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토크쇼의 시대, 착한 토크쇼의 힘

유재석 토크쇼의 저력은 어디까지일까. 혹자들은 강한 토크만이 살아남을 것 같은 작금의 자극적인 토크 예능의 봇물 속에서 이 유하디 유해 보이는 토크쇼는 금세 묻혀버릴 것이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웬걸? 2004년도에 시작된 '놀러와'는 어언 300회를 맞이했고, 2003년 말부터 신동엽의 바톤을 이어받은 유재석의 '해피투게더'는 지금껏 시즌을 거듭하면서도 여전히 목요일 밤의 최강 예능으로 자리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 토크쇼들을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대표 예능의 자리에 있게 했을까.

무엇보다 먼저 지목돼야 할 존재는 유재석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어찌 보면 유재석이라는 탁월한 MC의 진행 스타일을 모태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토크쇼들은 모두 게스트들을 초대해 그들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끌어내는 방식이 유재석의 방식이다. 유재석은 억지로 이야기를 끌어내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만들고, 그렇게 나온 이야기들에 순발력 있는 토씨를 달음으로써 웃음을 이끌어낸다. 때론 게스트에 어떤 캐릭터를 부여하기도 하고, 특정한 특징을 포착해 증폭시키기 때문에 게스트들은 유재석과의 대화를 통해서 의외의 결과를 얻어가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미선이다. 박미선은 한동안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하지 않았지만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때론 후배들 앞에서 굴욕을 당하고, 때론 아줌마로서의 진솔한 매력을 선보이게 됨으로써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해피투게더'의 고정이면서 '세바퀴'를 이끌어가는 메인 MC로 자리한 것은 분명 유재석 식의 토크쇼로서 '해피투게더'가 부여한 캐릭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하다. 한편 '놀러와'에 고정으로 자리한 이른바 '골방 브라더스' 이하늘과 길 역시 유재석의 리드가 확고한 캐릭터 구축에 영향을 준 경우다. 이밖에도 유재석은 '놀러와'에 출연한 타이거JK 같은 강한 인상의 캐릭터에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여해 좀 더 대중적인 위치를 갖게 해주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유재석 혼자 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재석이 갖고 있는 이런 토크 방식을 적극적으로 프로그램 형식으로 끌어들이면서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놀러와'와 '해피투게더'는 물론 그 안에 각기 다른 코너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사한 점이 많다. 게스트의 카테고리화는 물론이고, 목욕탕이나 골방 같은 좀더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속내를 끌어내는 공간의 활용, 각각의 캐릭터를 가진 고정 MC들이 저마다 자신을 한껏 낮춰 게스트들을 돋보이게 하는 자세 등등. 이렇게 두 토크쇼가 유사한 분위기를 내는 것은 그 중심에 유재석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유의 편안함은 게스트의 폭을 넓히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300회 특집으로 MC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송해, 이상용, 이상벽이 출연한 것은 단적인 예. 이들은 누구나 편안해지는 이 멍석 위에서 젊은 게스트 못지않은 입담으로 남다른 재미를 주면서도, 또한 삶이 묻어나는 멘트로 전설다운 의미도 전해주었다. 송해 같은 원로 코미디언이 젊은 MC들과 더불어 노래를 부르고, 뽀빠이 이상용이 특유의 근성이 묻어나는 이야기로 진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며, 이상벽이 성대모사를 자연스럽게 해내며 부드럽게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그 장면들은 '놀러와'라는 유재석 방식의 토크쇼가 가진 저력을 잘 보여준다.

지금은 바야흐로 강한 토크쇼의 시대다. 하지만 강한 토크쇼의 자극이 늘 강한 것은 아니다. 자극으로 유지되는 토크쇼는 결국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한다. 이것은 단지 해당 토크쇼는 물론이고 전체 토크쇼에 영향을 미친다. 선정성에 연일 시달리는 작금의 토크쇼들 속에서 '놀러와'나 '해피투게더' 같은 '착한 토크쇼'가 오히려 더 대중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아마도 자극에 지친 시청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재석이라는 MC의 존재감은 그래서 더더욱 빛난다.

