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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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홍의 안타까운 사연에 분노와 위로 끊이지 않는 까닭

D.H.Jung 2021. 4. 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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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방송인 박수홍, 그래서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최근 2부작 파일럿 프로그램 SBS <뷰티 앤 더 비스트>에 출연했던 박수홍의 얼굴은 예전과 달리 초췌한 모습이었다. 박수홍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낚시터에서 우연히 만나 '아들 삼게 된' 길고양이 다홍이와의 사연을 들려줬다. 자랄수록 더 멋진 모습으로 커가는 다홍이에 박수홍은 푹 빠져 '천재묘'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박수홍의 다홍이에 대한 마음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박수홍의 안타까운 사연이 온라인상으로 등장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박수홍이 전 소속사 대표였던 친형에게 지난 30년 간 100억대의 수입을 횡령 당했다는 사연이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가족에게 당한 배신감은 그 무엇보다 클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그가 다홍이를 그토록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과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올리던 유튜브 채널에 그가 남겼던 댓글들이 새로운 의미로 전해졌다.

 

"다홍이도 처음엔 반대했었지.. 특히 형.. 고양이는 절대 안 된다고 고양이 만나면 내가 망한다고.. 정말 말이 안돼죠? ㅎ" 그 댓글은 다홍이를 형이 반대했었다는 사실이 담겨 있었고, 하지만 박수홍에게 다홍이를 못 만났으면 어쩔 뻔 했냐는 네티즌의 질문에 "죽었을 듯.."이라 답한 박수홍의 짧은 글은 과장이 아닌 진심이라는 게 느껴졌다.

 

"평생 옆에 사람들 믿고 살았는데 크게 배신당하고 상처 받아보니 그냥 죽고 싶더군요. 그 때 저를 버티게 해주고 살려준 게 다홍이입니다. 동물이 사람보다 나은 부분이 있죠.. 저는 다홍이 덕분에 살았습니다. ㅎ" 다홍이에 최선을 다하는 박수홍을 '집착'이라며 올린 누군가에 글에 단 그의 댓글에서도 그의 심경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온라인은 분노와 위로가 쏟아졌다. 어찌 보면 한 연예인의 사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다른 이도 아닌 박수홍의 사연이라는 사실은 대중들의 마음이 얹어지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그간 박수홍 만큼 '성실한 방송인'으로서 살아온 이도 드물기 때문이었다. 그는 늘 자기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성실하게 해온 방송인이었다. 그런 그가 이런 일을 당했다는 사실은, 묵묵히 열심히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히 하며 살아가는 대중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더 안타까운 건 박수홍이 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게, 코로나19로 인해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려 하면서였다는 사실이다. 알고 보니 매입했던 빌딩이 자기 명의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는 거였다. 다른 이도 아니고 믿었던 가족의 배신에 그가 겪었을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다른 이도 아닌 가족사이기에 대중들의 시선은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고 있는 박수홍의 어머니에게로 집중되었다. 가족인데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있느냐는 추측들이 덧붙여졌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박수홍은 공식입장문을 통해 선을 그었다. "부모님은 최근까지 이런 분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셨다"는 것. 그는 오히려 부모님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게 가장 괴롭다고 심경을 밝혔다.

 

최근 들어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아가는 삶이, 누군가에 의해 어그러지거나 잘못된 시스템에 의해 빛을 보지 못하는 일에 대중들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박수홍의 안타까운 사연은 그래서 사적인 가족사의 차원을 넘어, 대중들이 함께 분노하고 위로하는 사안으로 떠올랐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일들이 바로 잡아지길 대중들은 원한다.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다홍이에 특히 진심을 다하는 박수홍의 모습이 안간힘이 아니라 진정으로 행복한 모습이 되길.(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