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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대환, 이민지, 장혜진... 이런 미친 존재감들이 있나(‘옷소매’)
    동그란 세상 2022. 1. 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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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맨인 줄... ‘옷소매’ 숨통을 틔워주는 매력 캐릭터들

    옷소매 붉은 끝동

    “전하. 신이 얼마 전 늦장가를 들지 않았사옵니까. 제 내자를 그렇게 쫓아다녔는데 아무리 혼인을 하자고 졸라대도 대답을 안 해주는 것입니다. 아니 차라리 싫으면 싫다 이렇게 말을 해줘야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처음엔 멋있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 생각이 돼서 제 내자 앞에서 이 칼을 막 쓰고 활도 쫙쫙 과녁에 팍! 그랬더니 되려 무섭다고 도망만 치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루는 이 신이 군사를 훈련시키다가 손을 좀 다쳤사옵니다. 이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수 없다 생각이 들어 제 내자를 도망쳐 다니면서 피해 다녔는데 갑자기 갑자기 저한테 관심을 보이는 겁니다. 한 번은 저에게 오더니 밥은 드셨소? 어 손이 이래서 밥을 못 먹었소. 그랬더니 국밥을 막 먹여주는 겁니다. 한 번은 소쇄는 하셨소? 어 내 손이 이래서 못 하였소. 그랬더니 아이고 더러운 사람 이러면서 소쇄를 시켜주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시겠습니까 전하. 전하 여인들 앞에서는 무조건 약한 척 불쌍한 척 여인들의 동정심을 막 자극을 해야 여인들이 잘 해줍니다...”

     

    이건 한 편의 만담 같다.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성덕임(이세영)에게 후궁이 되어 달라 고백을 했지만 답을 주지 않고 피하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이산(이준호)에게 호위무사 강태호(오대환)가 떠는 너스레다. 보통 호위무사라고 하면 강인하고 묵묵한 캐릭터로 그려지며 액션을 선보이기 마련이지만, 강태호는 그런 모습과 더불어 코미디에 가까운 웃음을 주는 캐릭터다. 

     

    성덕임과 이산이 물수제비를 던지는 내기를 할 때도 돌을 찾을 때 은근히 성덕임과 각을 세우는 강태호의 모습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어떻게든 자신이 모시는 이산이 이기게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그렇다. 성덕임의 동무들이 수다를 떨며 문관보다 무관이 더 멋지다는 이야기를 훔쳐 듣는 장면에서도 강태호가 주는 웃음을 압권이다.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산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그것이다. 그 광경은 마치 왕세자와 호위무사가 나오는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같은 느낌이다. “덕임이 넌 문관이 좋아 무관이 좋아?”하고 묻고 성덕임이 문관도 무관도 아니라고 하자 강태호가 “내관?”하고 말하는 대목이 그렇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궁 안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과, 이산과 성덕임 사이에 벌어지는 애틋하지만 쉽게 이뤄지지 않는 멜로가 주된 스토리지만 이 이야기들 속에서 간간히 숨통을 트이게 해주고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미친 존재감’의 감초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강태호는 물론이고 성덕임의 가까운 동무인 김복연(이민지)이나 엄마처럼 돌봐주는 서상궁(장혜진)도 빼놓을 수 없는 미친 존재감들이다. 

     

    홍사모(홍덕로를 열렬히 사모하는 궁녀들의 모임) 회원인 김복연은 궁녀로서 어떤 야망을 갖기보다는 자잘한 ‘소확행’을 추구하는 인물로서 편안한 웃음을 선사한다. 이미 권력을 잡고 세도가가 되어 궁녀들 사이에서도 예전 같은 인기를 갖지 못하는 홍덕로(강훈)를 동무들이 지적하자 그럼에도 힘없이 “우리 나으리 욕 하지마”라고 말하는 김복연의 모습이 그렇다. 

     

    또 성덕임의 스승상궁인 서상궁은 궁녀들의 비밀조직을 이끌었던 제조상궁 조씨(박지영)와 완전히 대비되는 인물로서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캐릭터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허술한 면을 보이는데다 겁도 많지만, 술에 취해 점 하나 찍어놓고 그림이라 주는 이산 앞에서 “겸재 정선이 울고 가겠나이다”라며 호들갑을 떨어주는 모습에서는 따뜻한 웃음이 피어난다. 

     

    이 인물들이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연기자들의 만만찮은 공력 덕분이다. 오대환은 다양한 역할을 해왔지만 왕을 위해서는 진지하게 목숨을 내걸고 싸우는 모습과 정반대로 이를 허물어뜨리는 허술한 캐릭터를(기억력이 없어 자꾸 까먹는 캐릭터가 그것이다)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고, 장혜진은 <기생충>에 나왔던 그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보기만 해도 웃게 만드는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민지 역시 <응답하라1988>에서 보였던 그 미친 존재감을 사극에서도 펼쳐 보이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이들이 더욱 주목되는 건, 이 웃음의 코드가 그간 사극에서 스테레오 타입으로 그려지곤 하던 호위무사, 상궁, 나인 등의 역할을 새롭게 그려냄으로써 생기를 갖게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만으로도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이들 미친 존재감들의 지분은 박수받을만큼 충분하다 여겨진다.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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