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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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네모난 세상

빅뱅, 제대로 이름 값 한 세 가지 이유

D.H.Jung 2009. 2. 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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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창과 융합의 빅쇼, 빅뱅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다

아이돌 그룹의 공연으로 이처럼 다채로운 무대가 또 있을까. 지난 30일부터 2월1일까지 진행되는 빅뱅의 단독콘서트, ‘빅쇼’는 빅뱅이라는 이름 값을 제대로 한 콘서트였다. 그것은 아이돌 그룹의 구성원들이 빅뱅하여 각각의 별로서 빛을 발한 쇼였고, 스타일이 살아있는 댄스와 노래에서부터 정겹기 그지없는 트로트, 그리고 흥겨운 음악에서부터 코믹한 패러디 영상까지 다채로운 스타일이 빅뱅하는 쇼였으며, 무대라는 한정적인 장소를 종횡무진 확장시킨 공간의 빅뱅을 보여준 쇼였다.

따로 또 같이, 폭발하다
‘빅쇼’만이 가진 첫 번째 특징은 ‘따로 또 같이’. 빅뱅의 멤버들은 그룹의 단체무대가 주는 단조로움과 기계적인 연출을 벗어나, 각각의 멤버들의 단독무대를 경합하듯 연결 구성했다. 자칫 개성이 함몰될 수 있는 단체무대에서 벗어난 멤버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끼를 맘껏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이를 통해 멤버들은 건강한 경쟁을 통한 긴장감을 잃지 않는 쇼를 보여줄 수 있었다.

먼저 ‘하루하루’로 문을 연 빅뱅은 승리의 ‘strong baby’를 통해 그 화려한 쇼의 팽창을 알렸다. 파워 풀한 랩과 드라마틱한 연출이 돋보인 탑의 무대와, 레이브 파티 같은 몽환적 DJ쇼에 이어 경쾌한 힙합의 세계를 보여준 G-드래곤의 무대, ‘나만 바라봐’의 태양이 보여준 느린 듯 강렬한 춤과 노래의 무대, 트로트 신동(?) 대성이 선보인 ‘대박이야’의 대박무대까지, 쇼는 각 개인 멤버들의 개성을 폭발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렇게 각각의 쇼들은 또한 단체로 함께 노래를 부를 땐 그 살아난 개성들이 화음에 사라지기보다는 저마다 피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마치 각각의 악기가 저 혼자로서도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빅뱅의 ‘빅쇼’는 무대 위에서 시연해 보였다.

장르와 스타일을 넘나들다
‘빅쇼’의 두 번째 특징은 때론 간지나는 멋진 무대에서부터 때론 구성진 트로트 무대까지
빅뱅 멤버들이 보여준 다채로운 음악 스타일과 함께,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활용해 무대와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빅뱅의 화려한 공연에 환호성을 지르다가 영상 콘텐츠가 보여주는 코믹함에 자지러지기도 했다.

‘베토벤 바이러스’를 패러디한 ‘빅뱅 바이러스’는 강마에를 흉내낸 탑의 이른바 ‘탑마에’를 통해 웃음 폭탄을 날렸다. ‘탑마에’는 아줌마로 변신한 대성과, 두루미로 변신한 승리, 그리고 헛기침을 날리는 아저씨로 변신한 태양 앞에서 “똥덩어리!”를 날리며 유쾌한 웃음을 주었고, G-드래곤은 강건우로 변신해 두루미 승리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을 연출했으며, 탑을 사랑하게 된 승리의 뽀뽀 신은 객석에 웃음 결정타를 날렸다.

한편 빅뱅이 놀이공원을 찾아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은 마치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했다. 얼굴을 모자로 가리고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얻어먹고, 들키지 않게 얼굴을 공개하고, 일반인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세 가지 미션을 두고 멤버들이 경쟁을 벌이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보다 친숙한 빅뱅의 모습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대의 빅뱅, 빅뱅하는 무대
마지막으로 빅뱅이 이름 값을 제대로 한 이유는 그 스펙타클한 무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대라는 한정적인 공간을 의도적으로 깨기 위해 객석 사이사이로 무대 공간을 확장함으로써, 빅뱅은 그 위를 뛰어다니며 관객들과 보다 가까운 곳에서 호흡할 수 있었다. 무대 위로 내려진 다섯 개의 와이어 위에 오른 다섯 멤버가 공중으로 부양(?)하여 객석 위로 날아다니는 무대 연출은, 무대 위의 빅뱅에 맞게 빅뱅하는 무대 그 자체였다.

다섯 명의 멤버들을 빅뱅(?)시키는 그 장면은 이 쇼의 주 컨셉트이자 이 아이돌 그룹의 컨셉트인 ‘따로 또 같이’를 무대 위에서 실연해주는 장면이었고, 이것은 또한 좀더 개개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질 이 그룹이 올 한 해 어떻게 활동해 나갈 것인가를 예언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활동공간과 활동장르 같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멤버들의 이합집산을 통해 종횡무진 넘어보겠다는 야심이 그 장면 하나에 농축되어 있었다.

이것은 실제로 1만3천여 명이 넘게 꽉 메운 관객들로 인해 멀게만 느껴질 수 있는 무대 위에 빅뱅이 오히려 더 관객 가까이 다가가는 효과를 만들기도 했다. 무대 밑에서 갑자기 멤버가 등장하기도 하고, 관객들 중에 한 여성을 무대 위로 올린 후 그 여성을 통해 “마음에 드는 멤버를 껴 안으라”고 하는 식의 연출은 빅뱅을 관객에게 좀더 다가가게 만들었다.

팀의 빅뱅, 스타일과 장르의 빅뱅, 무대의 빅뱅. 빅뱅의 ‘빅쇼’는 이 세 가지 점에서 제대로 이름 값을 한 콘서트였다. 화려하면서도 정겹고, 멋지면서도 웃기는 이 쇼는 또한 올 한 해 빅뱅의 행보를 가늠하게 해줬다는 데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