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그 게임도구의 진화과정
단순해보였던 <런닝맨>의 이름표는 끝없는 진화를 거치면서 이 실전게임에 엄청난 변화를 가능하게 했다. 처음에는 그저 떼어지면 죽음을 의미하는(?) 한 출연자의 생명을 의미했지만, 그 뒤에 스파이를 붙이자 게임은 복잡해졌다. 또 커다란 이름표와 작은 이름표로 둔갑하면서 생존가능성의 크고 작음을 나타내기도 했고, 떼도 떼도 또 이름표가 있는 식의 이른바 좀비 이름표도 생겼다. 때론 ‘반사’의 의미로 뗀 사람을 오히려 죽게 만드는 기능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이름표 하나가 보여주는 이런 무수한 변화들은 <런닝맨>이 달려온 길을 잘 말해준다. 게임의 진화. <런닝맨>이라는 놀라운 예능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말이 아닐까.
'런닝맨'(사진출처:SBS)
이런 도구의 진화는 물총도 마찬가지다. 오래도록 장전해서 쓸 수 있지만 노출되기 쉬운 커다란 물총이 있는 반면, 손아귀에 쏙 감춰져서 스파이 미션에 어울리는 물총도 있다. 물총에 들어가는 물약 또한 그저 물에서부터 시작해 색깔이 있는 물약으로 진화하더니, 한 단계 더 나아가 맞을 때는 표시가 났다가 조금 지나면 사라져서 자신이 물총에 맞은 것을 모르게 하는 용도의 물약도 나오게 되었다. 이름표과 물총, 그리고 추격전을 더 긴박하게 만드는 방울은 <런닝맨>의 기본 게임도구지만, 그 하나하나의 아이템이 이런 끝없는 진화과정이 들어있었기에 지루하지 않은 게임이 될 수 있었다.
초창기 조금은 단순했던 보물찾기 게임에서 보물의 기능을 했던 런닝볼은 최근에는 런닝맨 머니나 R스티커, 007가방 같은 새로운 아이템들이 등장하면서 좀 더 복잡한 게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즉 마치 블루마블 같은 머니 게임 형식처럼 경제 개념(?)을 놀이에 넣음으로써 얻은 돈으로 어떤 물품(공격기구나 방어기구 같은)을 구입하느냐에 따라 놀이의 성패가 달라지게 했던 것. 제주도에서 한지민을 게스트로 초대해 벌인 ‘휴가비 사수’ 게임에서는 돈을 모아서 추가 이름표(생명 연장)를 사기도 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R스티커, 007가방은 흔히 RPG게임에서 보는 이른바 ‘아이템’을 현물화한 것이다. 그 안에 혜택 혹은 불리한 조건을 적어 넣음으로써 그걸 열어보는 이의 캐릭터에 영향을 미치게 만드는 게임 도구다. <런닝맨>의 조효진 PD는 R스티커의 흥미로운 탄생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해외에 촬영 갈 때마다 가방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공항에서 잃어버릴까봐 R스티커를 붙여놓았던 게 이렇게 프로그램에서 게임 도구로 활용되게 되었죠.” <런닝맨> 제작진들의 프로그램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일상화되어 있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초기에 사용되었던 무전기(이것은 최근 들어서는 잘 활용되지 않고 있는데 그것은 스파이 미션처럼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지도나 내비게이션, 게임에 활용되는 딱지부터 제기, 주사위, 말판 등등 게임도구들은 사실 우리 주변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모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많은 것들을 <런닝맨>이 실제로 게임의 스토리 속에 잘 녹여내고 있다는 점일 게다.
도구의 진화는 그걸 활용하는 이들의 진화를 뜻한다. 즉 게임 속에서 게임도구가 진화하면 캐릭터들도 진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수히 많은 도구들이 활용되었고, 그 도구들이 또한 계속해서 진화하면서 다양한 쓰임새가 만들어졌다. 이것은 <런닝맨>이라는 게임 버라이어티를 진화시킨 동력이면서도, 동시에 <런닝맨>만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런닝맨>의 진화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장담할 수 있는 건 바로 이 무수한 진화된 도구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진화된 도구들 속에 숨겨진 노력을 발견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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