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났다' 아직은 어색한 VR기술, 그래서 더 절절했던 건
딸들은 아빠가 VR을 통해 엄마를 다시 만나는 걸 반대했었다고 한다. 머리에 이상한 VR기기를 쓰고 사별한 엄마를 다시 만난다는 것. 어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지만 아빠의 엄마를 다시 보고픈 마음은 그런 이상함도 뛰어넘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림자라도 보고 싶을 정도로.
MBC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가 시즌2로 돌아왔다. 지난해 먼저 보낸 나연이를 VR로 다시 만난 엄마의 절절한 모습으로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그 특별한 다큐멘터리의 시즌2다. 이번에는 아내와 사별한 후 다섯 아이를 홀로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김정수씨가 주인공이다.
아이들의 기억에도 너무나 금슬이 좋았던 아빠와 엄마. 딸들은 "둘이 매일 착 붙어서" 뽀뽀를 수시로 했던 두 사람의 남다른 사랑을 기억했다. 그러니 처음엔 반대했지만 "마지막 소원"처럼 말하는 아빠의 마음에 이상해보이지만 이 특별한 재회를 받아들였을 게다.
아이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엄마는 아픈 모습이었다. 그것이 못내 아플 수밖에 없어서였을까. 아이들은 엄마를 기억하는 걸 피하고 있는 듯했다. 아빠는 아이들에게도 건강한 모습의 엄마를 만나게 하고 싶어 했다. 갑작스럽게 떠나버린 사별. 그 어떤 사별이 준비할 수 있겠냐마는, 아빠는 아마도 이런 기회를 통해서 자신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도 엄마와의 제대로 된 이별을 하고 싶었을 게다.
방송은 MBC 특수영상팀에서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가족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VR을 준비하고, 아내의 모습과 목소리를 재연해가는 과정을 짧게 보여주는 대신, 김정수씨와 그 아이들의 일상과, 그 일상에 현재는 부재하지만 늘 함께 했었던 아내이자 엄마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반추해가는 과정들을 길게 보여줬다.
특수영상팀의 VR 제작에서 넘어야할 숙제는 평소 김정수씨 부부의 남다른 금슬이었다. 아이들 앞에서도 수시로 뽀뽀를 하고 팔베개를 하고 같이 잠이 들 정도로 스킨십이 일상이었던 부부. 가상현실을 통한 재현에서 그저 바라보는 것만이 아닌 만지고 팔베개를 하고픈 그 마음까지 실현시켜주는 일은 기술적인 숙제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기술적인 문제와 그걸 뛰어넘는 VR의 실감 그 자체보다 이 다큐멘터리가 주목하는 건 그 과정을 통해 사별한 한 사람에 대해 가족들이 갖는 절절한 그 마음이다. 어찌 보면 어색하게 느껴지고 나아가 딸들이 애초 반대했던 것처럼 이상한 경험일 수 있는 VR 재회의 빈 구석을 채워주고 있는 건 그렇게라도 아내를 다시 만나고픈 남편의 마음이고, 그 아빠를 이해해가는 아이들의 마음이니 말이다.
사실 VR 기술을 통해 사별한 이를 다시 만나는 이런 시도는 그만한 윤리적인 문제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무엇을 지향하느냐가 아닐까. <너를 만났다>는 아직 그 기술이 완벽하지 않아 어색할 수밖에 없는 영상을 보여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어색한 영상 속에서도 그걸 진짜처럼 실감하며 아내를 다시 만나는 남편의 모습은 그래서 그 커다란 마음이 더욱 절절하게 느껴진다. 과연 그와 아이들은 사별한 아내이자 엄마와의 아름다운 재회와 이별을 경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경험은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전해줄까. 조금은 어색해 보이는 VR 영상을 통한 재회의 과정은 어쩌면 우리가 늘 옆에 있어 당연한 듯 여겼던 사람들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갖게 해줄지도 모른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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