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거탑>과 <레밀리터리블>의 성공 요인

 

군대 이야기만큼 닳고 닳은 소재가 없지만, 이 이야기만큼 공감가고 관심이 가는 소재도 없다. 대한민국의 건장한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이야기들. 그래서 흔해 빠질 수밖에 없는 군대 이야기의 관건은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할 것인가가 된다. 똑같은 군대 이야기라도 어떤 이들은 군대 문턱에도 가보지 않았던 여성들의 귀까지 쫑긋 세우게 만들지만, 어떤 이들은 지겹게 들은 이야기의 반복으로 여겨지게 만들기도 한다. tvN의 <푸른거탑>과 공군에서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해 만들어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미국 언론에도 호평을 받은 <레밀리터리블>의 성공은 바로 이 스토리텔링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낸 데 있다.

 

'푸른거탑'(사진출처:tvN)

군대 이야기의 대부분은 과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혹한기 훈련을 이야기 하며 오줌만 눠도 얼음이 얼더라는 식의 과장은 당연한 군대 이야기의 양념처럼 들어간다. <푸른거탑>에서 혹한기 훈련을 하며 꽁꽁 얼어버린 야전 화장실의 분변을 곡괭이로 깨며 “젠장 말년에 곡괭이로 언 응가를 깨고 있다니!”라고 외치는 최병장(최종훈)의 한 마디에 어찌 빵 터지지 않을 수 있을까. 혹한기 훈련이라는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지만 그것이 결국 ‘변의 전쟁’ 같은 엉뚱한 일로 비화될 때 웃음은 터질 수밖에 없다.

 

귤 풍년이 군대에 몇 박스씩 들어온 귤을 다 먹어치워야 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태권도 단증을 따기 위해 마치 ‘바람의 파이터’처럼 단련을 하며, 군대에 뒤늦게 들어온 나이 많은 신병이 알고 보니 옛 은사였다는 식의 시퀀스는 군대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들이지만, <푸른거탑> 특유의 과장된 연출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드라마 <하얀거탑>의 패러디는 그 OST를 까는 것만으로도 <푸른거탑>에 충분한 효과를 준다.

 

코미디적인 상황을 가장 잘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결국 ‘서열’ 문화라고 볼 때, <푸른거탑>의 군대나 <하얀거탑>의 의사사회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즉 <하얀거탑>이 그 서열의 권력구조를 심각하고 진지하게 다룸으로써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면, <푸른거탑>은 그 서열 사회를 풍자하고 과장함으로써 웃음을 주는 식이다. <유머일번지>의 ‘동작그만’ 같은 코너를 통해 계급 사회로서의 군대는 그 자체로 웃음의 단골소재로 활용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많던 조폭개그나 기업의 서열개그(이를테면 ‘갑을컴퍼니’ 같은) 역시 이 군대 개그가 가진 계급 사회 뒤집기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힘들었던 군대 시절의 이야기는 회고담 형식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늘 기억의 왜곡을 만들어낸다. 다만 그 왜곡이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군대 이야기의 과장은 어떨 때는 터무니없는 것이면서도 너무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을 확대해서 보여주는 것이 <푸른거탑>의 웃음 포인트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어디 군대 이야기가 그저 웃음뿐일까. 군대 이야기만큼 눈물 나는 이야기도 없다. 그것을 잘 보여준 에피소드가 명절에 어머니의 부음을 듣게 된 백봉기 일병의 이야기다. 군대에서 명절 때가 되면 더더욱 그리워지는 얼굴이 바로 어머니라는 점에서 이 에피소드는 많은 이들의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한편 <레밀리터리블>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레미제라블>이라는 보편적인 콘텐츠를 분단국가인 우리의 군대이야기(그것도 제설작업)라는 특수성으로 해석해냄으로써 유튜브를 타고 글로벌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아예 자막처리가 되어 있다는 점이나 유튜브 같은 신매체를 활용했다는 점은 아예 글로벌한 접근을 의도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의외로 진지하고 잘 짜여진 음악적 구성은 그것이 군인이 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반전의 힘을 발휘한다.

