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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오리무중 '마우스', 이승기는 먹구렁이일까 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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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가 흥미진진한 미궁 속으로 시청자들을 빠뜨리는 방식

 

누가 먹구렁이이고 누가 쥐일까. 그리고 과연 이 먹구렁이와 쥐의 대결은 누구의 승리로 끝이 날까.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는 화두처럼 한 아이가 먹구렁이가 들어 있는 상자 속에 쥐를 넣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당연히 아이들은 그 광경을 보고 기겁해 도망친다. 하지만 쥐를 넣은 아이는 도망치지 않고 그 광경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보통 먹구렁이가 포식자이고 그래서 당연히 쥐를 꿀꺽 삼켜버릴 거라 예상했지만, <마우스>는 전혀 다른 광경을 보여준다. 공격하는 먹구렁이를 피해 오히려 쥐가 그 먹구렁이를 물어뜯는 광경이다. 이 화두 같은 장면이 말해주는 건, <마우스>가 앞으로 그려나갈 세계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그건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이고, 어쩌면 먹구렁이 같은 포식자에 의해 늘 당해왔던 피해자들의 반격을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제 3회가 방영된 상황이지만 드라마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누가 진짜 프레데터(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인지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마우스>는 초반부터 프레데터일 것 같은 한 인물을 내세웠다. 바로 성요한(권화운)이라는 의사다. 아마도 성지은(김정난)의 아들일 것으로 예측되는 이 인물은, 과거 희대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로 감옥에 간 한서준(안재욱)의 소생일지 아니면 성지은이 재혼한 남자(그 역시 살해됐다)의 소생일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수술 과정에서도 전혀 감정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 사이코패스 같고, 대니얼 리(조재윤)가 실종되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인물이 바로 그라는 사실, 게다가 그의 집 지하방에 연쇄 살인의 사진들이 붙여져 있었고 도우미로 왔다가 그걸 발견한 봉이할머니(김영옥)를 뒤쫓았으며 결국 할머니가 살해된 현장에 그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를 의심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연쇄살인마의 정체를 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어쩐지 찜찜함을 남기는 게 사실이다. 성요한은 어쩌면 과거 한서준의 소생으로 사이코패스였던 아이(그가 프레데터가 됐다)가 자신마저 죽이려 했고 심지어 아버지를 살해함으로써 엄청난 트라우마를 갖게 된 피해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성요한이 피해자라면 지하 방에 붙여 놓은 사진들은 과거 트라우마 때문에 갖게 된 집착일 수도 있다. 고무치(이희준) 형사와 가깝게 지내는 평범한 열혈 PD 최홍주(경수진)와 각별한 사이라는 사실도 성요한을 달리 보게 만든다. 최홍주는 자신을 찾아와 "두렵다"고 말하는 그를 위로해준다.

 

그런데 최홍주 역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다. 한 여인을 살인마에게 유인하고 벌벌 떨었던 과거의 트라우마. 그러고 보면 <마우스>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아픈 과거사들을 갖고 있다. 고무치(이희준) 형사는 과거 연쇄살인마 한서준에 의해 부모가 모두 처참하게 살해됐고 형은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장애를 갖게 됐다. 오봉이(박주현)는 범죄의 타깃이 된 경험을 한 후 그 트라우마 때문에 자신을 보호해줄 격투기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그래서일까. 이 모든 사건들과 한 발 떨어져 있는 듯한 정바름(이승기)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의심이 가는 인물이다. 동네 주민들의 불편함 하나하나까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 인물은 어쩌면 먹구렁이를 오히려 공격하던 쥐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물론 무엇 하나 밝혀진 건 없다. 다만 저 먹구렁이와 쥐의 역전된 상황이 말해주는 것처럼,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과, 어쩌면 피해자가 포식자(프레데터)를 오히려 물어뜯는 반전을 기대하게 한다는 점이다. 그 반전이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풀려갈 것이든 <마우스>는 그 흥미진진한 미궁 속으로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하고 있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