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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할머니' 윤여정의 쿨한 사치, 이러니 '윤며들게' 될 수밖에
    옛글들/네모난 세상 2021. 3. 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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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정의 무엇이 우리는 물론 외국인들까지 '윤며들게' 할까

     

    '윤며들다.' 최근 배우 윤여정에 의해 젊은 세대들의 유행어가 된 말로 '윤여정에게 스며들다'라는 뜻이다. 영화 <미나리>로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상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미나리>에 여우조연상으로 이름을 올린 배우. 해외에서는 'K할머니(K-grandma)'로 불리며 쿨하고 지혜로운 할머니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줬다 상찬 받는 윤여정. 그의 무엇이 우리(는 물론이고 외국인들까지)를 '윤며들게' 한 걸까.

     

    영화 <미나리>에서 손자인 데이빗(앨런 김)이 "할머니 같지 않다"며 처음엔 피했지만 나중엔 그 누구보다 따랐던 할머니 순자라는 캐릭터에 '윤며듦'의 단서들이 들어 있다. 데이빗이 그랬던 것처럼, 이 할머니는 이역만리에서 고생하는 딸을 보기 위해 바리바리 고춧가루며 멸치까지 싸갖고 찾아가는 전형적인 한국 엄마이면서도, 가난해 트레일러에서 살고 있는 꼴을 보여주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딸에게 "바퀴달린 집에서 사니 재밌다"고 말해주는 보통의 엄마(할머니)와는 다른 인물이다.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이 윤여정에게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하시라" 했던 것처럼, 윤여정은 순자를 자신에 맞게 해석해 연기했다고 한다. 그러니 거기에 윤여정이라는 배우가 가진 세상 쿨하고, 낙천적이며, 따뜻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할머니상'이 드리워질 수 있었을 게다. 외국인들조차 'K할머니'에 매료된 건 바로 윤여정이라는 특별한 어른의 진짜 면모들이 배우라는 그의 직업을 통해 순자의 캐릭터에 '윤며들어' 가능했던 일.

     

    영화가 큰 성과를 거두면서 최근 윤여정이 방송 등에서 했던 말들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tvN <온 앤 오프>에 한예리가 <미나리> 홍보를 위해 온라인으로 해외의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 함께 참여한 윤여정이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외신의 질문에 한 답은 그의 정중함과 자신감을 잘 드러낸 대목으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그 분과 비교된다는 데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만 저는 한국사람이고 한국배우예요. 제 이름은 윤여정이고요. 저는 그저 제 자신이고 싶습니다. 배우들끼리의 비교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칭찬에는 감사드립니다만 제 입장에선 답하기 어렵네요." 아마도 윤여정은 애써 정중하게 그 비교를 부인했지만,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는 그 지칭은 그 부인 때문에 오히려 해외에서는 윤여정을 더 독보적인 배우로 기억하게 했을 게다.

     

    재재가 진행하는 SBS <문명특급>에서 윤여정이 한 주옥같은 말들 중에 사치와 도전에 대한 이야기 역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 바 있다. 그는 늘 '생계형 배우'로 살며 쉴 때 쉬고 작품을 하고 싶을 때 하게 된 게 나이 들어서라며 그걸 '사치'라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하고 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 (작품을) 줬었는데, 돈 못준다 그랬는데 그냥 내가 좋아서 했고, 그게 사치죠. 그건 봉사활동이라고요 제가."

     

    그의 사치는 이제 돈 안 받아도(심지어 <미나리>처럼 자신이 돈을 써도) 작품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봉사활동이 사치라는 그 말 속에는 굉장한 미사여구가 전혀 없는 윤여정다운 쿨함과 따뜻함이 섞여있다. 그래서 그가 이번에 <미나리>가 성공하면 자기한테 돈 좀 줘야 한다는 말은 전혀 밉지가 않다. 거기에는 어른의 모습이 들어있지만, 저 순자처럼 전형적인 어른(이 어른은 때론 부정적인 모습일 때도 적지 않다)의 모습을 넘어서 있다.

     

    또 그는 모두가 반대한 <미나리> 출연을 강행한 것에 대해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도전'을 이야기했다. 이제 나이 들어 자기가 하고픈 대로 감독에게 이것저것 요구할 수도 있는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면 "괴물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윤여정은 그래서 낯선 타향에서 자신을 전혀 모르는 스텝들 앞에 서는 도전을 선택한 것. 오롯이 연기로 인정받아야 되는 상황을 오히려 찾아갔다는 것이다.

     

    이러니 어른이지만 전형적인 어른은 아닌 윤여정에게 '윤며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젊은 세대들은 전형성을 벗어난 세상 쿨한 이 새로운 어른에 '윤며들고', 나이든 세대들이 거기에 닮고 싶은 '롤모델'을 찾아낸다. 외국인들에게는 아마도 신비롭게까지 느껴지는 한국엄마의 그 따뜻함에 더해진 그들조차 고개가 끄덕여지는 독특한 K할머니에 '윤며들었을' 테고.

     

    그리고 이런 강인한 생명력과 당당함, 자연스러움 같은 윤여정의 모습은 영화 <미나리>가 순자라는 할머니를 통해 그 이역만리까지 갖고 와 푸릇푸릇 피어나게 만든 '미나리'를 고스란히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아마도 미나리를 반찬으로 먹을 때마다 윤여정을 떠올리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미 윤며들어버린 모든 이들은.(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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