가수와 예능의 밀월관계, 그 시너지 효과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무대 위에서 부채로 목 언저리를 톡톡 두드리며 'Sign'을 부를 때, 우리는 두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린다. 그 하나는 가인이 조권과 부부로 출연하는 ‘우리 결혼했어요’이고 또 하나는 나르샤가 유치리라는 시골에서 다른 아이돌들과 정착해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청춘불패’다. 만일 걸 그룹이나 아이돌 혹은 아예 가요에 대해 관심이 없었지만 예능에 관심이 있던 분들이라면 이즈음에서 다시 한 번 무대를 올려다봤을 지도 모른다. 거기에는 단순히 노래 부르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있는 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이 전해주는 많은 스토리들을 통해서 충분히 그 캐릭터가 그려진 존재들이 서 있기 때문이다. 가요 위에 덧붙여지는 이러한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은 작금의 가요계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해가고 있다.

‘소녀시대’의 유리를 우리는 MBC ‘쇼 음악중심’의 MC로 만나기도 하고, ‘청춘불패’의 국민며느리로 만나기도 한다. 물론 메인 MC는 아니지만 ‘스타킹’ 같은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로서 그녀를 접하기도 한다. 유리는 ‘소녀시대’라는 걸 그룹 속에서는 그저 깜찍한 얼굴로 노래하는 인형 같은 가수이지만 예능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오면 때론 풋풋하고 때론 엉뚱하며 때론 털털한 면까지 있는 소녀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이것은 ‘1박2일’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로서도 드라마로서도 또 MC로서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승기도 마찬가지다. 그는 무대 위의 황제라는 자리에서는 결코 갖지 못할 허당이라는 인간적인 캐릭터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소 갖게 되었다. 이 한 사람이 품을 수 있는 양극단의 이미지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그가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은 그만큼 넓어지게 된다. 이승기의 승승장구는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얻어진 이런 폭넓은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어딘지 까칠하고 반항적으로만 보였던 이른바 힙합 전사들이 올해 부드러운 이미지로 대중들 앞에 성큼 다가설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예능 프로그램의 공이다. 우리네 힙합의 대부라고 일컬어지는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JK는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함께 출연하면서 예능에 발을 디뎠다. 그 후로 그는 몇몇 토크쇼들 속에서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던 특유의 유머감각을 보여주면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그의 새 앨범이 대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음악적인 완성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간 갖지 못했던 이런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갖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리쌍의 길 역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보여주면서 대중들 앞에 서게 되었다. ‘무한도전’의 고정 멤버로 투입되어 강하면서도 털털한 면모를 보여주었고, ‘놀러와’의 골방 브라더스로 이하늘과 함께 아낌없이 망가져 주었다. 올해 리쌍이 낸 앨범의 성공 역시 이러한 길의 이미지 변신이 주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이하늘은 골방 브라더스로 ‘놀러와’에 자리 잡았고, 김창렬과 함께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늙은 사자로 활약하면서 그 입지를 넓혔다. DJ DOC는 지금 이 여세를 몰아 신보 공개를 앞두고 있어 많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물론 이러한 가수들의 예능 출연과 그 효과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그것은 예능 프로그램이 가진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해왔다. 하지만 그 양상은 사뭇 다르다. 과거 가수들의 예능 출연은 신보 홍보를 목적으로 한 일회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예능 출연 자체가 목적이 될 만큼 가수들이 해야 할 하나의 분야로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그들의 캐릭터를 구축해주는 예능의 이야기가 노래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무대는 하나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공간이 되고, 예능은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어 서로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무대 위에서 건방진 포즈로 멋지게 춤을 추는 유키스의 동호가 ‘천하무적 야구단’에서는 이하늘에게 형 형 하면서 막내처럼 따르는 모습은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면모 둘 다를 갖게 해주면서 서로의 분야에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예능 속에서는 그 신비함이 무너지는 재미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가 더욱 부각되고, 무대 위에서는 예능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카리스마를 통해 오히려 신비해진다. 이것은 신비주의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연예인들이 구사하는 새로운 다중 이미지 전략이다. 이제 한 사람이 한 가지 이미지만을 보여주는 것은 전혀 리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마치 드라마 속 평면적 인물들이 점점 재미없어지고, 이제는 변화무쌍한 입체적 인물들이 그 리얼함 때문에 각광받는 것처럼, 여러 상황에 따른 다양한 이미지는 연예인들이 갖춰야할 새로운 덕목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시대는 한 가지 얼굴을 고수하는 일관성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여유와 솔직함을 요구하고 있다.

