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도 과감하게 변화할 때 됐다, 이경규·강호동처럼

혹자들은 변함없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사실이다. 유재석은 과거나 지금이나 늘 성실하고 배려심 강하고 일에 있어서 열정적이다. 그 모습이 앞으로도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 필자도 똑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최근 예능의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양상을 들여다보면, 유재석 역시 변해야할 것은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변하지 않고 지켜야 할 것도 분명하지만, 그가 변해야 할 것 역시 점점 명확해 보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가 최고의 예능인으로서 서게 됐을 때 그 기반이 되어주었던 건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쇼라고 불리는 캐릭터 예능이었다. 그 선두로 선 프로그램이 MBC <무한도전>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10년여의 세월이 흐르면서 트렌드는 캐릭터쇼에서 관찰카메라라고 불리는 리얼리티쇼로 바뀌었다. 이제 일단의 캐릭터들이 등장해 매회 미션을 수행하면서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쇼는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무한도전>이야 워낙 레전드인지라 이런 트렌드와는 무관하지만.

캐릭터쇼의 시대에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와 토크쇼가 예능의 대세였다. 그래서 <무한도전>으로 비롯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명맥은 <1박2일>, <라인업>,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등등으로 이어졌고, 토크쇼의 명맥은 <놀러와>, <해피투게더>, <라디오스타> 등으로 이어졌다. 유재석은 캐릭터쇼 시대의 맹아로서 이 두 형식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예능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무한도전>을 논외로 보면, 그가 출연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그다지 좋은 성적과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꽤 오래도록 그가 MC자리를 지켜온 <해피투게더>는 5% 시청률에 머물러 있고, <런닝맨> 역시 한때 중국을 뒤흔들 정도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국내에서는 역시 5%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너무 옛날 형식에 머물러 있고 그 프로그램도 그다지 화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유재석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나는 남자다> 같은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를 시도한 바 있고, 유희열과 함께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을, 김구라와 함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들이 지금껏 살아있지 못하고 모두 종영하거나 새롭게 바뀌었다는 사실은 유재석이 그간 새로운 시도에서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걸 보여준다. 

사실 관찰카메라 같은 리얼리티쇼 트렌드 상황 속에서 과거 캐릭터쇼에 최적화되어 있던 예능인들이 다시 적응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이경규나 강호동 같은 과거 유재석과 함께 예능을 이끌었던 예능인들의 남다른 행보가 눈에 띈다. 이들에게서 보이는 건 과거 최고의 위치에 있던 자신들을 한껏 내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지상파만 고집하던 강호동은 연거푸 고전을 못하다가 아예 지상파를 모두 접고 비지상파 예능으로 옮기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아는 형님>과 <신서유기>로 새로운 트렌드에 도전한 강호동은 최근 <한끼줍쇼> 같은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색깔을 다시금 만들었다. 

예능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이경규의 행보는 더 파격적이다. 고정 MC만 해오던 그는 아예 여러 프로그램에 게스트를 자처하고 나섰고, 예전 같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정글의 법칙>이나 <한끼줍쇼> 같은 생고생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자신을 내려놓자 그 자리에서 새로운 영역이 생겨났고, 그 영역에서는 역시 예능계의 베테랑다운 자기만의 독보적 색채를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물론 유재석은 지금 현재도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자타공인 최고의 예능인이다. 하지만 그의 팬들은 그가 과거의 모습에 머물러있기 보다는 새로운 트렌드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를 원할 것이다. 여전히 그의 성실하고 배려심 깊은 모습은 변치 않기를 바라지만, 관찰카메라 같은 새로운 형식 속으로 들어온 또 다른 그의 면모를 발견하기를 원한다. 

처음부터 고정이 부담스럽다면 이경규처럼 게스트로 영역을 넓혀보는 것도 좋은 시도일 것이다. 예를 들어 <정글의 법칙>에 가는 유재석이나, 최근 위기 상황에 놓인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에 한 코너를 해보는 것이나, <세모방> 같은 프로그램에서 영세한 방송에 직접 뛰어들거나, <한끼줍쇼>에 게스트로 나와 낯선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그런 유재석의 모습은 어떨까 실로 궁금하다. 그가 앞으로도 지켜야 할 것들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변해야 할 것들은 과감히 시도해보는 것. 그것이 더 오래도록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유재석을 보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부응하는 일이 아닐까.

