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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세상

‘며느라기2’와 ‘좋좋소’, 하이퍼 리얼리즘에 대한 격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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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사이다도 뻔한 고구마도 싫다...하이퍼 리얼리즘 드라마

며느라기2

카카오TV <며느라기2>가 돌아왔다. 시즌1에서 <며느라기>는 이른바 ‘하이퍼 리얼리즘 드라마’라고 불렸다. 주말드라마에서 틀에 박힌 모습으로 반복되던 시월드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실제로 겪는 시월드를 지나치게 극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아냄으로써 더 큰 공감대를 이끌어서다. 

 

실제로 드라마가 늘 소비하던 시월드는 ‘악마화’되어 표현되는 경향이 있었다. 며느리에게 대놓고 집안 운운하며 무시하고, 막말까지 일삼는 빌런화된 시어머니는 그래서 현실적이라기보다는 ‘드라마 속 캐릭터’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저런 시어머니가 요즘 어딨니?”하고 실제 시어머니들이 말할 정도로. 

 

하지만 <며느라기>는 달랐다. 너무나 평범하고 또 며느리를 나름 배려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평범한 시월드 속에서 민사린이라는 초보 며느리가 겪는 ‘미세 먼지 차별’을 담고 있어서다. 빌런화되지 않은 시월드 속 먼지 차별은 그것이 특수한 사례가 아닌 누구나 별 문제시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여 생겨나는 가부장적 시스템의 부조리라는 걸 드러낸다. <며느라기>의 가치는 바로 이 하이퍼 리얼리즘이 주는 격한 공감과 그것이 드러내는 시스템의 문제를 우리 모두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시즌2의 첫 회는 시즌1과 달라진 남편 무구영(권율)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민사린이 시월드에서 겪는 차별들을 갈등들을 통해 인식하게 된 무구영은 시즌1에서 보여줬던 시어머니 생일상 에피소드와는 다른 시즌2에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내가 일이 바쁘다며 자신이 여동생 무미영(최윤라)과 생일상을 차리겠다고 나선 것. 시댁 식구들은 여전히 며느리가 시어머니 생일상도 안차린다며 ‘도리 운운’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무구영은 “며느리 도리가 어딨냐?”고 민사린을 방어하고 나선다. 

 

즉 이제 시즌1의 초보 며느라기 시절은 지났다는 걸 시즌2 첫 회는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달라진 모습을 담는 이유는 시즌2의 이야기가 이제 며느라기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거라는 걸 예고한다. 그것은 제작발표회에서도 소개된 것처럼 임신, 출산, 육아 관련 문제들이다. 아이는 언제 갖느냐고 자꾸만 부추기는 시어머니 앞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민사린과 무구영은, 마치 그것이 결혼하면 당연한 일처럼 치부되지만 사실은 직장 가진 여성이 겪어야할 엄청난 현실의 격랑을 예고한다. 

 

시즌1에 이어 <며느라기> 시즌2에도 요구되는 건 오히려 담담하게 현실을 포착하는 시선이 아닐까 싶다. 너무 과한 섣부른 판타지 사이다도 또 뻔한 고구마 전개도 아닌 표현 그대로의 하이퍼 리얼리즘의 시선. 늘 봐왔던 극적 대립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 인물들이 저마다 마주한 상황 속에서 보여주는 리얼한 반응들이 촘촘히 쌓여가며 부딪치고 그 과정 자체의 공감을 일으키는 드라마가 그것이다. 

좋좋소

이 달에 공개를 앞두고 있는 왓챠 오리지널 콘텐츠 <좋좋소> 시즌4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도 <며느라기2>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직장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 속에서도 <좋좋소>가 말 그대로 ‘격공’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끈 것 역시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들여다 본 너무나 리얼한 중소기업의 직장생활 현실이 공감됐기 때문이다. <좋좋소>는 조충범(남현우)이라는 사회 초년생이 정승 네트워크라는 중소기업에 들어가 겪는 자잘한 일상의 부딪침들을 담담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물론 코미디가 깔려 있지만 거기에는 중소기업의 조악한 현실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믿음으로 가는 거라며 계약서도 잘 쓰지 않으려는 정사장(강성훈)이나 회사에 불만을 드러내며 독립해 나가는 백차장(김경민), 가장의 무게가 웃프게 느껴지는 이과장(이과장), 그리고 당차면서도 현실적인 이미나 대리(김태영), 사회생활이 익숙하지 않아 보이지만 남다른 에너지로 사무실을 밝게 만드는 이예영(진아진)까지. 이 드라마는 어느 특정 인물을 빌런화하지 않고 저마다의 장단점이 서로 부딪치는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오히려 큰 공감대를 얻었다. 

 

<며느라기>의 시월드나 <좋좋소>의 직장생활은 그간 숱한 드라마들이 다소 뻔한 방식으로 극화해온 소재다. 갈등을 만들어내기 위해 심지어 선악 구도를 세우고, 한 사람을 빌런화함으로써 고구마 설정으로 뒷목을 잡게 만들거나, 그들을 뒤집는 방식으로 사이다 판타지를 줬던 게 그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시점으로 우리가 일상으로 겪는 이런 상황들에 대한 공감을 얻던 시대는 지났다. 있는 그대로 자질한 디테일들을 애써 극화하지 않고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진짜 이 갑갑하고 답답한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시청자들은 이제 오히려 조미료를 뺀 이들 하이퍼 리얼리즘에 격공하고 있다.(사진:카카오TV, 왓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