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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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에 우리가 공감했던 이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8. 5. 08:29
'나쁜 남자', 유리가면 뒤에 숨겨진 자본의 얼굴 '여기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기억에서 조차 사라진 이들은 이렇게 작고 초라한 죽음으로 남아있는데 그들은 죽음으로 몬 사람들은 여전히 평온하다...(중략) 그들에게서 모든 걸 빼앗을 수만 있다면 난 기꺼이 악마이길 선택한다. 신이 그들 편이라면 악마는 나의 편이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나쁜 남자'의 심건욱(김남길)이 살해된 부모의 묘 앞에서 오열하며 하는 이 내레이션은 일종의 선언문 같다. 심건욱은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다른 사람 인생 따위는 벌레보다 더 하찮게 여기는 해신이라는 그 껍데기를 쓴 그 인간들"을 무참히 부숴버릴 것이라 선언한다. 도대체 해신(으로 대변되는 인간들)은 무엇이고, 그들이 심건욱과 그 가족들에게 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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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넘버 원', 사전제작드라마가 아니었다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7. 28. 07:12
'로드 넘버 원'의 높은 완성도와 남는 아쉬움 "봉순아. 보이는 겨. 이놈들이 사람이었구먼. 귀신이 아니고 사람이었어. 얼마나 집에 가고 싶었을까. 얼마나..." 어느 날 갑자기 징집되는 바람에 가족과 헤어져 전장에 와 있는 박달문(민복기) 이병이 적의 참호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도망치지도 못하고 처절하게 죽어간 북한군 병사의 사슬을 풀어주며 하는 대사는 '로드 넘버 원'이 어떤 드라마인가를 잘 드러내준다. '로드 넘버 원'을 가지고 애초에 '반공으로의 회귀'를 걱정했던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전쟁이 있고, 남과 북이 서로 총칼을 들이밀고 싸우고 있지만, 그들에게서 서로에 대한 증오보다 더 절실해 보이는 건 생존이다. 그들이 싸우는 것은 단지 승리를 위한 것만이 아니고,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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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의 급상승, 그 이유와 과제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7. 20. 08:13
'자이언트' 일으킨 가족애, 그 가능성과 한계 '자이언트'의 시청률은 최근 몇 회 동안 갑자기 올랐다. 10% 언저리에 머물던 시청률은 18%대까지 올랐고, 현재는 16%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대작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자이언트'의 초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유는? 국책성 드라마라는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이런 오해는 눈 녹듯 풀렸다. 복마전을 방불케 하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사건들의 연속은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흘러갔다. 강남땅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각축전은 사극의 전투를 연상케 할 정도. 하지만 국책성 드라마라는 오해가 풀리고, 숨 가쁘게 돌아가는 사건의 연속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정체상태였다. 이런 멈춰선 '자이언트'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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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넘버 원', 쿨하지 못해 미안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6. 24. 09:28
'로드 넘버 원'은 시사회에서 한지훈 작가가 말한 것처럼 쿨하지 못하다. 한 작가는 "동창과 친구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자신이 공부했던 학교와 생활한 마을에 폭탄이 터지는" 한국전쟁을 다루는 작품은 할리우드 전쟁 영화처럼 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맞는 이야기다. 도대체 참혹한 전쟁을 다루면서 액션영화처럼 멋진 장면들을 어찌 연출할 수 있을까. 하지만 '로드 넘버 원'이 쿨하지 못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한국전쟁이라는 소재가 가진 함의, 한때 반공용으로 거의 다루어지면서 생겨난 편견, 그런 것들의 강박 때문일까. 이 작품은 서두부터 장우(소지섭)와 수연(김하늘)의 멜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이장수 감독은 "전쟁 같은 멜로"라고 했지만, 그것은 연출과 연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장우와 수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