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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퀴즈' 배우 김영선, 출연만으로도 감동이었던 건
    옛글들/명랑TV 2021. 1. 3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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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퀴즈'가 조명한 숨겨진 주인공들의 가치

     

    "난리 났네 난리 났어-" 부산세관에서 일하는 김철민 팀장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나와 했던 영화 <범죄와의 전쟁> 성대모사는 순식간에 짤이 되어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다른 출연자들이 나왔을 때도 수시로 이를 따라하면서 마치 이 프로그램의 공식 유행어가 됐고, 이는 <난리 났네 난리 났어>라는 스핀오프격의 프로그램으로까지 런칭되어 이제 방영을 앞두게 됐다. 

     

    이 유행어가 특히 기분 좋게 느껴졌던 건, 그것이 영화나 드라마의 주연배우의 대사에서 탄생한 게 아니라, 주연 옆에서 잘 드러나진 않지만 맛깔스런 연기로 그 장면들을 빛내주는 조연의 대사에서 탄생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건 늘 TV를 틀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만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이나 세상 구석구석에서 유명하진 않아도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분들을 카메라 앞에 보여준 이 프로그램의 성격과도 잘 맞는 일이었다. 

     

    마침 'Unsung Hero(드러나지 않는 영웅)'라는 주제로 방영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바로 그 "난리 났네 난리 났어-"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의 아내로 출연했던 배우 김영선을 초대했다는 사실은 그래서 방영 전부터 기대감을 모았다. 예능, 아니 방송 출연 자체가 낯설다는 김영선 배우는 자신을 알린 작품으로 <유퀴즈>를 꼽을 정도로, 여러 작품에 출연하긴 했지만 했던 역할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다.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로 데뷔했다는 김영선 배우는 27년 간 연기의 길을 걸어왔다고 한다. 물론 연기만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워 대리운전, 학습지 배달, 호프집 서빙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고 하는 김영선 배우는, 여러 일을 해봐도 자신에게 맞는 건 역시 연기라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은행에 들어갔지만 숫자에 약하다고 했고, 옷 장사도 해봤지만 대인기피증이 생겼다고 했다.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천상 배우였다. 

     

    놀라웠던 건 눈물 연기를 몰입하는 건 기본이고, 상대 배우가 감정이 잘 안 잡힐 때 그걸 유도해내는 역할 또한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조세호를 대상으로 김영선 배우가 손을 잡고 얼굴을 마주보는 것만으로 조세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기막힌 광경이 연출될 수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조세호는 김영선 배우가 눈빛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눈물이 쏟아졌다는 것. 

     

    김영선 배우가 보여준 것처럼 세상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영화 판으로 보면 주인공 몇 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김영선 배우처럼 그들 주변으로 수십 명의 인물들이 존재한다. 어찌 보면 주인공을 빛내주는 그들이야말로 숨겨진 주인공들인지도. 

     

    <유퀴즈>가 조명한 국내 1호 로케이션 매니저 김태영이나, 불펜포수 안다훈, 액션 대역 배우 김선웅이 그런 인물들이다. 무수히 많은 작품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장소들이나 공간들을 찾아내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김태영 같은 로케이션 매니저가 있어 작품이 빛나고, 불펜에서 선수들의 볼을 받아주고 그들의 매니저 역할을 해주는 불펜포수 안다훈 같은 인물이 있어 팀의 보이지 않는 전력이 생겨난다. 또 자신을 최대한 지우고 주인공을 드러내게 하는 게 일일 수밖에 없는 액션 대역 배우 김선웅 같은 인물 또한. 

     

    스포트라이트 뒤쪽에 있는 일이 어찌 어렵지 않을까. 안다훈 불펜포수가 자신을 '야구하는 피에로'에 비유한 건 그런 고충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팀 선수들의 컨디션까지 체크해야 하는 자신의 직업 속에서 그는 늘 웃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힘겨운 일은 피에로처럼 숨겨야 되는 직업이라는 것. 하지만 그래도 그가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들어 있었다.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가 분명히 있다는 걸 그는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배우 김영선과 불펜포수 안다훈 같은 인물들이 넘쳐날까. 그들은 눈에 띄지는 않지만 진짜 세상이 움직이는 동력이 아닐까. 그러니 운 좋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입장이 된 이들이라면 그들 뒤에 이처럼 실제 동력이 되어주는 'Unsung Hero'들이 존재한다는 걸 잊지 말기를. <유퀴즈>는 말하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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