 

끝도 없는 활주로 제설작업을 하는 이등병을 장발장으로, 눈길을 뚫고 달려온 여자친구를 코제트로, 또 이들 사이를 가로막고 제설작업을 요구하는 당직사관을 자베르로 패러디한 점은 실로 절묘하다. 이미 유튜브 조회수 300만 건을 돌파한 이 패러디 동영상은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 경감 역을 맡았던 러셀 크로우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리트윗하면서 해외의 관심이 급증했다고 한다. <레밀리터리블>은 군복에 가려진 군인들이 보여준 창의적인 작업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새롭다.

 

한없이 웃기다가도 때론 한없이 슬퍼지는 <푸른거탑>이나, 제설작업이라는 군대의 상황을 <레미제라블> 콘텐츠로 패러디해낸 <레밀리터리블>은 모두 군대 이야기라는 닳고 닳은 소재도 어떻게 스토리텔링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짧지만 강력한 <푸른거탑>의 에피소드들이나 <레밀리터리블> 같은 동영상은 그래서 이미 많이 차용된 이야기 소재들이라고 해서 모두 식상한 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섣부른 오해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관건은 결국 스토리가 아니라 텔링에 있는 것이니까.

왜 패러디를 패러디로 못볼까

 

‘전통적인 사상이나 관념, 특정 작가의 문체를 모방하여 익살스럽게 변형하거나 개작하는 수법.’ 다소 문학적인 틀에 갇혀 있던 이러한 패러디의 고전적 의미는 현대에 들어서는 다양한 영상물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표현기법 중의 하나가 되었다. 표절과 헷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원본이 전면에 드러나느냐 아니냐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알다시피 패러디는 원본이 있다는 것을 수용자가 인지해야 가능한 기법이다. <짝>을 같은 서체로 <쨕>이라고 쓰고 그 형식을 가져오면 누구나 그것에서 <짝>이라는 원본을 떠올릴 수 있다. 따라서 패러디에서 원본은 늘 전면에 내세워진다. 반면 표절은 늘 원본을 숨긴다. 그저 가져다 도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본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 교묘하게 위장술을 펴는 것. 그것이 바로 표절이다.

 

아예 19금을 전면에 내세운 <SNL코리아>의 경우, 패러디는 빼놓을 수 없는 표현 기법 중 하나다. 하지만 이 <SNL코리아>의 패러디가 영 불편한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최근 <짝>을 패러디한 <SNL코리아>의 <짝> 재소자 특집이 SBS로부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소송당한 데 이어,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안건으로 오른 것.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은 국감장에서 “박근혜 후보로 등장하는 출연자가 욕을 많이 하고, 안철수 후보로 등장하는 출연자는 순하고 욕을 많이 안하는 것으로 표현됐다. 이미지가 시청자들에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여의도 텔레토비>에 문제로 지목하는 것은 이 욕설과 관련한 ‘방송언어위반’ 및 ‘후보자 품위 손상’ 등이다. 물론 여기에 대해 <SNL코리아> 측은 “특정 후보를 비하, 비방, 폄하할 의도가 없다”며 “단순 정치 풍자”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패러디라는 것이 본래 그 기법 속에 권위에 대한 해체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때로는 그 패러디의 대상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의도적인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SNL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의 목적이 정치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사실상 거기 등장하는 다른 후보들의 패러디 역시 비슷한 강도로 희화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텔레토비>의 목적은 예능의 목적, 즉 재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패러디가 만들어내는 권위 해체와 희화화는 좀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그 패러디 대상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 즉 그만큼 대중들의 정서와 문화를 위해 기꺼이 한 몸 망가진들 무슨 상관이랴 하는 열린 자세를 거기서 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패러디는 그 대상이 되는 것만으로도 그 권위를 인정받는 셈이 되기도 한다. 즉 전술한 대로 패러디는 원본을 전제하고, 그 원본이 드러나야 비로소 기능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잘 알고 있고 권위 있는 원본이 대상이 되곤 한다. 물론 그 권위에도 차이는 있지만.

