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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네모난 세상

"얼마나 무서웠을까?"..'너를 만났다'가 故김용균을 소환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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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났다2', VR은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게 할 수 있을까

 

"사실 오늘 촬영하기 전에는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막을 수 있는 사고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화가 났었거든요. 오늘 체험하고 나니까.. 김용균씨의 갤러리랑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는데 그냥 저희랑 똑같은 그냥 청년인거예요. 그래서 그걸 보고 다른 마음보다는 좀..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하고 싶었던 게 많았을까?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든 것 같아요."

 

MBC VR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2>가 '용균이를 만났다'라는 소제목으로 다룬 VR은 2018년 12월10일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고 김용균의 당시 실제 작업환경과 그의 소소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었다.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실제 그 상황을 체험해보는 건 확실히 다를 수 있었다. 대학졸업 예정자인 권용태씨는 그 체험을 통해 김용균씨 역시 자신과 똑같은 청년이라는 걸 확인했다. 그러면서 그 작업환경이 얼마나 무서웠을까를 공감했다.

 

취업준비생이라는 신지영씨 역시 비슷한 공감을 이야기했다. VR로 다시 볼 수 있게 된 김용균씨의 핸드폰에서 취업 관련 자료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그건 자신의 핸드폰 속 내용들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것. 그저 "취업 잘해서 부모님한테 효도하고 싶은" 순수한 친구 같이 보인 김용균씨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고 싶냐고 묻자 신지영씨는 딱 한 마디를 건넸다. "그냥 그만두라고 하고 싶었어요."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이종려 대학강사는 VR 체험이 사뭇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모양이었다. "되게 안아주고 싶더라고요. 혼자서 그렇게 밤늦게.." 그리고 기성세대의 무관심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가를 실감했다고 했다. "그건 조금 기성세대의 무관심에 무감각에서 일어난 사고가 아닌가... 그렇게 경험 없는 아이를 혼자서 그렇게..."

 

그러면서 무관심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의 마음을 전했다. "제가 그런 사회 기사가 났는데도 무관심했던 거에 대해서 굉장히 지금 마음이... 그냥 처음에 기사만 볼 때는 외면을 했었는데 제가 실제로 VR을 보면서 이게 몸으로 와 닿으니까 더 무섭네요. 이 무감각이, 기성세대의 무감각이 굉장히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요."

 

VR 기술은 과연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아마도 VR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게임 같은 감각과 쾌감이 아닐까.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돌아온 <너를 만났다>는 VR이 어떻게 '휴먼'을 지향할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 '로망스'편에서는 먼저 떠난 아내를 만난 남편의 절절한 사랑을 담아냈고, '용균이를 만났다'는 보다 사회적 의미를 갖는 VR의 활용 방식으로서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장을 열어 보였다.

 

우리가 신문 사회면에서 한번 읽고 넘어가곤 했던 고 김용균씨의 아픈 이야기를 VR로 재연해 체험해보는 시간은 그 막연함을 실체적으로 접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같은 또래의 젊은 청년들에게는 자신들과 별 다를 바 없는 김용균씨의 모습을 통해, 그런 일들이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자신들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공감하게 했고, 기성세대들에게는 어른들의 무관심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실감하게 했다.

 

사실 VR이나 AI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어떤 미래를 가져오게 될 지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막연한 장밋빛 환상이나 정반대의 우려가 공존하는 게 사실이니 말이다.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그것이 무엇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활용되는가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너를 만났다>는 하나의 해답을 던져준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닐 수 없었다.(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