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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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틀기만 하면 나오는 트로트 광풍, 이래도 괜찮은 걸까

D.H.Jung 2020. 10. 1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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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늪에 빠진 추석, 이 정도면 트로트 광풍이다

 

이 정도면 트로트 광풍이다. 이번 추석 특집은 트로트로 시작해서 트로트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방송의 편향을 보여줬다. 그 시작은 아무래도 KBS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열었다고 볼 수 있다. 무려 시청률 29%(닐슨 코리아)를 낸 이 성공적인 기획은 방송이 끝난 후에도 그 내용들이 계속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큰 화제를 낳았다.

 

15년만의 방송출연인데다, 그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비대면 공연이고 무엇보다 코로나19로 힘겨워하는 대중들을 위로하겠다는 취지와 추석이라는 시점이 겹쳐지면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그가 신곡으로 내놓은 '테스형'은 소크라테스를 형으로 부른 노래로 숱한 해석들을 끄집어냈다. 아전인수격의 정치적 해석들도 나오긴 했지만 역시 나훈아라는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준 곡이었고, 무엇보다 이렇게 여전한 예인의 모습을 끄집어낸 이 프로그램의 기획이 빛을 발한 증거가 아니었을까. 이 프로그램은 스페셜로 공연 비하인드를 담아 다시 방송될 예정이다.

 

TV조선은 <2020 트롯어워즈>를 추석 특집으로 방영했다. 트로트의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 특집에서 이미자가 대상을 차지했고 공로상에 남진, 심사위원특별상에 장윤정 그리고 임영웅은 신인상과 인기상을 포함해 무려 6관왕에 올랐다. 너무 많은 상을 받은 임영웅이 그래서 죄송하다 사과까지 한 이 방송은 18.5%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 <트롯신이 떴다>는 추석 특집은 아니지만 일찌감치 트로트 열풍에 가세한 프로그램으로 이번 명절을 맞았고, JTBC <히든싱어6>는 추석을 맞아 설운도를 원조 가수로 내세워 역시 트로트 열풍에 발을 얹었다. 특히 <히든싱어6>는 김연자가 그 첫 회를 열고, 진성, 설운도가 출연할 정도로 트로트의 비중이 대폭 늘어났다. 연예인 판정단에도 장민호나 이찬원은 물론이고 홍잠언 같은 이들이 자리할 정도로 트로트 가수들의 입지는 도드라졌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MBC는 오는 23일 정규편성에 앞서 <트로트의 민족 특별판>을 추석에 맞춰 방영한다. <트로트의 민족>은 국내 최초 K트로트 지역 대항전을 담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무려 5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80팀이 트로트 대결을 벌인다고 한다.

 

사실 명절마다 특집 프로그램에서 빠질 수 없던 것이 음악 프로그램이다. 명절의 특성상 온 가족이 모이고, 그래서 각별히 집중하기보다는 틀어 놓고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이 훨씬 시청자들을 잡아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트로트 열풍이 여기에 얹어진 모양새다. 추석 특집 음악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트로트 가수들로 채워지고 있어서다.

 

그런데 추석 이후에도 트로트의 열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S가 오는 11월에 <트롯전국체전>을 시작할 예정이고 TV조선은 <미스트롯2>를 내년 1월 방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 초 <미스터트롯> 이후 내내 이어진 트로트 열풍이 추석을 지나 하반기에도 계속 지속될 거라는 것.

 

물론 그간 소외된 장르로서 주목받지 못했던 트로트가 이제 제대로 된 평가와 관심을 받게 된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로써 우리네 방송의 병폐 중 하나인 모든 방송들이 트로트라는 한 소재의 늪에 빠져드는 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추석을 가득 메운 트로트 소재 특집 프로그램은 그래서 반가우면서도 남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렇게 쏠리다가는 그 소비도 빨라질 수밖에 없으니.(사진:TV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