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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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이런 엄마가 세상에 있을까요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11. 21. 09:32
'천일', 멜로를 넘어 인간을 담다 "제 마음이 어머니 마음과 같습니다." 아들이 급하게 결혼을 서두르는 모습에 아이를 갖게 된 줄 아는 엄마 강수정(김해숙). 그래서 찾아온 그녀에게 임신이 아니라 알츠하이머임을 밝히고, 그러기 때문에 절대로 결혼 같은 건 할 수 없다 말하는 서연(수애). 강수정은 서연의 상황을 안쓰러워하고 안타까워 하지만 아들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자신을 용서하라고 한다. 그러자 서연은 말한다. 자기 마음이 어머니 마음과 같다고. 어찌 보면 흔하디 흔한 멜로드라마의 한 장면 같지만 이 장면이 깊은 감흥을 주는 건 왜일까. 상황은 뻔해도 그 속에 있는 두 인물, 남자의 엄마와 남자의 여자가 서로 자기 입장만 주장하고 대립하기보다는 서로를 깊게 이해하고 오히려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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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일', 추억과 시간에 관한 슬픈 사랑이야기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10. 20. 09:17
'천 일', 얼마나 슬픈 얘길 하려는 걸까 "스토리는 신파지만 이 대목은 들을 때마다 내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아." 나비부인의 한 대목을 들으며 서연(수애)은 지형(김래원)에게 말한다. "신파 싫어하잖아." 지형의 물음에 서연은 스스럼없이 자신의 삶이 사실은 신파였다고 한다. 이 짧은 대화는 이 '천일의 약속'이라는 드라마를 말하는 듯하다. 신파? 신파면 어떤가. 그것이 우리네 인생의 비의를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다면. '천일의 약속'에는 자주 인물들이 드라마에 나오는 상투적인 설정들을 언급한다. 서연은 지형과 감히(?) 결혼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 드라마에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빈부 격차에 의한 부모들의 결혼 반대 같은 걸 찍고 싶지 않아서라고 한다. 향기(정유미)와의 결혼날짜가 정해지자 지형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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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 멜로 없이도 성공한 까닭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3. 11. 06:53
'싸인'이 멜로에 빠지지 않은 까닭 마지막회에 와서야 왜 '싸인'이 많은 시청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멜로를 발전시키지 않았는지를 알 것 같다. '싸인'의 현실 인식은 섬뜩할 정도로 비장하다. '산 자는 거짓말을 하고 망자가 진실을 말한다'는 말은 그저 하나의 수사가 아니라 이 드라마가 가진 비정한 세상에 대한 시각이다. 모든 명확한 심증과 정황을 갖고 있으면서도 권력의 힘을 빌어 증거를 인멸하고 살아남는 범법자들에게, 윤지훈(박신양)이 스스로 '진실을 말하는' 증거로 죽음을 선택한 것은 '싸인'이 전하는 세상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 이렇게까지 해야 겨우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절박한 상황에, 멜로에 빠지는 것 자체가 너무나 한가하고 심지어 이 땅의 수많은 억울한 망자들에게는 죄스럽게까지 여겨졌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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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 무엇이 이 드라마에 빠져들게 하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2. 11. 08:39
'싸인'의 그 많은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것들 '싸인'의 시청률이 드디어 20%를 넘어섰다. 초반 승승장구했지만 차츰 고개를 숙인 '마이 프린세스'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그리고 이것은 최근 일련의 용두사미 드라마들, 즉 초반에 기선을 잡았다가 중반부터 힘이 달려 시청률이 떨어지던 드라마들 속에서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싸인'의 무엇이 우리를 그토록 빠져들게 하는 걸까. 무엇보다 '싸인'의 풍부한 스토리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싸인'은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이어져 있지만, 에피소드가 병렬적으로 소개되는 스토리 구조를 갖고 있다. 어느 스타의 죽음을 다룬 후, 연쇄살인범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어느 기업에서 벌어지는 연쇄 의문사 사건이 이어지는 식이다. 연속극에 익숙한 우리나라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