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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펜트2', 이지아 정체 떡밥마저 약하게 느껴지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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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2' 처음엔 자극적이던 마라맛, 갈수록 둔감해지는 이유

 

정신없이 달리는 폭주기관차에 동력이 서서히 떨어져 가는 걸까. 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2>의 펄펄 날던 이야기가 어딘지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배로나(김현수)의 죽음으로 최고조에 올랐던 이야기의 극성은, 그 후 진범이 하은별(최예빈)이고 믿었던 하윤철(윤종훈)마저 자신을 속였다는 걸 알게 된 오윤희(유진)의 본격적인 복수의 시작과, 주단태(엄기준)가 자신이 아니라 청아재단을 노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천서진(김소연)이 파혼을 하려 하지만, 하은별이 범인이라는 사실로 협박하는 주단태 앞에 속수무책이 되어버린 천서진의 이야기로 다소 소강상태가 되었다.

 

여기서 가장 강력한 떡밥은 단연 새로 나타난 심수련(이지아)의 쌍둥이라는 나애교(이지아)의 정체다. 그는 일찍부터 주단태와 알고 지낸 사이였지만 2년 전부터 그를 피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심수련 사망 후 다시 나타난 나애교는 주단태가 꾸미고 있는 사업에 참여해 자신의 지분을 요구한다. 중요한 건 나애교가 진짜 나애교인지 아니면 심수련이 나애교인 척 꾸미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펜트하우스>는 그 이야기 구조가 끝없는 동력을 요구한다. 즉 매회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상황과 스토리가 채워지며 지금껏 달려오는 힘을 얻었던 <펜트하우스>이기 때문에 잠시 멈칫 하거나 속도가 느려지면 이 드라마는 다소 조악한 개연성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내게 된다. 시청자들의 보다 강한 자극에 대한 요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금세 시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펜트하우스2>에서는 가장 강력한 떡밥일 수 있는 '나애교의 정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만일 나애교가 사실 죽은 줄 알았던 심수련의 부활이라면 그가 갑자기 주단태 앞에 나타난 건 '처절한 복수'의 서막일 수 있다. 그것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인터넷의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나애교가 사실 심수련이라는 추측들이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굳이 나애교라는 인물을 다시 등장시킨 건, 사실상 '복수'가 그 목적이 아니라면 별 의미가 없는 설정이다. 시즌1에서 심수련이 살해당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을 때 시청자들이 김순옥 월드라면 그가 점을 하나 찍고서라도 부활될 거라고 믿었던 건 그의 부활을 그만큼 원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김순옥 월드는 늘 시청자들의 요구를 채워주는 방식으로 포기된 개연성의 빈자리를 메우곤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런 김순옥 월드의 특징을 너무나 잘 알게 된 시청자들은 나애교의 등장이라는 떡밥을 생각만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됐다. 그만큼 과한 설정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에 그런 일조차 이미 시즌1이 끝나고 나서 모두가 예상했고, 결과적으로는 그 예상대로 나애교가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아예술제의 경연상황과 배로나의 죽음으로 26.9%(닐슨 코리아)까지 '떡상'하던 시청률은 나애교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에도 불구하고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건 <펜트하우스2>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이 세계를 어느 정도 알게 됐고, 다양한 자극적 설정들을 경험한 터라 웬만한 파격이 아니면 그다지 충격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설정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예상되기도 하니, 그 기대치는 나날이 높아가고 거기에 맞춰지지 않으면 어딘지 심심해지는 딜레마가 생긴 것.

 

마라맛이 본래 그렇다. 처음 입에 댈 때는 혀가 얼얼할 정도의 강렬한 자극으로 미각을 사로잡지만, 조금 지나서 반복되면 그만한 자극도 마비되는 단계를 맞이하게 되는 게 자극적인 맛의 본질이니 말이다. <펜트하우스2>는 더 상상을 초월하는 어떤 자극을 끌어들여야 그 맛이 느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게 아니라면 어딘지 심심해지는.(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