토크쇼 전성시대, 토크쇼가 토크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토크쇼 전성시대다. 월요일에는 MBC의 ‘놀러와’, SBS의 ‘야심만만2’, KBS의 ‘미녀들의 수다’가 경쟁을 벌이고 있고, 화요일에는 KBS의 ‘상상플러스’, 수요일에는 MBC의 ‘황금어장’, 목요일에는 KBS의 ‘해피투게더’, 금요일에는 SBS의 ‘자기야’, 토요일에는 MBC의 ‘세바퀴’ 같은 토크쇼들이 포진해 있다. 실로 거의 일주일 내내 토크쇼를 볼 수 있는 시대다.

이렇게 된 것은 물론 토크쇼라는 형식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토크쇼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토크쇼가 갖추고 있는 형식, 즉 호스트가 게스트를 초청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답변을 듣는 과정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본능적인 욕망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연예계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이른바 신비주의의 해체기에 들어서 있기 때문에 연예인들은 자신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있고, 대중들은 그 솔직 대담한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고 있다. 이른바 리얼 토크쇼가 대세가 된 것이다.

리얼 토크쇼는 시청자들의 입김이 세지면서 그 시청자들을 등에 업은 호스트가 게스트를 압도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즉 게스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시청자를 대신하는 호스트가 원하는 이야기를 게스트가 하게 된 것이 리얼 토크쇼가 등장한 배경이다. 여기에 연예인들의 신비주의 콘셉트가 무너지면서 오히려 솔직한 모습이 인기를 끌게 되자, 게스트들의 솔직한 이야기는 자발적인 모습을 띄게 되었다.

하지만 이 리얼 토크쇼는 또한 문제점도 갖고 있다.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 속에서 솔직한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폭로성의 이야기들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억지로 게스트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까지 들춰내기도 하고, 심지어 게스트를 윽박질러서 울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는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고 할 수 있는 집요함을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리얼 토크쇼가 태생적으로 갖는 단점이다. 리얼 토크쇼의 토크 양상은 자극적으로 흐르게 마련인데, 바로 이 자극은 반복되면 둔감해지고 따라서 더 큰 자극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토크쇼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거의 연예인들의 가십 수준에 머문다는 건, 현재 우리의 토크쇼가 가진 가장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토크쇼는 사람을 출연시켜 그 사람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진솔한 모습을 추구하는 리얼 토크쇼에서는 그 사생활적인 부분을 다룰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는 토크쇼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것까지 끄집어내려 하거나, 또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억지로 말하게 하는 토크쇼의 태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이것은 토크쇼가 그저 쇼가 아니라, 한 시대의 화법을 대변해 보여주고 어떤 면에서는 교육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아이들 같은 경우에 이런 형식에 반복 노출되면 대화의 방식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물론 토크쇼들도 연예인의 사생활이나 잡담이 아닌 다른 것들을 담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무릎팍 도사’는 지금 현재 가장 진취적인 토크쇼의 형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대의 화법으로 자리 잡은 직설어법을 쓰면서, 게스트에 대해 시청자가 알고 싶은 점을 피하지 않고 질문하는 공격적인 화법을 구사하면서도, 그 게스트를 통해 어떤 시사점까지 찾아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실로 중요한 것이다. 사생활은 그저 가십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론 중요한 정보가 되기도 한다. 사생활로 제시된 개인적인 삶이, 대중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삶으로서 어떤 공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가십이 아니다. 토크쇼는 이처럼 개인에 집중하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연예인으로 한정된 직업군에서 계속해서 어떤 보편적으로 공감을 주는 이야기를 끄집어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무릎팍 도사’가 시도한 게스트의 외연을 넓힌 작업은 토크쇼에 있어서 큰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실제로도 연예인이 아닌 비연예인이 출연했을 때, 시청률이 더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점으로 보아 대중들은 좀 더 다양한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문제는 연예인에 편중된 게스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호스트들도 너무 몇몇 MC에 국한되어있다는 지적들이 있다. 실제로 현재는 강호동과 유재석 이 두 개그맨이 거의 토크쇼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토크쇼의 진행 자체가 녹록치 않게 된 상황도 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박중훈쇼’의 추락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실제로 토크쇼의 성공은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어떤 면으로 보면 이것은 시청률 보증수표인 이 개그맨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일 수도 있다. 새로운 형식을 개발하기 보다는 유명 개그맨을 기용해 쉽게 시청률을 가져가려는 것이다.

