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예능의 올림픽특집, 그들도 할말은 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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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의 올림픽특집, 그들도 할말은 있다

D.H.Jung 2008. 8. 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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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방송 지원하는 예능의 고육지책

올림픽 시즌에 예능 프로그램도 예외일 수는 없었나. 예능 삼국지를 방불케 하던 주말 밤 예능 프로그램들의 경쟁은 시들해졌고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도 높아졌다. 올림픽 방송에 밀려 결방되기도 하고, 방송이 된다해도 올림픽 특집으로 본래의 특성이 사라져버리니 열렬한 지지층들의 반발을 사게 된 것이다.

‘무한도전’은 올림픽 특집으로 무한도전식의 ‘이색올림픽’을 보여주었다. 종목은 지압판 멀리뛰기, 상대방의 상의를 벗기는 유도경기, 100m 복불복 달리기, 땅 짚고 헤엄치기, 역기 들어 엉덩이에 낀 젓가락 부러뜨리기 같은 기상천외한 것이었다. 몸 개그가 프로그램의 컨셉트였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긴장감 넘치는 올림픽 경기가 치러지고 있는 상황에 우스꽝스런 이색올림픽의 면면이 유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상황은 ‘1박2일’도 마찬가지. 지난주에 있어 2회 연속으로 1박은 하지 않고 운동에 열중한 ‘1박2일’은 심지어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지난주 여자 대표팀과의 축구경기는 슛돌이 성인버전이라는 얘길 들었으며, 이번 주 배드민턴, 양궁, 탁구 경기가 나가자 ‘무한도전’을 보는 것 같다며 “여행은 언제 가냐”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같은 시간대인 SBS의 ‘패밀리가 떴다(일요일)’와 ‘스타킹(토요일)’은 올림픽 특집방송을 하지 않고 본래 하던 식으로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올림픽 시즌에 이들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의 성적표를 보면 ‘일요일이 좋다’가 21.6%(AGB 닐슨)로 수위를 차지한데 비해 ‘해피선데이’는 17.6%를 차지했고, ‘스타킹’이 13.8%를 차지한 반면 ‘무한도전’은 13.6%를 기록했다. 시청률도 떨어지고 프로그램 이미지도 떨어뜨리는 예능의 올림픽 특집은 단순하게 비교해도 남는 장사가 아니다. 게다가 이러한 올림픽 특집을 위해 특별 게스트를 모시는 일도 그대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쉽지 않다. 그렇다면 모든 게 불리하고 힘든 상황에서 왜 예능 프로그램은 올림픽 특집을 하는 것일까.

이유는 올림픽 방송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지난 주 ‘1박2일’은 여자축구대표와의 축구경기를 하면서 이어지는 ‘한국 대 이탈리아’의 축구경기를 KBS와 함께 하자는 식의 멘트를 집어넣었다. 이어진 방송 3사의 축구경기 중계 경쟁에서 KBS는 15.8%로 수위를 차지했다. 한편 ‘무한도전’멤버들이 해설자로 나선 MBC‘여자 핸드볼 한국 대 헝가리전’은 17.1%로 시청률에서 압승을 차지했다. 올림픽 방송을 지원하기 위해서 대표 예능 프로그램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올림픽 특집을 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올림픽 특집은 방송사의 올림픽 방송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능 프로그램은 억울할 뿐일까. 해석에 따라 상황은 거꾸로 역전되기도 한다. ‘무한도전’의 이색올림픽이 비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의 핸드볼 중계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색올림픽이 ‘무한도전’의 올림픽 방송을 위한 일방적인 지원사격이었다면, 핸드볼 중계는 올림픽 방송과 ‘무한도전’ 양자가 비교적 적절히 시너지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지금 올림픽 시즌을 맞이해 예능 프로그램들은 어쩔 수 없이 올림픽 특집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것을 가지고 초심 운운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들도 방송국이 명운을 걸고 하는 올림픽 방송에서 열외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좀 남다른 대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국가적인 스포츠 행사가 벌어지면 통상적으로 나오는 거의 똑같은 포맷의 특집 구성은 분명 비판을 벗어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