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의 부활은 왜 추억과 함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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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사진출처:MBC)

유재석이 부활하고 있다. 물론 유재석이 위기인 적은 없다. 하지만 작년 유재석이 출연했던 일련의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은 시청률에서 고개를 숙였다. 대표 예능인 ‘무한도전’은 물론 시청률로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경쟁 예능인 ‘스타킹’에게 추월당하기도 했고, 새로 시작한 ‘런닝맨’도 예상 밖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유재석과 늘 경쟁구도로 세워지는 강호동과는 사뭇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강호동은 메인 예능이라고 할 수 있는 ‘1박2일’도 탄탄했고, 새로 시작한 ‘강심장’이나 ‘스타킹’을 정상으로 끌어 올려놓는가 하면, ‘무릎팍 도사’ 역시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2강 체제가 사뭇 강호동쪽으로 기울어지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역시 뚝심의 유재석이었다. 그저 평범한 저녁 토크쇼였던 ‘놀러와’와 ‘해피투게더’를 최고의 토크쇼로 끌어올리면서 그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리고 2011년 들어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들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무한도전’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회복하면서 토요 예능 최강자 자리를 되찾았고, ‘런닝맨’은 15%대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유재석의 화려한 귀환을 도왔던 것일까.

그 핵심 키워드는 바로 ‘추억’이다. ‘놀러와’는 그 단서를 제공했다. ‘세시봉’ 특집은 이른바 ‘추억 예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중년들이 출연해 인생경험이 묻어난 솔직한 입담을 선보이고, 게다가 과거를 향수케 하는 음악이 곁들여지니 공감대는 세대를 초월했다. 당연히 시청률은 급상승했다. 많은 이들이 ‘놀러와’의 성공을 신정수 PD의 탁월한 섭외능력에서 찾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러한 중년 게스트들을 시청자와 편안하게 만나게 해주는 능력이다. 유재석은 이 부분에서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중년에 접어들어 신구세대를 잇기에 적당한(?) 나이에 유재석 특유의 ‘듣고 콕 집어내는’ 방식의 토크는 ‘추억’을 끌어와도 꼴통이 아닌 예능을 가능하게 했다.

‘무한도전’의 화려한 기지개에도 역시 이 ‘추억’은 어른거린다. ‘타인의 삶’에서부터 어떤 세대 소구점의 변화를 보여준 ‘무한도전’은 ‘무한도전 TV는 사랑을 싣고’를 통해 그 새로운 면모를 과시했다. ‘만남’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TV는 사랑을 싣고’는 그 자체로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여기서도 유재석은 과거와 현재를 조율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재연 배우로서 향수를 끄집어내면서도, 사회자로서 ‘TV는 사랑을 싣고’를 현재방식으로 재해석해냈다. 엉뚱하게도 찾는 이의 동생과의 즉석만남을 연결하고, 찾고 싶지 않은 이를 찾아 긴장감을 유발하는 식이었다.

최근 서서히 부활하고 있는 ‘런닝맨’은 뛰고 또 뛰는 형식 때문에 ‘추억’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심형래 특집이 향수를 끄집어낸 것은 물론이고 최근 유재석이 새롭게 만들어낸 유혁이라는 캐릭터 역시 과거 고고클럽의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새로운 장르적 성격(‘런닝맨’은 기존 게임 예능에 액션 스릴러 장르를 추가시켰다)을 시도하면서도 그 속에 ‘추억’이라는 보편적인 맛을 첨가한 것이다.

유재석의 부활은 추억을 싣고 오고 있다. 이것은 작금의 예능의 소구층이 폭넓어진 것에 대한 반응이면서, 유재석 스스로 자신의 강점이 어디 있는가를 재확인 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작년 한 해 주춤했던 유재석은 그 바닥을 치고 올해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어쩌면 이미 그는 날고 있는 지도 모른다.

대중문화의 중심에 선 노래, 2011년은?