토크쇼는 문제와 해법을 계속 제시하면서 진화를 거듭해왔고 지금도 그 변화의 과정 속에 있다. 토크쇼는 과거 가장 기본적인 형식인 1인 토크쇼에서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자니윤쇼’다. 그 다음에 등장한 것이 집단으로 모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었다. 서세원이 진행했던 ‘토크박스’ 같은 것이다. 그러다가 점차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집중하는 경향이 생겼는데 ‘야심만만’이 대표적이다. 설문 형식을 가져와서 자연스럽게 연예인들의 속내를 끄집어냄으로써 새로운 토크쇼의 도래를 예고했다. 그리고 직설어법의 시대에 와서 토크는 좀 더 독해졌고 과감해졌다. 하지만 지금 이것도 저물어가고 있다. 더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정체된 느낌의 토크쇼는 이제 자극적인 웃음만이 아닌 어떤 공감을 찾고 있다. 진솔하면서도 사람의 스토리가 살아있는 토크쇼, 이런 게 그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편안한 토크쇼, '놀러와' 게스트의 입을 열다

집요하게 추궁하는 MC와 당황해하는 게스트. 이제 토크쇼에서 익숙해진 풍경이다. 상대방의 숨겨진 이야기를 폭로하고 끄집어내는 이른바 '독한 토크쇼'는 대세가 되어버린 리얼 토크쇼의 대안처럼 자리했다. '솔직함'이 모든 토크쇼의 지상과제가 되자, 그 솔직한 모습을 끌어내기 위한 방법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토크쇼가 기본적으로 보여주는 재미가 대화의 재미라고 볼 때, 토크의 내용만큼 중요한 것은 토크의 방식이다. 억지스럽고 강압적인 토크방식은 아무리 놀라운 토크의 내용이라고 해도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놀러와'의 토크방식이 두드러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독설의 시대, 가시방석의 시대에 '놀러와'는 정반대의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오히려 더 진솔한 이야기에 도달하고 있다. 마치 게스트의 옷을 벗기기 위해 억지로 바람을 불어대는 것보다, 따뜻한 햇볕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 스스로 옷을 벗게 만드는 토크방식을 가진 '놀러와'가 시청률에서도 수위를 차지하는 것(13%)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야심만만2'가 초창기 버전이었던 자연스러운 설문 방식을 버리고, 강압적인 일련의 토크방식들(올킬에서 심지어 유치장 컨셉트까지)을 사용했으나 시청률에서 '놀러와'를 넘지 못하는 것에는 바로 이런 형식이 가진 자연스러움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놀러와'의 토크 방식은 '골방밀착토크'에서 그 특징을 찾아낼 수 있다. 골방이라는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편안함은 게스트들이 자연스럽게 속내를 털어놓게 만든다. 그 곳에서 게스트들은 무거운 신발을 벗어버리고, 편안하게 아무렇게나 앉아 가운데 놓여진 주전부리를 먹어가며 수다를 풀어놓는다. 골방이 가진 협소함은 오히려 게스트와 MC들 간의 거리를 좁혀놓는 훌륭한 장치다. 너무 밝지 않은 적당한 조도의 조명 역시 골방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유재석, 김원희 MC는 오래된 친구처럼 게스트를 편안하게 해준다. 이런 곳이라면 누구나 찾아와 차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낼만한 유혹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골방밀착토크'가 편안함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편안하다는 것은 자칫 쇼를 밋밋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놀러와'는 이 곳에 장치를 두었다. 그들이 바로 골방브라더스다. 상대적으로 반항기 있고 강한 인상을 주는 이하늘과 길이 슈퍼맨 복장을 입고 앉아 짓궂은 질문들을 툭툭 던지는 것으로 그 긴장감은 유지된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이들은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캐릭터들이지 상대방을 괴롭히는 캐릭터는 아니다. 따라서 골방 브라더스라는 토크의 양념은 감칠맛을 낼 뿐, 상대방을 고통스럽게 만들지는 않는다.

'놀러와'의 이런 토크방식은 이 프로그램에 게스트들이 먼저 기획 아이템을 제안하는 기현상까지 만들어냈다. 이효리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걸프렌즈31 특집'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독한 토크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황에, 편안한 토크를 견지하는 '놀러와'의 선전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독한 토크가 결국은 점점 독한 자극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놀러와'는 적절한 자극과 편안한 토크의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좀 더 장기적인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 바람보다는 햇볕의 힘. '놀러와'의 토크방식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