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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고향집 같았던 '1박2일', 이토록 따뜻한 웃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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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의 시대, '1박2일'이 준 따뜻한 웃음의 가치

얼마 만에 경험하는 따뜻한 웃음일까. 불황으로 웃음이 성공 키워드로 뜬다지만 그 웃음의 대부분은 냉소거나, 조금은 자극에 길들여진 웃음 같은 그런 것들은 아니었던가. '1박2일-집으로'편이 보여준 웃음을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잊고 있었던, 혹은 없다고 생각해왔던 그 따뜻한 웃음이 있었다는 걸 확인하게 됐다.

'1박2일' 팀의 경북영양 산골마을 기산리에 사시는 어르신들을 찾아가는 길은 프로그램 말미에 다시 생각해보면, 도시생활에 지친 자식들이 자신이 떠나왔던 고향집에서의 하룻밤을 통해 온전히 힘을 얻고 돌아가는 그 귀향길의 서막이었다. 산골 외딴 집에서 외롭게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웃음을 주러간 그들은 오히려 그 어르신들로 인해 맘껏 웃었고, 하루 동안이지만 자식의 기쁨을 선사하러간 그들은 오히려 부모님의 사랑을 한껏 얻었다.

이 상황의 역전이 주는 당혹감에 가까운 감동은 '1박2일' 멤버들뿐만 아니라 그걸 바라보던 시청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1박2일' 출연진들에게서 웃음을 기대했던 우리들은 오히려 그 출연진들에게 웃음을 주시는 어르신들로 인해 웃고 있었고, 그걸 알아차린 순간 웃음은 감동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찾아간 그들을 자식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신 어르신들의 사랑을 그 웃음 속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1박2일'의 시간을 통해 어르신들은 어느새 친근한 우리네 부모님, 조부님이 되어 있었다. 당황스러울 때마다 머리를 긁으시고 헤어짐의 아쉬움에 눈물을 숨기지 못한 할아버지, '사랑'이라는 단어가 끝내 쑥스러워 스피드 퀴즈의 정답을 말하지 못한 순박한 어머니, 몸 개그면 몸 개그, 노래면 노래 어떤 것이든 열심히 하시던 아버지, 손주들의 재롱에 밤잠을 설치시다가 문득 매일같이 힘겹게 농사를 지어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셨던 할머니...

그 분들의 순박한 웃음과 아쉬움에 흘린 눈물은 늘 힘겨울 때마다 자신의 힘겨움은 뒤로 접어둔 채 등을 두드려주시던 우리네 부모님, 조부님의 얼굴들이었다. 그렇게 거의 모든 것을 다 내주시고도 당신들이 원하는 것은 고작 피자 몇 조각과 영상 편지, 허리띠가 전부인 것은 우리를 한편으론 부끄럽게 했다. 잘난 우리들은 용돈 몇 푼 쥐어주고 돌아서면서, 바리바리 싸주시던 투박한 음식들에 담겨진 그 마음들을 혹 지나쳤던 건 아니었을까.

'1박2일-집으로'편은 리얼리티를 그토록 강조하던 '1박2일'이 드디어 그 리얼리티를 진정성으로 전화시킨 사례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진정성이 묻어난 곳에서의 웃음은 그토록 자연스럽고, 그토록 배꼽을 잡게 만들며, 한편으로는 그토록 가슴을 훈훈하게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냉소의 시대, 따뜻한 웃음을 전해준 '1박2일'은 또한 이로써 여행 버라이어티로서의 확고한 또 하나의 선구적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