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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괜찮아 사랑이야', 괜찮아 조인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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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랑이야', 조인성이 이렇게 연기를 잘 했나

 

조인성이 이렇게 연기를 잘 했었나? 역시 연기력은 좋은 작품을 만날 때 폭발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보여주고 있다. 조인성은 잘 생긴데다 바람기마저 있어 보이는 거의 아이돌에 가까운 추리소설 작가로 등장하지만 어느 순간 한 여자를 향한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는 남자로, 또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로 정신분열을 겪는 극단적인 캐릭터로 변주되더니 결국 이를 극복하고 이 모든 캐릭터를 하나로 묶어내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다.

 

'괜찮아 사랑이야(사진출처:SBS)'

정신분열로 장재열(조인성)이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고, 그 자신을 투영시켜 만든 한강우(디오)가 삼거리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장면은 그가 병을 극복해낼 것이라는 암시를 주기에 충분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치던 장재열이 맨발이었다는 점과, 자신이 만든 환영인 한강우 역시 맨발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해낸 건 그가 이 두 존재를 하나로 끌어안을 수 있게 된 단서가 된다. 각각의 캐릭터로 존재하며 분열되어 있던 자아가 장재열이라는 한 사람으로 묶여지는 것.

 

결국 장재열이 정신분열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 그 트라우마 속에 비틀어진 자기 자신을 이해해야만 했다. 그래서 상처투성이 한강우의 맨발을 장재열이 씻겨주는 장면은 자기가 자신의 아픔을 다독이는 장면이 된다. 물론 드라마는 장재열과 한강우의 캐릭터를 나누어놓지만 결국은 그것이 장재열의 내면이 확장된 장면들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그를 연기해내는 조인성은 사실상 자신 속에 있는 여러 캐릭터들을 동시에 염두에 두어야하는 연기를 해야만 한다.

 

장재열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조인성이라는 연기자가 꽤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갖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는 건 그래서다. 그는 더 이상 외모가 수려한 조각미남의 틀에 갇히지 않는 배우가 됐다. 그 틀 속에 꿈틀대는 아픔과 상처가 조금씩 밖으로 비어져 나올 때 조인성의 또 다른 모습들이 발견되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운명적 멜로의 남자 주인공 역할에 딱이지만, 이 작품을 통해 다분히 날카롭고 강하며, 때로는 연민이 느껴질 정도로 가녀린 인물을 그 속에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연기자는 어쩌면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여러 자아를 갖고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은 조절되지 않고 그를 지배할 때 정신분열이 되겠지만, 완전히 캐릭터에 빙의된 연기자를 보며 소름이 돋는 것은 거의 그 정신분열의 단계를 보듯 전혀 다른 모습들이 연기를 통해 보여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정신분열이 아니라 연기가 되는 것은 연기자가 그 많은 자신 속의 다른 모습 역시 또 다른 나라는 걸 인정하고 다독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조인성과 장재열은 닮았다. 조인성은 장재열이라는 역할을 통해 다양한 자신의 모습을 끌어내 연기라는 영역을 확장시켰고, 장재열은 분열된 자아를 또 다른 나로 인정함으로써 그 병을 이겨내고 있다. 우리네 삶의 어려움이란 어쩌면 한 사람 속에도 이처럼 많은 자아들이 서로 부딪치고 갈등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잘 화해시키고 하나로 껴안아주었을 때 상처는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괜찮아 사랑이야>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장재열을 정신분열의 늪에서 꺼내주는 구원의 손길은 다름 아닌 주변 사람들의 사랑이다. 그들의 끝없는 관심과 애정 어린 조언들이 있었기 때문에 장재열은 조금씩 그 늪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마도 조인성이라는 배우가 이처럼 깊어진 연기의 맛을 보여준 것 역시 작가와 PD 그리고 동료 연기자들은 물론이고 그를 늘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대중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괜찮아 사랑이야>라는 드라마는 그래서 조인성에게 남다른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많은 모습들을 하나로 묶어내며 괜찮은연기자 조인성을 발견하게 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