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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1박2일’이 지나온 길, 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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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버라이어티라는 새장을 세운 ‘1박2일’

‘1박2일’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무한도전’의 한 지류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1년 반 이상을 달려오면서 이 지류는 하나의 독립적인 강물을 형성하고 거침없이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물론 이미 신화가 되어버린 '무한도전'은 여전히 리얼 버라이어티의 맨 앞에서 어떤 길을 제시해내가고 있지만, '1박2일'이 여행 버라이어티라는 분화된 장르로 구축해온 새로운 장은 현재의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이 무시할 수 없는 전범이 되고 있다. ‘1박2일’이 지나온 길은 어떤 것이었고, 거기서 발견한 가능성은 무엇이며 또 앞으로 가야할 길은 어떤 것일까.

복불복이라는 재미와 오지 조명의 의미 결합
‘준비됐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 비롯되어 하나의 새로운 포맷을 구성하게 된 ‘1박2일’이 첫발을 디딘 곳은 한국의 알프스 영동이었다. 첫 회에서부터 ‘1박2일’이 내세운 것은 먹거리를 놓고 벌이는 복불복 게임. 음식을 얻기 위해 휴게소에서 즉석 사인회를 하는 장면은 ‘1박2일’만이 가진 복불복 게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따라서 초창기 ‘1박2일’은 각종 복불복 게임들(요트와 통통배를 두고 벌이는 복불복이나 정차역에서 가락국수 먹기 같은)을 통해 그 기본적인 재미를 구성했다.

복불복 게임은 자칫 자극적으로만 흐를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하지만 ‘1박2일’은 그 자극적인 재미와 우리네 국토를 여행하고 오지를 조명한다는 의미를 결합시켰다. 독도에서 섬을 지키는 경비대들에게 따뜻한 자장면을 대접한다거나, 최 서남단에 위치한 전남 신안군 가거도의 가거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식사를 하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이 그저 자극적인 재미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한편 복불복 게임은 점점 다채로워져 이외수 자택에서 벌어진 탁구게임이나 해운대 앞에서 벌인 배드민턴 경기는 저질 스포츠 자체로도 큰 웃음을 주었다.

최절정의 위치에서 내리막을 겪다
자극적인 복불복 게임의 재미와 지역주민들과 어우러지는 감동적인 의미를 통해 정상적인 궤도에 오른 ‘1박2일’에게 필요했던 건 역시 화제를 일으킬 수 있는 한 방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해준 것은 경남 거창에서 출연하게 된 ‘전국노래자랑’과 충주대에서 갑자기 벌어진 게릴라 콘서트, 그리고 백령도에서 강호동이 다시 샅바를 매게 한 해병대와의 씨름대회였다. 이때 프로그램은 최절정에 올랐고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백두산 원정’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생기듯 ‘1박2일’은 백두산 원정을 정점으로 조금씩 매너리즘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즈음 모든 것들은 비판의 시선으로 바뀌었다. 복불복은 지나친 출연진 학대라는 비판을 받았고, 의미는 억지 감동이 되었으며 주민들과의 대민접촉은 민폐가 되었다. 높아진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형식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논란은 ‘1박2일’이 당시 처한 위기를 가장 잘 드러내 보여준 사례다.

‘1박2일’에 대한 비판이 가중된 것은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들의 약진과도 관련이 있다. 유재석을 내세워 맞불을 놓은 ‘패밀리가 떴다’는 ‘1박2일’이 가진 남성적이고 자극적인 리얼리티 콘셉트와는 정반대로 여성적이고 말랑말랑한 판타지 콘셉트로 주목을 끌었다. 여성 출연자로서 이효리와 박예진이 리얼 버라이어티에 투입된 결과는 많은 여성시청자들의 눈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1박2일’도 그 바람에 편승해 강원도 너와집에서 매니저와 코디들의 리얼 러브버라이어티를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뚝심 있게 리얼리티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게스트 다변화로 활로 개척한 ‘1박2일’, 그 가야할 길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공개 논란으로 오히려 리얼리티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는 더 높아졌고 그것은 차츰 초창기의 모습을 회복하는 ‘1박2일’에게는 득이 되었다. ‘1박2일’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다. 충남 공주에서 ‘명사와 함께 하는 1박2일’이라는 타이틀로 박찬호를 게스트로 초청해 큰 호응을 얻은 ‘1박2일’은 ‘시청자와 함께하는 1박2일’로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MC들이 친구들을 초청해 함께 여행을 떠난 ‘함께 가자 친구야’는 이제 ‘1박2일’이 좀 더 일반인들을 향해 다가가 그 속에서 리얼한 재미와 감동을 찾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경북영양 산골마을 기산리에 사시는 어르신들의 집을 찾아가 1박2일을 지내는 ‘집으로’편은 이제 ‘1박2일’이 갈 길을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거대한 프로젝트보다는 작고 세세한 이야기가 더 재미있고 의미도 있다는 것을 ‘집으로’편은 보여주었고, 이것은 ‘1박2일’이 앞으로 취해야할 방향성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1박2일’이 걸어온 길을 통해 리얼 버라이어티가 구축해놓은 것들은 꽤 많다. ‘1박2일’이 가지고 있는 여행 버라이어티의 요소들은 이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기본처럼 자리하고 있다. 복불복 같은 게임적 요소가 그렇고, 특정 장소로 가서 1박을 하는 형식이 그렇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중들(특히 현지 지역주민들)과 어우러지는 방식일 것이다. 이것은 ‘1박2일’이 개척해놓은 가장 독특한 영역이 아닐 수 없다.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웃음을 주는 것이 제 일차 목표이겠지만 리얼 버라이어티는 야외로 나오는 카메라가 말해주듯이 어떤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재미와 의미가 동시에 구축되어야 롱런이 가능해진다는 걸 ‘1박2일’은 그 걸어온 길을 통해 말해주고 있다. 또한 성공한 포맷이라고 하더라도 반복되다보면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도 ‘1박2일’을 통해 얻은 덕목이다. ‘1박2일’은 이제 ‘무한도전’이라는 리얼 버라이어티 지존의 그늘에서 벗어나 어떤 새로운 하나의 형식을 구축해놓은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제는 그 형식을 운용하는 정도에서 벗어나 좀 더 다채로운 형식과 실험적인 시도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 1박2일이 지나온 길