2010년은 대중문화에 있어서 노래로 기억되는 한 해였다. 카라와 소녀시대로 촉발된 제2의 한류와, '슈퍼스타K2'에 대한 폭발적인 대중들의 반응은 우리네 노래가 가진 잠재적 힘이 어떤 비등점을 넘어서는 징후처럼 보였다.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들이 그저 그런 포장을 뜯어내고 실력으로 무장한 채 해외시장을 넘나들 때, 다른 한 편에서는 대중들에 의한 대중들을 위한 대중들의 스타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무대 위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한쪽은 대중들이 열광할만한 '잘 만들어진' 가수들이었다면, 다른 한쪽은 대중들이 '만들어가는' 가수들이었다.

아이돌 그룹들은 그 품 안에 10대에서부터 중장년까지를 끌어안으면서 세대를 통합시키고,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아시아를 넘어 남미 중동 유럽까지 공감의 공간을 확장시켰다. 엄마와 딸이 손을 잡고 콘서트장에 함께 가고, 국내 팬클럽 회원들이 해외의 팬클럽과 모여 함께 아이돌 그룹을 연호하는 장면은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한편 '슈퍼스타K2'는 현란한 무대와 춤, 그리고 디지털 사운드로 점철된 가요계에 아날로그적인 노래 그 자체가 주는 감동을 복원시켰다. 이제 노래를 들으면 누구나 "제 점수는요"하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들의 귀를 즐겁게 회복시킨 프로그램, 바로 '슈퍼스타K2'였다.

노래가 가진 힘은 예능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남자의 자격'은 하모니 팀을 꾸리면서 각각의 소리들이 만나 하나의 화음으로 이어지는 감동의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또 '놀러와'에서는 추억의 세시봉 친구들이 출연해 토크쇼와 노래의 앙상블을 보여주었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에 가수들의 진출이 일반화되면서, 예능과 노래의 만남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개인기 수준이 아닌 프로그램 자체에 어떤 깊은 감성을 만들어낸 것은 2010년의 새 경향이었다. 이렇게 된 것은 예능의 키워드로서 웃음만이 아닌 '공감'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노래는 감성적으로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최대의 기폭제가 되었다.

한편 노래 자체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들이 많이 등장한 것도 2010년 대중문화의 한 특징이었다. '나는 전설이다'는 록밴드와 아줌마 정서를 연결시켰고, '글로리아'는 밤무대 가수와 서민정서가 만났으며, '매리는 외박중'에서는 인디 밴드와 히피적이고 자유로운 청춘의 정서가 어우러졌다. 노래는 드라마를 고조시키고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자양분이 되었다. 탑, 박유천. 최시원 같은 가수들의 드라마 출연은 이제 일상화되었고, 이제는 '드림하이' 같은 가수와 드라마의 온전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다. 잘 만난 노래와 드라마는 마치 OST처럼 대중들을 매료시키는 조합이 되었다.

감미로운 노래로 가득했던 2010년. 그렇다면 2011년에는 어떤 흐름이 이어질까. 먼저 2010년 가요계의 두 흐름, 즉 아이돌의 약진과 '슈퍼스타K2' 같은 일반인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가요계의 새로운 메인 스트림을 예고한다. 소셜 네트워크의 폭발로 인해 아이돌 그룹의 해외진출은 시공간의 장벽을 허물었다. 카라와 소녀시대가 국내에서 활동하면서 동시에 해외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지구촌화된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기획사는 바로 이런 변화를 수용해가면서 글로컬(글로벌+로컬)한 활동을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제2의 카라와 제2의 소녀시대는 이제 언제든 나올 수 있는 환경이다.

한편 '슈퍼스타K2'는 이제 신인 발굴이 기획사의 전유물에서 이제 좀 더 공개적인 형태의 방송 프로그램화되어가는 경향을 보여준다. 허각은 대중들이 뽑은 슈퍼스타K지만 그렇게 그가 뽑힌 연후에 나가야될 길은 기획사 가수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위대한 탄생'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계속 방영됨으로써 신인 발굴이 좀 더 이벤트화되고 대중들이 참여하게 되는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신인들의 등용문으로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자리함으로써 가요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아이유처럼 가창력에 대한 집중도가 더 높아지고, 좀 더 다양한 장르에 대중들의 관심이 돌려진 것은 그 변화의 단적인 예다.

