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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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넘버 원', 쿨하지 못해 미안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6. 24. 09:28
'로드 넘버 원'은 시사회에서 한지훈 작가가 말한 것처럼 쿨하지 못하다. 한 작가는 "동창과 친구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자신이 공부했던 학교와 생활한 마을에 폭탄이 터지는" 한국전쟁을 다루는 작품은 할리우드 전쟁 영화처럼 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맞는 이야기다. 도대체 참혹한 전쟁을 다루면서 액션영화처럼 멋진 장면들을 어찌 연출할 수 있을까. 하지만 '로드 넘버 원'이 쿨하지 못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한국전쟁이라는 소재가 가진 함의, 한때 반공용으로 거의 다루어지면서 생겨난 편견, 그런 것들의 강박 때문일까. 이 작품은 서두부터 장우(소지섭)와 수연(김하늘)의 멜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이장수 감독은 "전쟁 같은 멜로"라고 했지만, 그것은 연출과 연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장우와 수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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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 스토리는 왜 실종되었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6. 22. 11:11
'동이' 27회의 스토리는 무엇이었을까. 장희빈(이소연)이 동이(한효주)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녀가 돌아와도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독약을 마시는 자작극을 벌인 것? 그래서 향후 폐비(박하선)에게 누명을 씌워 아예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던 사건? 만일 이것이 '동이'가 한 회분 사건이라면 이 스토리는 과거 흔하디 흔한 장희빈 이야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물론 '동이'는 스스로 기획의도에서 밝힌 듯이 숙종의 후궁이자 영조의 생모가 될 동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그러면 27회 한 회 동안 동이가 겪은 사건은 무엇일까. 궐 밖으로 도망쳐 가까스로 살아남은 동이(한효주)가 의주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도성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동이는 무수리가 되어 궁으로 들어온다.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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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검프' 앓이를 했던 이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5. 21. 06:46
'검사 프린세스'가 종영했다. 그저 가볍게만 여겨졌던 드라마는 그러나 차츰 진지해지면서 결국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흔히들 이 드라마를 통해 '서변앓이'를 경험했다고들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마혜리(김소연) 옆에 나타나 가벼운 농담처럼 다가왔던 서인우(박시후). 그런 그가 갑자기 사라져버리자 '서변앓이'를 시작했던 마혜리처럼, 그걸 바라보면서 똑같이 '서변앓이'를 했던 시청자들처럼, 이제 '검사 프린세스'의 갑작스럽게만 느껴지는 종영 앞에 뒤늦은 '검프' 앓이를 하는 이유는 왜일까. '검사 프린세스'의 시작은 경쾌하기 그지없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였다. 미니스커트 차림에 "야근을 왜 하냐"며 6시면 땡하고 회사를 나서서는 명품 가방이나 챙겨드는 무개념 검사 마혜리(김소연)는 그 어이없는 행동으로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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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프린세스', 멜로를 보다 사회를 읽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5. 19. 07:35
'검사 프린세스', 소현경표 멜로드라마의 사회성 "좀 전에 골라든 그 수백만 원 하는 가방, 그 동안 당신의 명품들, 인우 인생 짓밟은 대가라는 거 알아요? 인우 거 뺏은 거라는 거." '검사 프린세스'에서 인우(박시후)의 친구인 제니(박정아)가 마혜리(김소연)에게 던지는 이 말은 드라마의 시점을 살짝 돌려놓는다. 그동안 마혜리의 입장에서 진행되어오던 드라마는 제니의 이 역지사지를 제안하는 대사를 통해 인우의 입장을 풀어놓는다. 수백만 원 하는 가방에 명품들 속에서 공주로 검사로 살아오던 마혜리가, 자신의 삶이 사실은 한 가족의 인생을 파탄 낸 대가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를 개인적인 차원을 다루는 멜로에서 사회극으로 옮겨놓는다. 마혜리는 사회화가 덜 된 무개념의 공주 검사로 드라마에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