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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오죽하면 아버지가 죽여달라 간청했을까옛글들/네모난 세상 2013. 9. 30. 09:05728x90
가장이 아프면 망하는 시스템 과연 정상적인가
오죽했으면 아버지가 가족에게 끊임없이 죽여 달라 간청을 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9월8일의 비극’편에서는 뇌종양 말기로 고통 받던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죽여 달라’고 간청해 결국 딸과 아내가 보는 앞에서 아들이 아버지의 목을 졸라 죽게 한 사건을 되짚었다.
'그것이 알고싶다(사진출처:SBS)'
아버지가 자신의 죽음으로 끝내려 했던 것은 단지 뇌종양 말기에 겪었을 육체적인 고통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으로 인해 간병 부양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 또한 끊어버리기 위함이었다. 목 졸린 흔적이 나오지도 않을 정도로 바짝 말라버린 아버지의 극단적 선택. 하지만 그로 인해 아들은 존속살인을 저지른 중죄인이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제 손으로 아버지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이 얼마나 클 것인가. 바로 그 죄책감에 아들은 자살을 시도하려 했고, 그 낌새를 알아챈 누나의 신고로 결국 이 아픈 가족의 선택이 드러나게 되었다. 죽여 달라는 아버지와 그걸 외면하지 못한 아들 그리고 그 아들의 자살기도까지. 무엇이 이 가족을 이렇게 극으로 몰았던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여준 같은 9월8일에 있었던 또 다른 아버지의 자살은 그 아버지가 죽는 순간에까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했다는 점에서 더욱 슬프다. 렌터카를 해 산에 차를 세워두고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아버지는 혹여나 자동차가 불에 탈 것을 염려해 통 밑에 음료수 캔을 세워 두었다는 것.
죽기 전 이 아버지의 이틀 간의 행적은 그 죽음이 얼마나 쓸쓸했을까를 가늠하게 한다. 먼저 선친의 묘소를 다녀오고 친분 있던 이들에게 작별인사를 남기고는 자살할 장소를 찾아다녔고 차 안에서 죽기 전 과일 통조림 하나를 따 먹었다고 한다. 그것이 한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자신에게 준 마지막 시간이었던 셈이다.
얼마 전 딸의 취직소식에 기뻐했던 아버지. 하지만 바로 그 딸의 취업은 아버지로부터 기초수급대상으로 받던 의료혜택이 끊기게 만들었다. 그것도 어느 정도 유예기간을 준 것도 아니고 단칼에 끊어버렸다는 것. 결국 아버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치료 중심의 의료제도에서 제외되어 있는 돌봄이나 보살핌은 고스란히 그 고통을 가족 당사자들에게 지운다. 즉 지금의 의료 제도에서 돌봄이나 보살핌은 의료와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막상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해지면 국가는 아무런 의료적인 혜택을 주지 않는다는 것. 전문가들은 호스피스 진료에 대한 보험 제도를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나마 기초수급대상으로 지정되면 보조를 받지만 그것도 가족 중 일부가 돈을 벌게 되거나 진급을 하거나 하면 끊어 버리는 게 이 기계적인 시스템의 잔혹한 현실이다. 그러니 심지어 수술실에 들어갈 때 “살아서 나온다기보다는 죽어서 나왔으면” 하는 마음까지 생기는 것일 게다.
치료 중심의 의료제도는 임종 직전에 놓인 환자의 권리마저 앗아가는 실정이다. 병원에서 임종하는 분들이 전체의 86%에 달하지만 일단 병원에 들어가면 가능성과 상관없이 끝없이 뭔가 조치가 취해지는데 이것이 엄청난 고통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잘못된 제도 때문에 병원에서 마지막을 고통으로 보낸다는 것은 너무나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환자에게 최선일지 알 수 없는 치료에 매여 있는 제도는 결국 가족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타살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질병으로 가계가 파탄 나거나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되고 또 그럼으로써 취약계층에 놓인 분들이 집에서 자살 같은 선택을 하는 건 실로 구조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여준 안타까운 두 아버지의 선택은 그래서 언제 우리 앞에 벌어질 지 알 수 없는 문제로 다가온다. 오죽하면 그런 선택을 할 것인가. 오죽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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