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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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SBS 예능, 가족 코드에 거는 이유

D.H.Jung 2009. 1. 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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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떴’에서 ‘절친노트’까지 패밀리가 대세

SBS의 예능을 되살려준 ‘패밀리가 떴다’의 키워드는 ‘패밀리’다. 굳이 패밀리라 이름 붙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본래는 연령대별로 출연자를 선정해 진짜 패밀리를 만들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유사가족의 캐릭터를 선택한 것이 지금의 패밀리다. 거기에는 어르신 윤종신이 있고, 맏형 같은 김수로, 막내 같은 대성, 연인 같고 여동생 같은 박예진, 엉성한 동생 같은 이천희가 있다. 이효리와 유재석은 둘 사이에는 남매관계를 유지하면서 각자 윤종신과는 이 여사로, 또 대성과는 형제로 관계를 맺고 있는 가족의 멀티플레이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유사가족 관계가 주는 힘은 실로 대단하다 할 수 있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가족관계 내에서의 권력구조 같은 것을 통한 상황극이 그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다. 또 아무리 대결구도와 긴장감 넘치는 게임을 한다고 해도 결국 한 식구로서 밥을 지어먹고 함께 자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의 가족 판타지를 충족시켜주기도 한다. 유난히 추운 불황의 시기에 이런 따뜻한 가족 판타지는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울 정도의 매력을 선사한다.

‘패밀리가 떴다’의 패밀리 코드가 대중들의 기호에 맞아떨어져서일까. 지금 SBS의 예능들은 대부분 그 눈높이를 가족에 맞추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인 ‘좋아서’와 ‘절친노트’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스타들의 리얼 육아보고서’라는 긴 제목을 줄여놓은 ‘좋아서’에서 김건모, 김형범, 유세윤, 김희철, 이홍기의 다섯 아빠들은 한 아이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갖가지 이벤트를 벌인다. 거기에는 이들이 가족처럼 함께 지내는 공간이 있고, 그 공간 속 캐릭터들의 아이와 맺는 관계들이 있으며 여기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웃음의 소재로 잡는다는 점에서 ‘패밀리가 떴다’와 궤를 같이 한다.

한편 ‘절친노트’는 김구라와 문희준이 표상하는 대로 본래 사이가 좋지 않은 관계를 가진 연예인들의 화해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소재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현재 ‘절친노트’가 선택한 것은 ‘관계가 어색한 연예인들의 친해지기’ 콘셉트다. ‘절친하우스’에서 오광록과 김종국, 하유미와 김국진이 “우리는 절친입니다”를 노래하며 가까워지는 이야기는 역시 ‘패밀리가 떴다’의 어색한 관계들이 친해지는 과정과 같다. ‘패밀리가 떴다’의 어색남녀 김종국과 이효리의 어색한 시간이 흐를 때, 자막으로 ‘절친노트’가 언급되는 것은 이 두 프로그램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SBS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가족 콘셉트를 그 중심에 놓은 것은 작금의 불황의 시기와 잘 맞아 떨어지는 선택이다. 힘겨울수록 우리에게 더욱 간절해지는 두 가지는 웃음과 가족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현실에 부재한 것을 그 속에서 충족하고픈 가족 판타지의 힘이기도 하다. 하지만 웃음 없는 세상에 한바탕 가족 판타지를 가진 웃음 속에 빠져보는 것이 흉이 될까. 이것이 패밀리라는 코드가 웃음과 만났을 때 발휘되는 힘의 원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