<집밥 백선생>의 디테일이 놀라운 스튜디오의 진화

 

선생님-”하고 부르자 백종원이 스튜디오로 들어선다. 그런데 그 들어서는 장면이 여느 스튜디오 예능들과는 사뭇 다르다. 먼저 그림자가 어른 어른거리는 모습이 보여지고 이어서 백종원이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 스튜디오에 들어온다기보다는 어느 집 주방으로 들어서는 모습 같다. tvN <집밥 백선생>의 오프닝 장면이다. 도대체 이 자연스러운 느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그것은 세트 스튜디오의 특별함에서 나온다. <집밥 백선생>은 우리가 기존 스튜디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봐왔던 세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그것은 스튜디오라는 느낌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석구석 진짜 주방처럼 꾸며놓은 것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인 특징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창고나 광처럼 구획된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요리를 하다가 재료나 도구가 필요하면 출연자들은 자연스럽게 그 광으로 들어가 재료와 도구를 꺼내온다. 밥을 지을 때 쌀을 가져오기 위해 출연자들이 광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사실 프로그램이 굳이 잡아낼 필요까지는 없는 디테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동선 하나는 스튜디오라는 인위적인 느낌을 상당 부분 상쇄시켜준다.

 

아마도 이런 세트를 꾸미게 된 건 제목에 붙어 있는 집밥이라는 표현에 들어 있듯이 진짜 집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집에서 해먹는 밥이란 야외에서 해먹는 것과도 다르고 놀러가서 다른 숙소에서 해먹는 밥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마치 익숙한 재료와 도구들이 원하는 자리에 척 놓여져 있는 우리 집 주방에 들어설 때의 그 느낌이 타인의 집 주방과 다른 것과 같다. 거기에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어딘지 푸근해지고 포만감이 느껴진다.

 

스튜디오물에서 세트는 의외로 중요하다. 이를테면 과거 MBC <놀러와>에서 다락방의 모습을 스튜디오로 구현한 공간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맨발로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함을 제공했다. KBS <해피투게더>의 사우나 콘셉트의 세트나 작은 음식점 콘셉트의 세트 역시 그런 분위기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그런데 <집밥 백선생>의 주방 스튜디오는 그 디테일이 단연 압권이다. 단지 기능적인 공간만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그걸 보는 사람들 모두에게 어떤 화창한 날 기분 좋은 요리에 빠져들 수 있는 공간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물론 출연자들과 그들이 만드는 요리에 집중되지만, 가끔 저 뒤편에 놓여진 창밖의 빨간 벽돌이나 초록 잎이 올라온 나뭇가지를 배경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때로는 그 나뭇가지가 살랑살랑 흔들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진짜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집밥 백선생>의 인기 그 중심에 서 있는 건 바로 백종원 셰프다. 백종원이 여타의 셰프들과 다르게 다가오는 건 특히 자연스러움이다. 그는 때로는 아이처럼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도 하고, 때로는 투정을 부리기도 하는 선생이다. 그는 카레 하나를 만들어도 확실히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이면서도 그걸 알려주는 눈높이는 딱 보통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다. 그 보통의 눈높이는 그래서 요리를 가르쳐준다기보다는 이건 몰랐지?”하는 식으로 자랑하는 듯한 천진난만함을 담고 있다.

 

진짜 주방처럼 꾸며지고 연출된 스튜디오는 상당부분 백선생의 이런 자연스러움에 일조한다. 이건 스튜디오의 진화다. 점점 카메라가 일상화되고 리얼을 강조하게 되면서 스튜디오물은 그 인위적인 느낌 때문에 점점 밀려나는 형국이다. 대신 카메라는 현장으로 일상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도 스튜디오는 방송에 있어서 적은 투자로 최적의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스튜디오가 디테일한 자연스러움을 지향한다는 건 그래서 당연한 결과. <집밥 백선생>의 스튜디오는 그 진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김태원, 이젠 말보다 음악에 집중해야할 때

 

최근 부활의 김태원은 예능중단을 선언했다. 그간 <남자의 자격>에서 국민할매로, <위대한 탄생>에서는 국민멘토로까지 불렸던 그였다. 그는 <나 혼자 산다> 같은 관찰예능에서도 발군의 예능감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가끔 참여한 토크쇼들에서도 그는 큰 웃음을 주는 한 마디 한 마디와 함께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촌철살인의 말들로 단연 돋보이는 게스트였다. 토크쇼, 리얼 버라이어티쇼, 오디션 프로그램, 관찰예능까지. 실로 김태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예능이 발견해낸 대단한 가능성 중의 하나가 분명했다.