 

<SNL코리아>에서 ‘토론배틀’로 패러디 대상이 된 진중권은 패러디에 대처하는 좋은 예에 해당한다. 이 코너에서 진중건(진중권의 패러디)은 상대가 아이든 아줌마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논리를 들어 상대방을 깨는 모습을 보여준다(그래서 그의 닉네임도 ‘모두까기’다). 여기에 대해서 진중권은 자신의 트위터에 ‘저 역은 원빈이 해야 하는데 섭외가 안 됐나 봐요’라는 글을 남겨 오히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패러디가 준 웃음에 웃음 하나를 덧붙인 셈이다.

 

패러디는 힘없는 서민들의 문화다. 권위 없고 힘없는 그들이 권위 있는 원본을 비틀고 풍자하는 것으로 어떤 자신들만의 새로운 재해석을 붙이는 그런 문화. 물론 어떤 패러디는 그 대상을 아프게 만들기도 하지만, 권위 있는 분들이 서민들을 위해 이 정도를 허용해주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일까. 정치가 기꺼이 제 몸을 풍자와 패러디의 대상이 되어주어, 작게나마 힘겨운 서민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들은 진정 서민들에게 그만한 웃음을 준 적이나 있단 말인가.


패러디의 힘을 가장 잘 활용한 '나도 가수다'

'나도 가수다'(사진출처:MBC)

패러디는 낮은 자의 전술이다. 즉 아무 것도 없는 자들은 권위 있는 어떤 것을 끌어와 패러디를 함으로써 시선을 집중시키고 동시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나도 가수다'는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를 패러디한다. 신정수 PD가 '신들의 공연'이라고 추켜세웠던 그 무대. '는'이라는 조사를 '도'로 바꾼 것뿐이지만 그 뉘앙스가 주는 절절함은 이 사골 같은 개그의 밑바탕이 된다.

'나도 가수다'에서 이소라를 패러디한 이소다(김세아)는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한다. "공연장에 와주신 관객여러분 그리고 청중평가단 여러분... 어디 계십니까?" 그렇다. 그들이 선 무대에는 관객도 청중평가단도 없다. 물론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도 많지 않다. '나도 가수다'가 코너로 들어있는 '웃고 또 웃고'는 금요일 자정 12시35분에 편성된 프로그램. 시청률은 2%대로 거의 케이블 수준이다. 그러니 이소다의 이 한 마디는 늦은 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된 시청자를 빵 터지게 만든다. 그것이 스스로의 처지를 가장 잘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가수다'는 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자신들의 개그 무대를 패러디 대상으로 올린다. 즉 패러디라면 희화화되는 대상이 있기 마련인데, 물론 이 코너는 '나는 가수다'를 희화화하는 것이 아니다. 늦은 밤 아무도 보지 않아 관심조차 없는 자신들을 희화화한다. '나는 가수다'라는 놀라운 가창력의 가수들을 패러디해야 먹고 살 수 있는 그 어려움을 드러낸다. 임재범을 패러디하는 정재범(정성호)은 그가 단 세 곡을 부르고 자진 하차했다는 데서 소재고갈로 인한 위기를 토로한다. 또 박정현을 패러디하는 방정현(정명옥)은 이 장수가수(?)로 인해 소재고갈의 문제는 '해피'하지만, 그 절정의 가창력을 패러디하는 데 전혀 비슷하지 않다는 난점을 토로한다. 이 자신의 처지를 희화화하는 모습은 '나는 가수다'의 장면들과 병치되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이 패러디 개그가 가진 강점은 그 간결한 형식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코너는 패러디 대상이 '나는 가수다'이기 때문에 노래를 바탕으로 깔고 그 중간 중간에 인터뷰를 삽입한다. 절묘하게 패러디되는 노래를 듣는 즐거움과 함께 인터뷰 속에 담긴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이 형식은 그 간결함 덕분에 인터넷 동영상으로서의 강점을 확보한다. 자정 시간대로 밀려 아무도 보지 않는 이 코너가 인터넷에 확산되는 전략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데는 이 앞뒤 없이 뚝 잘라놔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단출한 형식 덕분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패러디가 멋지다고 해도 거기 깔린 패러디의 메시지가 참신하지 않았다면 이토록 공감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가창력 빼고는 놀랄 만큼 비슷한 이들의 패러디는 그들의 위태로운 처지와 맞물리면서 웃음과 함께 묘한 페이소스를 남긴다. 정재범이 말끝마다 "웃겨야죠"하고 말하면서 아무도 보지 않는 그 생존의 무대 위에서 누군가를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드러내는 건 우습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을 찡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해서 '나도 가수다'라고 얘기하지만, 이 코너의 진짜 제목은 '나는 개그맨이다'라고 여겨지게 된다. 거기서 개그맨들이 절절함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나도 가수다'는 짧고 단출한 형식이지만 '나는 가수다'를 우리고 우려 또다시 재창조해낸 사골 같은 개그다. 거기에는 최정상 실력파 가수들과의 비교점에서 희화화되는 개그맨들의 진한 웃음이 있고, 여기에 아무도 없는 무대 위에서 다음 무대를 걱정하는 그들의 절실함이 뒤섞여 아주 깊은 맛은 낸다. 그러니 '나도 가수다'를 그저 잘 나가는 프로그램에 기대 살아가는 프로그램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바로 그 상황 자체까지를 진솔하게 드러내는 이 개그는 어쩌면 그 패러디가 가진 힘을 가장 잘 활용하고 적용한 사례가 될 테니까.

