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무한도전’과 여자 핸드볼, 최선이 최고를 만든다 본문

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무한도전’과 여자 핸드볼, 최선이 최고를 만든다

D.H.Jung 2008. 8. 2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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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과 우리 생애 최고의 팀의 만남

이제 ‘무한도전’의 소소한 도전은 시시해졌다. 그만큼 ‘무한도전’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큰 이벤트를 만나면 ‘무한도전’의 도전은 빛을 발한다. 베이징 올림픽을 맞아 우리 생애 최고의 팀, 여자 핸드볼 팀의 경기를 해설하고 응원한 ‘무한도전’의 스포츠 해설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왜 하필 여자 핸드볼 팀이었을까. 사실 거의 모든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각각의 드라마를 갖고 있지만 여자 핸드볼 팀이 가진 드라마가 그만큼 독보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통해 널리 알려진 그 드라마가 베이징의 핸드볼 경기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한번 출전하기도 힘든 올림픽에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이번 베이징 올림픽까지 무려 다섯 차례나 출전한 오성옥 선수는 경기장에서 뛰었고, 그녀의 단짝이던 임오경 선수는 이제는 핸드볼 해설자로서 함께 뛰며 웃고 울었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공식기능인 정형돈과 속사포 노홍철이 보조해설을 하고, 나머지 팀원들은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올림픽 중계가 가진 생방송의 묘미는 ‘무한도전’이 가진 리얼 버라이어티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출연진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흥미진진한 긴박감과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무한도전’의 캐치 프레이즈는 올림픽 정신과도 맞닿았고, 그것은 고스란히 최고의 조건은 아니지만 최선을 통해 최고가 된 여자 핸드볼 팀과도 잘 어울렸다.

또한 ‘무한도전’의 이번 도전을 통해 보여진 스포츠 중계의 이면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경기 이상으로 긴장감 넘치는 해설자들의 노력이 ‘무한도전’의 카메라에 잡혔고 그것은 아나운서들의 친근한 실제 모습들과 어우러지면서 스포츠 중계가 갖는 묘미를 시청자에게 전해주었다.

‘무한도전’이 해설자로 나선 헝가리전에서 승리한 우리 선수들은 열띤 응원전을 벌인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의 존재를 알아채고는 서로 손을 흔들어주는 장면을 연출했다. 거기에는 끝없는 도전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네들의 말하지 않아도 아는 교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그 날 노르웨이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결승진출이 좌절된 우리 생애 최고의 팀은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승리가 거의 확정된 임영철 감독은 올림픽에 수 차례 나와 고된 훈련과 힘겨운 경기를 매번 훌륭하게 뛰어준 고참 선수들로 경기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해 그들에게 ‘생애 최고의 1분’을 선사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금메달보다 더 값지다는 것. ‘무한도전’의 여자 핸드볼 팀과의 만남은 여자 핸드볼 팀에게나 ‘무한도전’팀에게나 바로 그것을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