 

'위대한 탄생(사진출처:MBC)'

그런데 그가 돌연 예능중단을 선언했다. 이유는 당연하지만 음악에 전념하기 위해서란다. 새로운 앨범 작업에 오롯이 몰두하겠다는 것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 하차했을 때 딸 서현 양이 같이 생활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댔지만, 사실 그에게는 음악적인 이유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예능은 그에게 현실적인 것들을 제공해주었지만 그는 결국 아티스트다. 음악이 아닌 예능으로 이름을 떨치고 돈을 버는 것이 성에 찰 리가 없다.

 

물론 아티스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본분인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다. 최근까지의 그의 행보를 보면 그러나 부활의 김태원보다는 예능인 김태원으로서의 존재감이 거의 압도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가 예능인으로서 활동하면서 냈던 노래들은 특유의 록 발라드가 갖고 있는 감성적인 멜로디가 여전히 돋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너무 비슷비슷한 멜로디의 동어반복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도 준다.

 

항간에는 이제 몇 소절의 멜로디만 들으면 그 곡이 김태원의 곡이라는 걸 알아챌 정도라는 얘기도 나온다. 자신만의 풍이 있다는 것은 물론 나쁜 것은 아니지만, 김태원의 최신 곡들을 부활의 초창기 앨범들과 비교해보면 그 날카로운 면들이 많이 무뎌진 느낌을 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노래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여전히 괜찮지만 과거 우리가 부활에서 기타치며 노래까지 하던 김태원의 아우라와 기대감에는 못 미친다는 얘기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태원이 아닌가.

 

여러모로 예능을 하며 음악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게다. 그나마 김태원을 버티게 해준 건 <남자의 자격>을 하며 앞에서 이끌어주었던 이경규라는 존재 덕분이었지만 프로그램이 종영하면서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되었다. 무엇보다 예능 이미지로 자꾸만 굳어지면서 흐려지는 록커로서의 이미지는 부담이었을 게다. 국민 할매라는 친근한 캐릭터는 물론 좋지만 기타를 들기조차 힘들 것 같은 그 이미지는 음악에는 결코 좋을 수 없다.

 

최근 김태원은 모 라디오 방송에 나와 과거 “부활에서 보컬을 마음대로 교체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이 방송에서는 뒷담화를 하던 이승철에게 변진섭이 일침을 가해 머쓱해했다는 이야기도 내놨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나름 쿨하게 과거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얘기한 것이다. 과거 김태원이 <놀러와>나 <라디오스타>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이러한 과거 회고담을 꺼냈을 때만 해도 대중들은 대부분 그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의 대중은 사뭇 달라졌다. 공감도 있지만 비난에 가까운 악플도 적지 않게 보인다.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그것은 김태원이 그간 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출연하면서 너무 많은 말들을 해왔기 때문이다. 예능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것이 무에 잘못됐냐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김태원이라는 아티스트의 색깔을 없애는 쪽으로 작용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중들에게 김태원은 어느 순간 음악은 잘 들리지 않고 말만 무성해진 그런 존재로 이미지화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이라도 예능 중단을 선언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면 이제 말이 아니라 음악에 매진할 일이다. 지금은 대선배들이 여전히 건재함을 알리며 젊은 세대들까지 음악으로 소통하는 시대다. 조용필의 ‘바운스’가 그렇고, 여전히 매력적인 목소리로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고 있는 신승훈의 신보가 그렇다. 부활이 진정으로 부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예능이 아닌 음악으로.

