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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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아이유가 나와도 '유퀴즈'가 '유퀴즈' 답다는 건

D.H.Jung 2021. 4. 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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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100회, 길거리는 못나가지만 낮은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100회를 맞았다. 하지만 100회라고 해서 대단한 특집을 마련한 건 없었다. 유재석의 말대로 늘 하던 대로 정성스레 한 회를 준비했다는 것이 100회를 맞이한 <유퀴즈>의 자세였다.

 

사실 많은 시청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길거리로 나가지 못하게 된 <유퀴즈>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초창기 어설프긴 했지만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시민들과 소탈하게 나누던 인생 이야기들과, 이를 통해 세상에 저마다의 모든 삶이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작지 않은 위로를 전해준 면이 있다.

 

결국 코로나19 이후로 길거리가 아닌 특정 공간을 선택하고, 인물들도 특정 카테고리(예를 들면 특정 직업이라든가, 특정 유사 사례 같은)에 맞는 섭외로 이뤄지게 됐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유퀴즈>는 이른바 <유퀴즈> 다움을 저버리지는 않았다.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하면 과거 길거리에서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한 '낮은 시선' 덕분이다.

 

100회 특집으로 '○○의 현실판'이라는 카테고리를 세운 것도 그냥 붙여 놓은 게 아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스 갬빗>의 현실판으로 출연한 최연소 체스 국가대표 김유빈양이나, 18년 간 뽀통령의 목소리를 해온 '뽀로로의 현실판 성우' 이선, 영화 <협상>의 현실판으로 국내 1호 위기협상전문가인 이종화 대표를 통해 '○○의 현실판'을 굳이 보여주려 한 건 그 지향점이 이 프로그램에 그간 출연했던 분들을 위한 헌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재심 전문 안준영 변호사가 출연했을 때 재심 결과를 기다리던 피해자 장동익씨가 무죄 판결을 실제로 받아 그 이야기가 현실화됐고, 판다 번식을 시켜서 우리 국민들에게 아기 판다를 보여드리고 싶다 했던 강철원 판다 사육사의 이야기 역시 잘 자라고 있는 아기판다 '푸바오'로 인해 현실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또 '미생'편에 나와 만년부장이 될 걸 걱정했던 자동차 판매왕 박광주씨는 영업이사가 되었으며, 코로나19로 여행사 폐업 결정한 후 사비를 들여 고객들을 무사귀환시킨 일로 화제가 됐던 여주희씨는 다시 여행사를 열고 관광의 날 장관 표창을 받았다. 무려 700만 원어치의 껌을 승객들에게 나눠줘 온 명품택시기사분은 제과업체로부터 껌을 지원받게 되었다고 했다. 100회 특집으로 '○○의 현실판'을 선택한 건 결국 <유퀴즈>의 현재를 '현실화'한 건 이 방송에 나와 주셨던 위대한 보통서민들이라는 걸 말하기 위함이었다.

 

<유퀴즈>는 이제 BTS 전 멤버가 먼저 원해서 출연하고, 아이유 같은 시대의 아이콘이 찾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물론 이들을 보게 되는 일은 즐겁고 반가운 일이지만, 적어도 서민들이 주인공이어서 더욱 가치 있게 느껴졌던 <유퀴즈>에서도 이들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여겨질 수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BTS나 아이유가 등장해도 괜찮다 여겨지는 건, 이런 유명인들이 등장해도 여전한 <유퀴즈>의 낮은 시선이 변함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BTS 편에서는 그들의 화려한 무대 위 이야기가 아니라, 어찌 보면 그 나이 또래에 고민을 공유하는 평범한 청춘들로서의 BTS를 볼 수 있어서 더욱 가치 있게 느껴졌다. 아이유도 마찬가지다. '나이 시리즈'의 노래에 따라 성장해온 아이유의 이야기 역시 그 나이 또래의 불안과 혼란을 겪는 청춘들과 공유되는 지점이 많았다.

 

물론 <유퀴즈>는 역시 길거리를 나섰을 때 진짜 이 프로그램만의 맛이 우러나는 게 사실이다. 그런 아쉬움과 그리움은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낮은 시선'을 고수하며 유지해가고 있다는 건 <유퀴즈>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다. BTS나 아이유가 등장해도 그들이 나온 그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보기 힘든 진솔함이 <유퀴즈>에서 묻어나는 건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니 말이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