방송 프로그램과 음악의 결합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세시봉으로 촉발된 옛 가수들의 예능출연은 이미 예고된 상태고, 그들을 통해 어쿠스틱한 감성이 음악을 타고 안방까지 전해질 전망이다. 가수들의 드라마 진출은 '드림하이'로 상징되는 것처럼 이제 보다 일반화될 것이다. '성균관 스캔들' 박유천의 성공사례는 가수가 연기도 하고, 그 드라마에 OST로 참여하는 식으로 드라마와 가요의 경계를 허물어갈 것으로 보인다. '슈퍼스타K3'는 이제 좀 더 안정적인 형태로 대중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높고, '남자의 자격'에서 준비하고 있는 '하모니 시즌2'는 이 코너의 정규화 또한 예상하게 만든다. 2010년만큼 2011년에도 음악은 무대에서는 물론이고 프로그램 속에서도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2011년 대중문화에서 주목되는 것은 소셜 네트워크와의 결합이다. 2010년 대중문화에서 폭발력을 가졌던 프로그램들의 밑바탕에 소셜 네트워크가 있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슈퍼스타K2'가 그랬고, '남자의 자격-하모니편'이나 '놀러와-세시봉'이 그랬다. 방송이 끝나고도 우리는 이들 동영상들을 재확인하며 그 감동을 이어나갔다. 가수들의 해외진출이 소셜 네트워크와 만나 폭발력을 갖게 된 것처럼 방송 프로그램들은 저마다 소셜 네트워크와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넓힐 것이다. 노래로 즐거웠고 그 노래의 감성적인 힘은 소셜 미디어를 타고 번져나갔다. 이것은 또한 2011년 대중문화의 한 특징으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월요예능의 새 강자, '밤이면 밤마다'의 재미요소는?

'야심만만'이 시즌2를 시작하면서 SBS의 월요 예능은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결국 '야심만만'이 폐지되고 '긴급출동 SOS24'가 편성됐고, 그 후로 월요 예능은 MBC '놀러와'의 독주 체제로 이어졌다. 이 독주를 막은 건 SBS에서 신설된 '밤이면 밤마다'. 청문회 형식을 들고 온 이 토크쇼는 이제 2회 만에 11.2%(AGB닐슨)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놀러와(11.5%)'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해피버스데이'가 폐지되고 신설된 KBS의 월요예능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가 4% 대의 시청률로 추락한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 '놀러와'의 대항마로 자리한 '밤이면 밤마다'의 재미 포인트는 무엇일까.

먼저 '놀러와'와 차별화되는 것은 청문회라는 형식이다. '놀러와'는 말 그대로 게스트 지상주의를 내세우는 토크쇼. 따라서 게스트들을 최대한 편안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어내는 게 포인트다. 하지만 이 형식은 자칫 토크쇼 분위기 자체가 느슨하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나치게 게스트 띄워주기 논란이 종종 등장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반면 '밤이면 밤마다'는 청문회라는 형식을 도입함으로써 MC들과 게스트 사이에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게스트는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을 해야 하는 입장이고, MC들은 '위원'으로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렇지만 만일 이런 구도만으로 이 토크쇼가 이어졌다면 지나친 사생활 캐내기 토크쇼로 전락했을 지도 모른다. '밤이면 밤마다'는 다행스럽게도 여기에 안전장치를 집어넣었다. 즉 게스트를 두 명 세우고 질문을 하는 위원들도 두 편으로 나누어 대결구도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렇게 되자 자기 편에 있는 게스트에 상대편이 민감한 질문을 던졌을 때 청문회 위원은 이를 방어해주는 역할이 가능해진다. 게스트로 출연한 조영남에게 탁재훈이 "얘기하기 곤란하신 게 있으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세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청문회 형식에 대결구도를 집어넣음으로써 토크쇼는 팽팽한 긴장감과 동시에 어떤 균형감각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여기서 질문을 던지는 MC들은 게스트에게 궁금한 것을 묻는 것만큼 자기 자신의 예능감을 선보이려 노력한다. 전성기 때의 토크감을 살려내고 있는 탁재훈은 그다지 중요하다싶지 않은 질문들을 엉뚱하게 던짐으로써 의외의 웃음을 선사하고, 박명수는 특유의 호통과 어눌함을 넘나드는 면모로 웃음을 준다. 대성과 정용화는 같은 아이돌이지만 서로 다른 이미지로 묘한 대결구도의 재미를 주고, 유이는 분위기를 젊고 부드럽게 만들어낸다. 김제동이 가진 어록 토크의 진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즉 MC들의 목적 속에는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는 것이 우선적으로 들어있기 때문에 자칫 게스트에게서만 사적인 이야기를 빼먹는 자극적인 접근을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자세히 뜯어보면 알아차릴 수 있듯이, '밤이면 밤마다'는 여러모로 원조 '야심만만'을 닮았다. 형식이 설문에서 청문회로 바뀐 것뿐이다. 즉 게스트와 MC간의 대결구도는 청문회 형식 속으로 들어가면서 상황극이 주는 편안함을 제공하고, 그 속에서 게스트의 개인사들이 줄줄이 뽑아져 나온다. 타인의 설문 속에 게스트가 자신의 경험담을 끄집어내던 방식처럼, 이 청문회 형식 역시 좀 더 자연스럽게 개인사를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야심만만'을 연출했던 최영인PD의 성향으로 보인다. 게스트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한 뾰족한 면이 있지만 그것을 최대한 부드럽게 해주는 형식을 도입하는 것. 이것이 '밤이면 밤마다'가 독주하던 '놀러와'를 긴장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디지털 시대를 울린 소박한 아날로그 감성