‘무한도전’, 패러디의 역사를 쓰다

“아버님은 일본 분이시잖아요?” ‘무한도전’에서 정형돈이 정준하에게 여자친구의 아버님에 대해 이렇게 물었을 때, 인터뷰 모양새로 이것저것 물어보던 분위기는 싸해졌다. 그 아버님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 때 마침 이런 자막이 나와 상황을 정리한다. ‘형돈의 말 한마디에 분위기 올킬.’ 만일 이 자막에 웃음을 터뜨린 분들이라면 아마도 여기 등장한 ‘올킬’이라는 단어에서  저 ‘야심만만2’에서 새롭게 시도하다 사라진 올킬 시스템을 떠올렸을 것이다. ‘무한도전’은 이처럼 이제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이든, 이미 사라져버린 포맷 형식이든 상관없이 거의 무제한적으로 패러디의 소재로 받아들인다.

박명수가 ‘거성쇼’의 오프닝을 보여줄 때, 유재석이 “형 이건 자니 윤 선생님이 하던 거 아냐?”하고 물어본 것처럼, ‘거성쇼’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버린 트렌드인 자니 윤쇼를 패러디한다. “뉴칼레도니아 센시티브 모이스처라이징 딥클린 수딩 페이셜 포밍 클린징 이태리 타월.” 이렇게 숨가쁘게 긴 이름을 쏟아낸 미스 무한도전 진 정준하는 “제가 뭐 그렇게 빼어나게 예쁜 얼굴이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며 모 화장품 광고를 패러디한다. 이어지는 광고(패러디)에서도 정준하는 ‘어휴젠 편집의 여신’이라는 제목으로 ‘팡팡 터져라 애드립의 여신’을 연발하며 김연아가 나왔던 광고를 패러디한다.

소녀시대를 게스트로 초대해 박명수가 진행하는 것은 다름아닌 ‘불후의 명곡’을 패러디한 ‘불혹의 명곡 베스트5’다. ‘거성쇼’에 이어서 소녀시대와 함께 한 여성의 날 특집 편에서도 패러디는 진행형이다. 여성의 날의 의미를 설명하는 유재석의 동작을 소녀시대가 따라하자 어김없이 ‘지금은 유반장 시대’라는 자막이 붙는다. 이것은 다름 아닌 소녀시대를 패러디한 것이다. 거리 인터뷰에서도 유재석은 특유의 재치로 “달려가는 여성시대-”의 노래를 불러 동명의 라디오 코너와 그것을 패러디한 박지선의 개그를 패러디하고, 노홍철이 소녀시대를 카페로 데리고 가 수작을 걸려하자, ‘너 지금 연애편지 찍니?’하는 자막이 붙는다.