1. 한국의 알프스 영동 : 휴게소 즉석 사인회. 먹기 위한 복불복
2. 한국의 나폴리 통영-죽도 : 요트냐 통통배냐 복불복. 배멀미
3. 예향 전주 한옥마을 : 전주 KBS에서 생방송 도전기, 밥상 앞의 복불복
4. 강원도 정선 : 정차역에서 가락국수 먹기. 김종민 낙오 사건, 야생 삼종경기
5. 울릉도 독도를 가다 : 독도 경비대 식사대접
6. 경남 밀양 팜스테이 : 김C 출연
7. 평창. 혹한기 대비캠프 : 이승기 출연, 김종민의 복수
8. 겨울바다. 해운대 : 겨울바다 다이빙
9. 최서남단 전남 신안군 가거도 : 오지 두번째. MC몽 합류. 가거초등학교 아이들과 한때
10. 겨울방학특집 : 자아 찾기 셀프 여행, 이외수집에서의 탁구경기
11. 경북 울진 : 칼바람 맞고 오픈카. 대게잡이 배드민턴 경기
12. 전남 영광 : 서해안 기름제거. 떡국대접. 동백마을 재롱잔치
13. 전남 구례 : 고택 체험. 복불복 게임
14. 제주도 : 배냐 비행기냐. 배타고 가는 제주도. 우도에 가다. 바다 뛰어들기
15. 자유여행 : 은초딩 맘대로 여행. 1박2일 파업(?)사태
16. 경남거창 : 전국노래자랑 출연
17. 한국의 마추픽추 완도군 여서도 : 집 야생에서 직접 지어 자기
18. 강원도 정선 운치분교 : 사진 속 학교 찾아가기. 운치분교 아이들과 동강 나들이
19. 문경 : 경차로 떠나는 무전여행, 충주대 게릴라 콘서트
20. 경기도 일주 윷놀이 투어 : 김C의 번지점프
21. 서해 최북단 백령도 : 대청도에 버려진 MC몽, 해병대와 씨름
22. 백두산에 가다 : 동포와 아리랑, 천지에 오르다
23. 전북 장수군 농촌체험마을 : 4인 가족 20만원으로 여름휴가를, 복불복 마라톤
24. 인제 내린천 : 우정여행, 래프팅
25. 올림픽 특집 : 올림픽 스타와의 저질경기
26. 충복영동 : 1박2일 1주년. 초심여행
27. 전남 신안군 신의도 : 개매기 작업
28. 배추고도 귀네미 마을 : 추석맞이 공연
29. 부산 : 초저가 패키지투어. 사직구장 논란
30. 강원도 너와집 : 매니저와 코디들의 리얼 러브 버라이어티, 저질독서퀴즈
31. 강촌 : MT여행
32. 강원도 산골집 2회 혹한기 대비캠프
33. 충남 예산 예당저수지 : 밤낚시 투어. 지상렬, 좌대에서 나오려면 10마리를
34. 외연도 : 녹도에 버려진 승기, 민박집 주인아주머니와 고스톱
35. 전남 해남 유선관 : 눈 오는 날 얼음물 입수 복불복
36. 충남 공주 : 명사와 함께 하는 1박2일. 박찬호 출연
37. 전남 벌교 : 용돈 쓴 만큼 꼬막 채취하기. 이수근의 밤샘 꼬막 작업
38. 전남 담양 : 승기연못, 떡갈비 놓고 벌이는 6종 경기
39. 시청자와 함께 하는 1박2일
40. 신춘특집 제주도에 가다 : 날씨로 영종도 1박. 제주도 초저가 패키지. 올레길 체험
41. 광양 매화마을 : 섬진강 레이스, 광양불고기 아침 복불복
42. 대이작도 : 비바크 체험. 은지원 사승봉도에 버려지다
43. 정선 : 같이 가자 친구야
44. 경북영양 산골마을 기산리 :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