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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선규, 진정성은 물론 진실성까지 갖춘 배우(‘악의 마음’)
    동그란 세상 2022. 2. 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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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의 마음’, 김남길만큼 중요한 진선규의 존재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프로파일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요? 빌딩이 높아질수록 그림자가 길어진다고 했습니다. 잘 들으세요. 머지않아 우리도 미국처럼 인정사정없는 놈들 나타납니다. 얘네들은 동기가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돼 우리도 그런 놈들 미리미리 대비를 해야 될 거 아닙니까?”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국영수(진선규)는 아직 프로파일러도 또 과학수사의 개념도 잘 모르던 시절 형사들에게 그렇게 외친다. 세기말에서 2000년대로 넘어오던 시절, 국영수의 이 외침은 왜 프로파일러가 필요해졌는가를 잘 말해준다. 실제로 당시에는 영웅파니 지존파니 막가파니 하는 강력사건들이 등장해 ‘엽기적인’이라 표현되었던 잔혹한 범죄들이 고개를 들던 시기였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교수의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원작 논픽션을 드라마화한 이 작품에는 그를 모델로 그려낸 송하영(김남길)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당대에 실제 범죄행동분석팀을 만든 건 그가 아니라 그에게 이 새로운 길을 제안한 윤외출 경무관이다. 그를 모티브로 창조된 인물이 국영수다. 

     

    송하영이 하고 있는 일들, 이를테면 이미 범인이 특정되어 심지어 유죄 판결까지 난 사건에도 미심쩍은 부분들을 끝까지 파고 들어 증거를 통한 진실을 찾아내려는 그의 행동들이 프로파일러라는 길로 꽃을 피울 수 있게 해준 인물. 국영수는 모두가 반대하는 범죄행동분석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주장하고, 그래서 송하영을 적임자로 발견해낸다. 

     

    “야 너 그 프로파일러라고 들어봤어? 우리 식으로는 범죄행동분석관인데 프로파일러한테 필요한 자질이 다 있다 너한테는. 일단은 지금처럼 포기하지 않는 것. 거기에 열린 마음. 직관, 상식, 논리적 분석력. 사적 감정 분리까지 두루 필요한데 그런 건 둘째 치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감수성이거든. 에.. 뭐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라고 이해하면 될라나? 사람의 마음을 분석하는 일이니까.”

     

    그렇게 프로파일러의 길을 제안하며 국영수는 송하영에게 초콜릿 두 봉지와 존 더글라스가 쓴 <마음의 사냥꾼>이라는 책을 선물한다. 이 책은 25년 간 FBI에서 저자가 범죄수사 분석방법과 프로파일링을 개발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행동분석 수사기법을 다룬 책이다. 존 더글라스는 우리에게는 넷플릭스 시리즈 <크리미널 마인드>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그래서 우리 식의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소재적 뉘앙스를 담고 있다. 프로파일링의 선구자로 불리는 존 더글라스의 이야기가 <크리미널 마인드>라면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교수와 이 부문의 또 한 명의 선구자인 윤외출 경무관의 이야기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인 셈. <마음의 사냥꾼>이라는 책은 그 접점을 만들어 준다. 

     

    여기서 드라마적으로 중요한 인물은 당연히 주인공인 송하영이다. 악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유에 대한 그의 진심이 이 인물을 통해 제대로 구현되어야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송하영은 좀체 웃지 않는다. 표정변화도 거의 없다. 시종일관 진지하고 오로지 범인이 왜 그런 일들을 벌였는가를 애써 들여다보려 하는데 집중한다. 이 진지함이야말로 이 드라마가 그저 흔한 자극적인 범죄수사물을 훌쩍 넘어서는 가장 큰 미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드라마 수용자들인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송하영의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은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그 진지함은 당연하지만 그걸 보는 것이 힘겹게 느껴질 수 있는 것. 그런 점에서 송하영에게 이 길을 열어주고 팀을 꾸려 나가는 국영수의 존재감이 얼마나 중요한가가 느껴진다. 그는 사건 앞에 진지하지만 또한 술에 취하기도 하고 적당히 농담도 건네는 인간적인 면모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송하영과 함께 서 있으면 그 진지함의 무거움을 국영수라는 인물이 조금은 편안하게 풀어준다. 

     

    국영수가 송하영에게 이 길을 제안하면서 <마음의 사냥꾼>이라는 책과 더불어 초콜릿 두 봉지를 건네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국영수는 송하영의 프로파일러로서의 남다른 면모를 높이 치지만 동시에 이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초콜릿 두 봉지에 그 마음을 담아 전할 정도로 따뜻한 인물이다. 

     

    진선규라는 배우의 진가가 주인공 역할인 김남길만큼 돋보이는 건, 누군가의 삶과 죽음 앞에 서게 되는 이 국영수라는 인물이 가진 진정성과 더불어 또한 인간적인 면모까지 더해내는 진실성까지 연기해내고 있어서다. 그가 있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라는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숨통이 트인다. 또한 진짜 선구자의 길이라는 것이 대단한 영웅서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자기 위치에서 제대로 일을 하려는 평범해 보이는 인물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걸 이 배우는 연기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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