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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래야 ‘유퀴즈’지! 명의편이 찾아낸 위대한 초심
    동그란 세상 2022. 1. 2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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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느끼는 ‘유퀴즈’의 맛, 가슴이 따듯해졌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밤 10시에 한번 분만이 있어서 교수님께 전화를 드리고 애기 받고 집에 가셨는데, 한 1시쯤 또 분만이 있어서 또 전화를 드렸어요. 다시 집에 가셨는데 새벽 4시에 불러야 되는 상황이 온 거예요. 저는 그 때 너무 피곤하실 것 같고 너무 힘 드실 것 같았는데 그 때 분만장에 들어오시면서 콧노래를 부르면서 오시는 거예요. 그런 면이 되게 멋있고 환자를 진짜 엄청 사랑하시는 분이세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 ‘명의’편에서 소개한 산부인과 전종관 교수님에 대해 제자이자 지난 ‘슬기로운 의사생활’편에 출연하기도 했던 남궁혜륜 교수는 그렇게 말했다. 애초 ‘명의’라는 부제를 대놓고 달고 나왔을 때 약간의 선입견이 생겼던 게 사실이다. 그건 최근 워낙 여러 매체와 프로그램들을 통해 의사들이 등장하고(이른바 쇼닥터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그들에게 ‘명의’라는 칭호를 함부로 붙여 생긴 선입견이다. 

     

    하지만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첫 출연자로 소개한 전종관 교수를 보자 그런 선입견은 눈녹듯 사라졌다. 오히려 이 프로그램은 진정한 ‘명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 질문에 대해 전종관 교수가 보여준 건 한없는 환자에 대한 애정이다. 새벽에 계속 불러내도 콧노래를 부르며 기꺼이 분만실을 찾아갈 정도의 마음을 가진 의사. 

     

    기억에 남는 환자를 묻는 질문에도 그의 답은 남달랐다. 그는 산모를 잃고 절망했던 사연을 들려줬다. 그런 일은 겪어보지 않으면 얼마나 괴로운지 모른다고 했고 그것 때문에 심지어 분만을 접는 의사도 많다고 했다. 전종관 교수는 “빚을 갚자는 생각”으로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으면 살려야 되겠다”며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그 산모가 결코 잊혀지지 않고 죽을 때까지 기억을 안고 가겠다며. 

     

    산모에 대한 전종관 교수의 따뜻한 마음이 가장 크게 느껴진 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설로 얘기되곤 하는 산모가 안정을 취해야 한다거나, 혹은 태교를 해야 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강하게 거부하는 모습에서였다. 전종관 교수는 실제로 임신 12주까지 아기가 잘못 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것이 안정을 취하지 않아서가 결코 아니라고 했고, 또 태교 역시 근거가 없는 일이라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거기에 담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일하는 여성들이나 태교를 할 시간이 없는 여성들이 이 때문에 죄책감을 갖고 또 아이가 이상이 생겼을 때 태교를 하지 않아서 그런 일을 겪는 게 아니냐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어서라고 했다. 전종관 교수는 그런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고 “엄마는 자기 일을 잘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했다.  

     

    남다른 의술을 갖고 있어서보다는 남다른 환자에 대한 마음을 갖는 일. 그것이 명의라는 걸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전종관 교수처럼 두 번째 출연자인 간담췌외과 강창무 교수 역시 “가족처럼 진료”하는 걸 자신의 모토로 삼고 있는 의사였다. 그런데 거기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의과대 2년차 시절 어머니가 직장암 수술이 재발되어 마지막 한 달 간을 고생하다 돌아가신 경험을 한 것이었다. 

     

    만일 “신의 손”이 있다면 무얼 하고 싶냐는 질문에 “정말 엄마를 살려주고 싶어요”라며 아이 같이 울먹이는 강창무 교수는 말기암 환자의 가족이었던 그 경험 때문에 환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갖고 있었다. 어머니가 책에 없는 가르침을 주고 떠나셨다고 생각하며 그 아픔을 이겨냈다는 그는 암이 생명을 끊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죽은 사람처럼 두려운 존재가 아니게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마음에 대한 남다른 공감. 어쩌면 이것이 진짜 명의라는 걸 생식 내분비학 의사인 김미란 교수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본인이 유방암 투병을 했다는 그는 투병 와중에도 찾아오는 환자들을 봤다고 했다. 한 환자가 남긴 글에는 그가 얼마나 환자들의 마음을 생각하는지가 묻어난다. ‘내가 울먹이며 “잘 부탁드려요” 하니 웃으시며 발치에 있는 로봇기계를 가리키며 “저게 35억이야. 우리 00씨는 그것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야.“하며 긴장을 풀어주셨다.’ 그는 이것이 자신이 환자로서 경험을 하면서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출연한 산간마을 슈바이처 양창모 선생님은 소양강댐 수몰지 주민을 위한 지원서비스의 일환으로 왕진을 해온 의사로 ‘의사로서의 일’이 단지 병을 고쳐드리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들려줬다. 일일이 집집을 찾아다니며 진료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계단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난간을 만들기도 하며 때론 반찬 서비스도 해드리는 ‘돌봄’이 그가 해온 일들이었다. 관절염인데 좌식생활을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마을회관에 입식 테이블을 놔드리고, 미끄러워 자칫 넘어질 수 있는 화장실 바닥에 미끄럼 방지 패드를 붙여주는 일까지가 그가 하는 의사로서의 일이었다. “일어나볼 게요” 할 때 그제서야 커피를 내놓을 정도로 외로움을 느끼시는 산간마을의 어르신들을 이야기하며, 그는 명의가 “환자의 삶 가까이 있는 의사”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이번 ‘명의’ 편이 마치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애초부터 추구했고 또 앞으로도 가야할 길에 대한 초심을 담아낸 면이 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말미에 방송을 정리하며 “명의란?”이란 자막을 넣은 <유퀴즈 온 더 블럭>은 그 답으로 ‘경이로운 탄생의 순간마다 언제든 준비가 돼 있는 의사(전종관)’, ‘의사이기 전에 환자의 보호자로 겪었던 애환 그 경험을 통해 마음을 어루만지는 의사(강창무)’, ‘타인의 아픔을 보듬기 위해 내 아픔을 누르고 진료에 나선 의사(김미란)’, ‘환자를 직접 찾아다니며 삶의 맥락 속에 고통을 짚어주는 의사(양창모)’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에게 제 이름을 널리 알리기보다 환자들 이름 하나하나를 기억하려는 사람. 증상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그것을 둘러싼 삶을 보는 사람. 명예를 좇기보다는 공감을 좇는 사람. 그럼으로 수많은 환자의 환부에 새살을 돋우는 사람. 굳이 저명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타인의 삶에 따듯한 기억으로 남는 그 위대함의 또 다른 단어가 명의가 아닐까.’라는 답을 적어 넣었다. 

     

    이 답은 <유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위대한 서민들을 담아온 특별한 프로그램에게도 남다른 의미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대단한 성공을 거둬 유명한 사람들보다는 제 자리에서 남다른 따듯한 마음으로 주변사람들에게 결코 작지 않은 희망을 전하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조명하는 것. 그래서 시청률 같은 수치가 아니라도 시청자들에게 따듯한 기억을 남는 그런 프로그램이 되는 것. 적어도 ‘명의’편이 보여준 그 위대한 초심을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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