'놀러와'의 골방 브라더스, 이하늘과 길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진지한 모습이었다. 깨방정에 게스트들을 몰아세우기까지 하던 이들은 다소곳이 출연한 세시봉 전설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이 들려주는 추억어린 이야기와 아름다운 포크 선율에 빠져들었다. 이야기 중간 중간 즉석에서 즉흥적으로 벌어지는 이들의 음악은 '놀러와'를 과거 라디오 공개방송 같은 아날로그 감성으로 적셔주었다.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그 감성 속에 빠져있던 악동 김하늘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혹자는 김하늘의 눈물이 지나친 감수성이 아니냐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 아날로그 음악의 끝단을 경험했던 이들이라면 이 세시봉 전설들이 환기해낸 정서들이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거기에는 이제는 디지털에 화려한 무대와 댄스 속에 잊혀진 것처럼 여겨지던, 소박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아날로그 정서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기타 한 대와 이미 스스로 하나의 악기가 되어버린 그들이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서로의 눈빛만으로 척척 하모니를 이루는 장면은 작금의 음악세태로 보면 기적과 같은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40년 가까운 교감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오로지 음악이라는 본연의 세계가 가진 힘이기도 하다. 단지 음의 고저와 말장난에 가까운 가사들 그리고 자극적인 박자의 조합이 노래로 여겨지는 지금, 그들의 소박한 음악 속에는 아름다운 음과 시가 되어버린 가사가 어우러져 우리네 가슴을 파고드는 그 무엇이 있었다.

조영남이나 송창식이 가수라기보다는 하나의 기인처럼 여겨지는 것은 그들의 입지전적인 삶과 거기서 만들어낸 음악들이 작금의 자본에 의해 생산되는 음악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웨딩케이크'나 '두 개의 작은 별'에 얽힌 포복절도의 에피소드를 전해준 윤형주는 놀라운 예능감으로 시청자들을 웃게 했지만, 그 아름다운 가사들은 그의 시적 감성을 잘 드러내주었다. 즉석에서 만난 여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라라라' 같은 곡이 단 40분 만에 그런 가사를 담아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들의 자리를 감동적으로 만든 것은 이 나이든 아저씨들이 여전히 개구쟁이들처럼 옥신각신하면서도 보여주는 선후배를 넘어서는 진한 형제애다. 조영남이 즉석에서 노래를 하기 시작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타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고 하모니를 넣는 모습은 백 마디 말보다 그 깊은 마음의 교감을 전해주었다. 누군가는 그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삶 전체를 살맛나게 할 그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

악동 김하늘의 눈물은 아마도 이들을 바라보다가 시청자들이 문득 느끼게 된 가슴 먹먹함과 같은 것일 것이다. 그것은 전자음과 디지털과 자극과 현란함에 어지러운 우리의 눈과 귀를 정화시키는 진짜 음악의 세계가 주는 날 것의 감동이다. 세월이 묻어난 그 음악은 덧없어 보이는 우리의 삶마저 아름답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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