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 우리도 점점 원천리 사람들에 익숙해진다는 건
점심시간 슈퍼를 찾은 인근 초등학교의 선생님들. 아마도 조인성의 팬이라는 유치원 선생님이 앞장서며 교장선생님과 행정직원분들이 함께 찾아온 것이었을 게다. 유치원생들이 주는 선물이라며 사탕과 섞여 있는 아이들의 손 편지에는 학교를 찾아와 달라는, 역시 유치원 선생님의 사심이 가득 들어있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그 유치원 선생님은 이곳에 부임해 온지 3년 만에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는 말로 조인성을 활짝 웃게 그리고 교장선생님을 난감하게 만든다.
차태현과 조인성이 열흘간 맡아서 하는 시골 슈퍼 체험, tvN 예능 <어쩌다 사장>은 이들 초보 사장들이 겪는 좌충우돌이 그 첫 번째 맛이었다면, 이제 차츰 익숙해지며 조금씩 보이는 그곳 원천리 주민들의 매력적인 모습이 두 번째 맛이다. 지난해 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는 그 학교가 슈퍼를 찾은 선생님들 덕분에 눈에 들어오고, 귀여운 아이들과 마음씨 좋아 보이는 선생님들의 학교에서의 모습이 보지 않고도 그려진다.
슈퍼를 찾은 그 곳 단골손님인 VVIP 할머니들은 술 한 잔 같이 하자는 말을 건강 때문에 안된다는 지인에게 "오래 살려구" 그런다며 거침없이 응징의 말을 쏟아낸다. 얼마나 친하면 그럴까 싶을 정도로 스스럼이 없는 이 할머니들은 자신들이 까불이, 짹짹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는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관광버스 타면 그렇게 까분다고 까불이고, 귀에 거슬리는 말하면 쪼아준다고 짹짹이란다. 시골마을에서 뭐 그리 바쁠 일이 없는 어르신들은 아마도 그렇게 슈퍼를 사랑방 삼아 찾아들어 소주 한 잔씩 하며 수다를 떠는 것이 일상의 낙이었을 듯싶다.
조인성은 할머니들에게 아침에 먹다 남겨놓은 미역국을 서비스 안주로 내주고 스스럼없이 그들과 섞여 이야기를 나눈다. 슈퍼에 온 지 겨우 이틀 정도 지났을 뿐이지만, 어느새 부쩍 이 할머니들조차 가깝게 느껴진다. 이건 <어쩌다 사장>을 보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계속 그 슈퍼를 들여다보니 그곳을 찾는 주민들이 차태현과 조인성이 그러하듯 익숙해진다.
어색함을 한 번에 날려준 박보영이 첫 번째 아르바이트생으로 온 것도 이런 익숙해짐이 주는 친근한 즐거움을 만들어준 이유 중 하나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이미 있어서인지 뭐든 알려주지 않아도 척척 해내는 박보영은 이 시골슈퍼와 그곳을 맡게 된 조인성, 차태현의 어색함을 단번에 채워줬다. 슈퍼 사장님 밑에서 본래 아르바이트를 했던 사람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로.
점심시간이 지나고 잠깐 짬을 내 전날 저녁 슈퍼를 찾았던 보건소의 한의사를 찾아가 침을 맞는 조인성의 모습은 제법 그곳 주민에 동화된 느낌을 선사한다. 그 한의사는 다시 저녁에 슈퍼를 찾고 조인성은 마치 답례라도 하듯 저녁 식사를 만들어준다. 그 한의사 옆자리에 앉은 다른 손님은 자신도 보건소에 찾아가 침을 맞은 적이 있다며 막걸리 한 잔을 권한다. 이런 훈훈한 풍경은 도시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어린이집 하원하면 혼자 있을까봐 슈퍼를 찾아와 사장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옆집 아이는, 그 이야기만으로도 사장님이 어떤 분인가를 느끼게 만들고, 그런 아이에게 피자를 데워주고 말을 걸어주는 차태현과 박보영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그건 슈퍼에 익숙해지는 일이고, 나아가 슈퍼를 찾는 인근 주민들에 동화되는 일이며, 그 곳 원천리라는 작은 시골 마을을 마치 이웃처럼 느끼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어쩌다 사장>은 물론 그 곳을 떠맡은 차태현과 조인성 그리고 찾아온 박보영이나 윤경호, 김재화 같은 아르바이트생들이 겪는 과정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그들이 그 곳 사람들을 만나고 익숙해지며 나아기 친숙해지는 그 과정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무엇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시 보고플 정도로 매력적인 원천리 사람들이 아닌가. 자꾸만 이 시골 슈퍼를 들여다보고픈 마음이 생기는 건 이곳을 찾아주는 분들 때문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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