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브람스' 박은빈님, 너무 늦은 꿈도 사랑도 없답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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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박은빈님, 너무 늦은 꿈도 사랑도 없답니다

D.H.Jung 2020. 10. 1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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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박은빈이 절감하는 시간의 장벽을 넘는 법

 

"정경씨랑 사이에 그러니까 그 시간들 사이에 제가 들어갈 자리가 있어요?"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채송아(박은빈)는 박준영(김민재)과 이정경(박지현)이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다. 채송아는 박준영을 사랑하지만 박준영과 이정경 사이에 오래도록 함께 해왔던 시간의 장벽을 절감한다.

 

그것은 채송아에게 뒤늦게 시작한 바이올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졸업 후에도 계속 바이올린을 연주할 거라는 채송아에게 박성재(최대훈)는 아픈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다. 아주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한 다른 친구들의 그 시간을 도저히 채송아는 따라잡을 수 없을 거라고.

 

함께 한 시간은 실제로 헤어진 연인인 이정경과 한현호(김성철)에게도 여전히 오래도록 남아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정경과 연인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한현호는 이수경(백지원) 교수의 채임버 단원에서 제외된다. 이수경 교수가 이정경을 데리고 있는 송정희(길해연) 교수와 알력이 있어서다.

 

이정경과 한현호는 헤어졌지만, 친구가 없어 홀로 술을 마시러 갔다는 이정경이 어느 술집을 갔는지도 정확히 알고 찾아온다. 그리고 술에 취해 쓰러진 이정경을 호텔방에 눕혀주고 방을 나선다. 헤어졌지만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들은 그들 사이에 여전히 흐른다.

 

채송아는 박준영에게 연습하던 곡을 바꿀까 고민한다고 말한다. 잘 할 것 같았는데 해낼 수 없는 곡이란 생각에 자신이 없어져서란다. 박준영은 자신도 그런 적이 있었지만 바꿔도 나아지지 않더라는 얘기를 꺼낸다. 놓아버린 곡에 대한 목마름과 괴로움과 그리움이 남는다고, 채송아는 그 말에서 박준영과 이정경 사이에 놓인 시간을 떠올린다. 바꾸려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박준영의 말이 그래서 채송아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늦게 시작했다고, 그만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다고 꿈도 사랑도 늦었다 말하는 현실 앞에서 채송아는 우울하다. 그런 그에게 이수경 교수는 무리한 부탁까지 한다. 사고 싶은 물건을 중고거래로 사려는데 대전까지 직접 가서 물건을 받아오라는 것. 하지만 우울하게 대전까지 가는 길은 박준영이 함께 하면서 즐거운 시간으로 바뀐다.

 

이정경과 함께 할 연주 시간을 빼내 채송아와 대전까지 다녀오는 그 함께 한 시간 속에서 박준영과 채송아는 그들만의 시간을 쌓아간다. 그 누구에게도 숨기고 싶었던 것들을 공유한다. 식당에서 일하는 박준영의 엄마를 우연히 만나 그 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채송아는 자신이 대전까지 온 진짜 이유가 이수경 교수의 그런 부탁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 상처에 대한 시간들은 그들이 공유함으로써 위로받는다.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서로 기대고 있는 두 사람 사이의 시간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채송아를 통해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늦게 시작해 꿈도 사랑도 채워지지 않는 시간들. 하지만 드라마는 그런 지나간 과거의 시간들보다 앞으로 이들이 꿈꾸고 사랑해갈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걸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담아낸다. 늦은 꿈도 사랑도 없다며.(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