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글들/명랑TV

'놀면' 김승혜의 눈물에 담긴 유재석의 위로와 홍현희의 헌신

728x90

'놀면', 유재석과 홍현희가 기꺼이 깔아준 개그맨들의 시간

 

"제가... 그러니까.. 그렇습니다. 원래 울려고 한 게 아니라 그랬어요 항상 왜 나는 같이 못 있을까? 저 자리에.. 한두 명씩 올라가는데 왜 나는 없을까 했는데 <놀면 뭐하니?>에서 전화 왔을 때 저는 사실 거짓말인 줄 알고 작가님한테도 맞냐고 했었거든요. 근데 오랜만에 이렇게 나와서 막 춤도 추고 현희 언니도 만나고 이렇게 같이 하니까 갑자기 울컥하네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개그우먼 김승혜가 마지막으로 방송을 한 소감을 전하는 목소리는 울컥하는 마음에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2006년 <MBC 팔도모창대회> 대상을 타고 2007년 SBS 9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개그우먼의 길을 걸었으며, 2014년에는 KBS 29기 공채 코미디언으로도 활동했던 김승혜였다. 그는 KBS <연예가중계>에서 리포터로도 활동했고 현재 그 후신인 <연중라이브>에도 출연하고 있다. 

 

김승혜의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던 건 그의 소감 속에도 담겨 있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개그우먼의 길을 걸어왔고 현재도 주어진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한 것에 비해 조명 받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게다가 결국 개그프로그램조차 사라짐으로써 그가 늘 서왔던 그 무대마저 사라진 현실이 아닌가. 

이날 예능투자자 카놀라 유(유재석)에게 예능 뉴페이스로서 다섯 명의 개그맨들을 소개한 자칭 '코미디 엔터계 대모' 나대자(홍현희)는 특히 김승혜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김승혜와 SBS 9기 공채 동기로 함께 코너를 짜고 무대에 서며 개그우먼의 길을 시작했었으니 말이다. 홍현희는 "제가 이 친구한테 개그를 배웠어요"라며 애써 김승혜를 추켜세웠다. 

 

이날 소개된 예능 뉴페이스는 김승혜, 신규진, 하준수, 이은지, 김해준으로 카놀라 유와 나대자는 이들을 한 명씩 소개해주고, 그들의 개성과 끼를 뽐낼 시간을 제공해줬다. 김승혜는 조세호와의 썸에 얽힌 비화를 들려주었고, 신규진은 <전국노래자랑>에서 술 취한 어르신이 아이돌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준수는 웃기지만 어딘지 기분 나쁜 캐리커처로 모두를 포복절도하게 만들었고 이은지는 댄스 스포츠 선수 출신답게 이국주와 홍현희의 댄스 모사로 웃음을 줬다. 이미 유튜브에서 유명한 김해준은 '최준' 캐릭터의 느끼함 속에 모두를 빠뜨렸고. 

 

결국 이 자리는 유재석이 지난해 <연예대상>에서 대상 수상 소감에 언급했던 '개그맨들의 설 자리'를 작게나마 예고편처럼 마련한 시간이었다. 물론 개그 프로그램처럼 준비된 무대와 관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어색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카놀라 유와 나대자가 아낌없이 칭찬하고 리액션 해주는 모습은 그런 어색함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특히 나대자가 스스로를 무너뜨리면서까지 심지어 "나를 이용해"라고 말하며 출연한 후배들을 위해 이름대로 '나서는' 모습은 그 헌신적인 느낌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하준수는 이날의 느낌을 채찍과 당근에 비유해 "지금까지 채찍만 너무 맞았다면 오늘은 너무 당근을 맛있게 먹은 느낌"이라 했고, 홍현희는 그 말을 살짝 틀어 "끝나고 채찍 또 맞을 줄 알아"라고 해서 빵빵 터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카놀라 유는 "달리는 말에 너무 채찍질 하면 말도 너무 아프다"고 했다. 그 말 속에 그날 후배들을 위한 그의 위로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다. 

 

이은지는 후배 개그맨들에 대한 마음을 빼놓지 않았다. "사실 저희 말고도 정말 정말 재능 많고 정말 정말 잘하는 우리 후배들 신인들이 많거든요. 유재석 선배님께서 시상식에서 말씀해주셨던 것처럼 훗날에는 정말 그런 프로그램을 함께 할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고요. 오래오래 시청자분들게 얼굴 비쳤으면 좋겠습니다."

 

카놀라 유는 "우리가 하려는 프로젝트도 그렇고 여러분들은 이제 시작입니다."라는 말로 이 시간을 마무리했다. <놀면 뭐하니?>가 새해를 맞아 카놀라 유라는 부캐를 통한 첫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 '2021판 동거동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어떤 뉴페이스들이 어떤 방식으로 모여 '서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보여줄까.(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