‘무한도전’의 패러디 활용은 단지 그 회에 한정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무한도전’이 지금껏 걸어온 길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 역사가 패러디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최근에 했던 ‘애너gee - 중년시대’는 소녀시대 ‘gee’의 패러디였고, ‘쪽대본 드라마 특집’은 ‘꽃보다 남자’, ‘아내의 유혹’같은 작금에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들이 패러디 대상이 되었다. 물론 그 전에 했던 봅슬레이 특집 역시 넓게 보면 영화 ‘쿨러닝’의 패러디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패러디의 대상은 시사 프로그램에서부터 각종 영화들, 시상식, 예능 프로그램까지 거침이 없었다.

‘무한도전’이 이처럼 패러디를 그 웃음의 전략에 있어 중심에 세워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무한도전’이 주창하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캐릭터와 패러디 문화의 상관성에서 비롯된다. 패러디는 약자의 전략이다. 강자인 원본이 가진 힘을 약자의 위치에서 살짝 비틀어 재해석함으로써 원본을 넘어서려는 전략인 것이다. 따라서 ‘무한도전’의 평균 이하 캐릭터는 이 약자로서의 전략을 취함으로써 쉽게 대중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무한도전’의 패러디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은, 최근 들어 폭발적인 양상을 띄고 있는 패러디 문화와도 맞닿는 부분이다. 패러디는 이제 특정 전문가들이 하는 작업이 아니라 생활 속으로 들어온 일상 같은 것이 되었다. 누구나 쉽게 디지털 영상을 구할 수 있고 그것을 손쉽게 컴퓨터로 편집해서 새로운 영상을 만들 수 있으며, 또 그것을 누구나 배포할 수 있는 지금 패러디는 문서 작업만큼이나 익숙한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무한도전’이 보여주는 패러디는 바로 그 변화된 양상의 적극적인 수용일 수도 있고, 혹은 주도적인 제안일 수도 있다. 이어지는 ‘무한도전’의 ‘그 때를 아십니까 - 육남매’편 역시 MBC 드라마 ‘육남매’의 패러디로 보여진다. ‘무한도전’의 패러디 무한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무한도전’ 그 패러디의 역사

31부. 무한소년체전 특집 : 소년체전
34부. 연말특집 무한도전 어워드 : 연말 시상식
42부. 무한도전 100분 토론 : 100분 토론
44부-47부. 무한도전 드라마 특집 : 드라마
54부. 무한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 : 미스 코리아
62부. 강변북로 가요제 본선 : 강변 가요제
64부. 개그 실미도 : 영화 ‘실미도’
66부. 워터보이즈 특집 : 영화 ‘워터 보이즈’
75부. 환장의 짝꿍 : 환상의 짝꿍
77부. 준하인스워드 특집 : 하인스 워드
80부-82부. 댄스스포츠 특집 : 영화 ‘쉘 위 댄스’
102,103부. 경주 보물찾기 특집 : 리얼 타임 액션 스릴러
105부. 어린이날 기념 무한 창작 동요제 : 창작 동요제
107부. 기네스 기록도전 특집 : 기네스
108부. 무한도전 가족의 탄생 : 영화 ‘가족의 탄생’
110,111부.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112,113부. 우리 미팅했어요 : 우리 결혼했어요
115부. 태리비안의 해적 :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116부. 좀비 특집 : 영화 ‘28일 후’
120부. 다찌지리와 리 : 영화 ‘다찌마와리’
121부. 추석과 전쟁. 며느리가 뿔났다 : ‘엄마가 뿔났다’
127부. on air - 매니저가 돼봐라 : ‘온에어’
138부. 무한도전 봅슬레이에 도전하다 : 영화 ‘쿨러닝’
141부. 쪽대본 드라마 특집 : ‘꽃보다 남자’, ‘아내의 유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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