르는 어부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방사능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뉴스는 실로 입체적이었다. 손석희가 진두지휘하는 스튜디오에서 일본의 특파원이 연결되고 그 특파원은 일본의 후쿠시마 취재 현장과 토쿄에서의 여론 취재를 각각 소개함으로써 후쿠시마 방사능 수산물에 대한 다각적인 입장을 들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와서 이어진 것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과의 인터뷰다.

 

이 인터뷰는 손석희 특유의 집요함이 돋보였다. 국민들이 실감하는 방사능에 대한 우려와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 사이에 얼마나 큰 온도차가 있는가를 손석희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반복적인 질문을 통해 보여주었다. 기준치를 언급하며 수입금지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 없다는 윤진숙 장관에게 손석희는 꽤 많은 방사능 수치가 보고되고 있는 도쿄나 홋카이도 역시 수입금지 지역으로 포함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다.

 

결국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의 우려를 이유로 제시하는 윤 장관에게 손석희는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사안인데 안일하게 생각하시는 것 아니냐”는 따끔한 한 마디를 던지기도 했다. 흔히 장관을 모셔놓고 적당한 질문과 답으로 넘어가는 식의 인터뷰가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궁금한 점이나 의혹이 있는 점 등을 피해가지 않고 직접 던지는 그런 인터뷰. 이런 자세야 말로 국민들을 대변하는 투명한 매체 역할로서의 앵커의 모습이 아닌가.

 

이런 식의 다양한 시각을 담는 입체적인 접근법은 다른 묶음 뉴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를 테면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에 관련한 사안도 <뉴스9>에서는 좀 더 포괄적인 입장에서 청와대의 너무 잦은 인선에 대한 잡음의 문제를 거론하는 측면에서 다뤘고, 나아가 현재 공무원 인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행정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부작용까지를 꼬집는 식으로 훨씬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뉴스9>이 형식적으로 바꾼 가장 큰 것은 앞 부분에 묶음식의 기획뉴스들을 배치하고 스트레이트성 뉴스를 뒤로 놓은 점이다. 그리고 이 기획뉴스를 스튜디오와 현장, 인터뷰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묶어 훨씬 입체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손석희 특유의 날카로운 지적과 민감한 사안도 에둘러가지 않는 질문이다. 이것은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더해주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 시작 단계고 좀 더 지켜봐야 <뉴스9>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현재 보여주고 있는 손석희의 새로운 뉴스 실험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저녁 8시, 9시면 여기저기서 뉴스가 쏟아져 나오곤 있지만 믿을 수 없어서, 또 너무 나열식으로 아무런 초점을 잡아주지 않아 오히려 복잡하고 혼동만 줘서 뉴스를 보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는 그런 뉴스들 속에서 손석희의 뉴스는 확실히 뉴스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모쪼록 이 흐름이 계속 이어지길, 그래서 그 변화가 다른 뉴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