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주몽’, 시즌 드라마가 될 순 없는 건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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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 시즌 드라마가 될 순 없는 건가

D.H.Jung 2006. 11. 1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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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주몽'의 연장 논란에 대하여

50%대 최고의 시청률을 바라보고 있는 MBC 창사특집드라마, ‘주몽’이 방송연장을 놓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MBC측은 일찌감치 연장발표를 해놓고 제작진들과 출연진들을 설득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최완규 작가의 연장불가 발언이 불거져 나왔고 정형수 작가 단독체제로의 결론이 도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몽 역을 맡은 송일국이 거부의사를 들고 나왔다. 뉴스에 의하면 MBC 부사장이 송일국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이번 상황은 MBC측의 성급한 결정과 발표에 먼저 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잘 되는 드라마의 연장방영에 쉽게 동조를 얻을 수 있으리라 판단한 MBC측은 만만찮은 저항에 직면한 셈이다.

연장방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시청자
일방적인 연장방영이 가져오는 폐해는 제작진과 출연진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그 파장이 크다. 제작진들과 출연진들은 우리네 드라마 제작현실의 특성상 지칠 대로 지친 상황에서 계속 강행군을 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실제로 송일국은 쉴 틈 없는 촬영으로 인해 이미 심신이 피폐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완규 작가의 연장불가 이유에서도 드러났듯이 이들 제작진과 출연진들은 이미 세워진 차기 프로젝트의 진행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시청자들에게 보다 밀도 높은 드라마의 완결성을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총 제작비 300억 원대에 60회나 되는 이 드라마는 기획하면서 분명 나름대로의 60회 분량의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이 85회로 늘려진다고 해서 늘어나는 횟수만큼의 새로운 스토리가 추가될 것으로는 기대되지 않는다. 그것은 현재 51회를 맞고 있는 ‘주몽’이 걸어온 길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현재 주몽은 전체적 완결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에피소드 중심의 스토리 진행을 하고있다. 굳이 그 사례를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고 최근의 것만 끄집어내도 그 증거는 쉽게 드러난다. 드라마 ‘주몽’은 갑자기 소서노가 보낸 비밀지도로 인해 한 회가 온전히 궁에 들어가 예소야를 만나는 에피소드로 흘러갔다. 소서노가 가진 비밀지도에 대한 아무런 복선이 없었다는 점과 굳이 어머니와 아내를 구하러 들어간 주몽이 그냥 혼자 돌아오는 점은 이 드라마가 앞으로도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는 걸 정확히 말해준다.

60회에 못한 완성도, 85회라고 가능할까
이러한 질질 끄는 스토리 진행을 볼 때, ‘주몽’의 연장방영은 아무런 명분을 주지 못한다. 이것이 명분을 얻을 수 있는 것은, 현재 ‘주몽’의 고구려 건국 상황이, 지금 방영된 51회 같은 내용이 아닌, 본래 60회 분량에서의 51회 내용처럼(물론 그런 것들이 사전에 있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긴박하고 숨가쁘게 돌아갈 때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본래의 목적대로의 60회 이야기를 다 끝내고도 더 할 이야기가 남았다는 것으로 연장은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MBC 부사장이 말하는 것처럼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한 연장으로 보기엔 어려움이 많다. 오히려 60회 분량에 완성도를 채워 넣지 못한(혹은 그걸 방조한) 자신들의 잘못을 시청자들에게 전가하는 측면이 강하다.

문제는 이러한 연장방영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주몽’은 그 이외의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현재 51회까지 방영한 상황의 ‘주몽’이 60회에 끝나게 되면 남은 9회 안에 고구려 건국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지금까지 봐와서 알겠지만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드라마의 전개상 급격한 결론은 오히려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주몽’이 처한 딜레마이다. 연장으로 가자니 무리가 따르고 종전대로 끝내자니 전개가 어려워진 것이다.

주몽의 딜레마가 말해주는 것
이 딜레마가 말해주는 건 여러 가지다. 먼저 그간 ‘주몽’이 시청률에 기대어 방만한 태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시청률이 30%를 넘어서면서 벌써부터 ‘주몽’은 연장을 생각하고 있었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고 어떻게 이런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을까. 또한 미봉책이나마 연장을 생각해야 드라마의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황으로 볼 때,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말해주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전체적 흐름을 타고 가는 완성도 위주의 드라마가 아닌 에피소드 중심의 드라마를 애초부터 생각했다면 왜 시즌제 드라마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물론 시즌제 드라마라는 것이 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생각은 지금에나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지금에라도 그렇게 생각하면 안될까. 그나마 매력 있는 캐릭터에 훌륭한 소재, 게다가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가능한 이 드라마를 시즌 드라마로 할 수는 없는 걸까. 많은 문제점들을 보강한 ‘주몽 시즌2’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건 ‘주몽’이란 좋은 소재가 이런 식으로 묻혀지고 끝나는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