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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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개와 늑대의 시간’, 개일까 늑대일까

D.H.Jung 2007. 7. 20.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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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전문직 장르 드라마 살릴까

이준기가 출연한다는 점만 갖고도 충분히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드라마는 이점을 갖고 출발한다. ‘왕의 남자’와 ‘마이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는 ‘플라이 대디’로 주춤했지만 최근 들어 ‘화려한 휴가’로 연기의 진폭이 달라졌다는 걸 보여줬다. 연기자 이준기의 연기는 과거보다 좀 묵직해지고 날이 서 있다.

첫 회 시작부분에 강렬한 추격 신에서 보여준 이수현(이준기)의 모습은 2회에서의 번듯하게 자란 모습과 대비를 이루면서 드라마가 진행될 그 중간 변화의 과정에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독특한 제목 또한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을 말해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제목을 이렇게 달 때부터 이 드라마는 분명한 선악구도보다는 선인지 악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놓여지는 인물들에 더 집중될 것이라는 걸 기대하게 한다.

스토리는 복수극의 구도를 따라가되 거기에 제목에서 암시한대로 상당히 많은 갈등 요소들을 포함시킬 것이 예상된다. 지금의 캐릭터를 그 스토리 라인에 잘만 풀어놓으면 꽤 괜찮은 복수극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초반 설정에서 이 드라마는 상당한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 셈.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어딘지 위태롭게 보이는 건 왜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히트’나 ‘에어시티’에서 보였던 액션과 멜로 라인의 부조화가 염려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드라마의 첫 회 도입부에 등장했던 추격 신은 ‘히트’의 도입을 연상케 하고, 2회에 등장한 공항 신은 ‘에어시티’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이수현, 서지우(남상미) 그리고 강민기(정경호)의 멜로 라인은 2회를 넘긴 지금 이미 설정되어 있다.

지난 드라마들에서 장르 드라마가 갖는 긴장감을 여지없이 느슨하게 만든 장본인이 멜로였다는 점은, 액션과 멜로의 조화가 이 드라마의 성패를 갈라놓을 수도 있을 거라는 걸 말해준다. 다행스러운 건 이수현이란 캐릭터가 ‘에어시티’의 김지성(이정재)이나, ‘히트’의 차수경(고현정)처럼 애인이나 동료의 복수가 아닌 부모의 복수를 꾀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절실하고 강렬한 욕망을 가진 캐릭터이기에 느슨한 멜로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구석이 있다.

현재 드라마에 쏟아지는 엇갈린 반응들은 이 장르 드라마가 아직까지는 어설픈 느낌을 주고 있다는 걸 반증한다. 그 비교대상은 홍콩 느와르로 대변되는 세련된 액션이다. 앞으로 전개될 이수현이 청방의 언더커버로 들어갈 것이란 점은 애석하게도 이 드라마를 저 ‘무간도’와 비교하게 만든다. 하지만 같은 내용에도 전개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로 탄생한 ‘티파티드’를 볼 때, 비슷한 설정에도 중요한 것은 그 장르를 제대로 살려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장르를 제대로 살려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큰 위험성은 아이러니 하게도 바로 그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제목에서 비롯된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제목에서 드러난 이수현과 서지우(남상미)의 상황이 너무 일찍 구도를 잡은 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만일 ‘개와 늑대의 시간’의 의미가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가 원수라는 상황을 말하는 거라면 이야기는 너무 일찍 단서를 제공한 셈이다. 다행히 여기에 이수현과 강민기의 관계가 변수로 작용한다. 어쩌면 남녀 관계에 우정 관계를 접목하는 부분에서 드라마는 좀더 힘을 얻을 지도 모른다.

물론 이 모든 건 2회가 끝난 지금 하나의 가정일 뿐이다. 지금 상황은 말 그대로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그럼에도 멀리서 다가오는 실루엣에 가정과 제언을 붙이는 이유는 이 드라마가 지금 현재 전문직 장르 드라마가 겪은 어려운 길을 걷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저 해가 땅 끝에 붙어 있는 사물을 분별하기 어려운 시각에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이 드라마가 개가 될지 늑대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느 것이든 장르에 충실한 드라마가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