<무릎팍>에 이어 <라스>도 위태로워지나

 

최근 분위기가 심상찮다. 토크쇼의 마지막 보루로까지 여겨졌던 <라디오스타>마저 최근 들어 조금씩 비판적인 시선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안선영이 무심코 던진 속물적인 발언이 대중들의 뭇매를 맞은 데 이어, 사유리와 클라라가 벌인 가슴 대결(?)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전설의 주먹’ 편은 주먹으로 알려진 연예인들의 사실상 해명의 자리였지만 일각에서는 폭력을 미화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항간에는 제작진이 교체되면서 프로그램의 색깔도 자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하지만 여기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본래 <라디오스타>는 속물적인 발언들이 솔직함으로 받아들여지던 곳이었고(김구라를 생각해보라!), 심지어 가슴 대결을 벌여도 그 충분한 재미에 용서가 되던 토크쇼였다. 주먹 이야기는 이미 김진수가 나왔을 때도 나왔던 아이템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갑자기 비판의 강도가 높아진 이유는 뭘까.

 

오히려 이것은 <라디오스타>가 변했다기보다는 대중들이 연예인 토크쇼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비판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재미적인 측면만을 놓고 봤을 때 여전히 <라디오스타>는 속도감 있고 매 순간 빵빵 터트리는 저력을 갖고 있다. 게스트에게 이야기를 듣는다기보다는 저들끼리 수다를 떨면서 심지어 게스트의 이야기를 왜곡하고 과장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라디오스타> 역시 연예인 토크쇼의 한 부류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때 최고의 주가를 올렸고 평도 좋았던 <무릎팍 도사>가 그 주인인 강호동이 복귀하고도 과거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폐지수순을 밟는 건 이 연예인 토크쇼가 이제는 한물 간 트렌드라는 걸 말해준다. MBC 목요일 밤 예능 프로그램의 저주는 <무릎팍 도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폐지될 <무릎팍 도사>의 빈자리를 채워줄 <스토리쇼 화수분> 역시 어딘지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그나마 연예인 토크쇼가 아니라는 것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무려 8년을 장수했던 유재석의 <놀러와>가 폐지된 것은 물론 당시 방송국의 상황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연예인 토크쇼들의 전반적인 추락이다. 5,6%에 머물고 있는 <힐링캠프>를 비롯해 힐링 트렌드로 들어온 <땡큐>는 심지어 3% 시청률까지 떨어져 이제 힐링 트렌드 역시 지나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화신> 역시 4%에서 6% 사이를 오가는 반면 일반인 참여 토크쇼인 <안녕하세요>가 그나마 8%대를 오가는 정도다. 토크쇼, 특히 연예인 토크쇼는 대중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는 얘기다.

 

<무릎팍도사>가 앞에서 끌고 <라디오스타>가 뒤에서 밀어주던 <황금어장>이 토크쇼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대는 조금씩 저물고 있다. 누가 MC를 맡는다고 해도 이 흐름은 거꾸로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토크쇼는 이제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중이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우선 더 이상 말이 잘 먹히지 않는 시대라는 것이 첫 번째 요인이다. 대중들은 방송에 어떤 진정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말보다는 몸으로 더 믿어지게 되었다. 두 번째 요인은 이들 토크쇼들의 주 재료였던 연예인의 이야기라는 소스가 이제는 대중들에게 그다지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연예인에게 관심이 가게 되는 것은 이들을 특이한 상황에 던져놓아 지금껏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발견하는 지점뿐이다.

 

셋째는 스튜디오라는 폐쇄된 공간의 예능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그다지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폐쇄된 공간은 폐쇄된 이야기만을 꺼내줄 뿐이다. 누굴 만날 지 알 수 없고 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상할 수가 없는 야외 버라이어티에 대한 일종의 학습과정을 충분히 밟은 대중들에게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토크쇼는 너무 짜여진 느낌만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토크쇼라는 형식이 멸종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껏 해왔던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토크쇼는 이제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다른 형식과 시공간을 끌어냄으로써 기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뒤집는 실험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저 토크쇼만 내놓으면 기본 시청률을 가져가던 그런 시대는 지났다. <무릎팍 도사>나 <라디오스타>, 혹은 그 어떤 토크쇼든 지금은 새로운 화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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