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방송의 메시지, 1등만이 살아남는 사회
올림픽 방송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네 특유의 쏠림 현상의 하나일까. 박태환이 400m 수영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땄던 지난 10일 뉴스의 반 이상을 차지한 것은 박태환 관련 소식뿐이었다. 그나마 타종목이 소개된 것은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 소식이었고 나머지 올림픽 관련 소식은 묻혀버렸다.
이런 사정은 뉴스뿐만이 아니었다. 방송3사는 경쟁하듯이 박태환 경기를 재차 삼차 방송했고, 올림픽 광고 방송에서도 똑같은 박태환의 ‘금메달 수영’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각종 CF에서도 박태환 영상을 광고로 전환해 보여주는 발빠른 행보를 취하면서 TV는 온통 박태환으로 뒤덮였다.
박태환과 줄을 대려는(?) 마케팅 역시 연예계에서 봇물을 이뤘다. 박태환의 인기를 영화 홍보에 활용하고, 저네들의 음악 홍보에 활용했다. 연예인들은 너도나도 박태환의 미니홈피에 들어가 응원메시지를 남기고 이상형이라는 투의 글을 남겼다. 연예인도 응원을 할 때는 한 일반인으로 볼 수 있으니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응원 메시지가 대부분 박태환이나 금메달을 딴 선수들 같은 일부에 쏠린다는 점이다. 연예인들의 행보는 일반인들의 쏠림을 더욱 가중시킨다.
방송3사가 똑같은 경기를 같은 시간대에 모두 내보내는 것도 지나친 전파 낭비로 보인다. 지난 7월 합의했던 방송3사 간의 순차방송은 깨진 지 오래고, 이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같은 시간대에 어느 방송을 틀어도 같은 스포츠경기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달랑 3개 있는 공중파가 모두 같은 방송을 틀어주는 이 기막힌 상황은 조금만 올림픽과 거리를 두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각종 기사들과 방송들도 모두 올림픽 관련 아이템을 잡아넣어야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 포털 사이트의 뉴스들을 클릭하다 보면 거의 대부분이 올림픽, 그 중에서도 금메달 관련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이 글조차도 그런 강박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박태환 선수 혹은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 소식은 물론 충분히 조명해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이처럼 모든 것을 한 곳으로 경도시키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온통 TV가 올림픽으로 가득한 지금, 묻혀지고 있는 민생사안들은 마치 금메달에 경도되어 잘 보여지고 있지 않은 은메달이나 혹은 메달 권 밖의 모습들과 닮은꼴이다.
몇몇 선택된 자들의 금메달 경쟁으로 선택되지 못한 자들의 어려움이 묻혀지고, 또 선택된 자들 중에서도 메달의 색이 금이 아니라는 이유로 묻혀지는 건 쏠림 현상이 가져온 폐해 중의 하나다. 그리고 이것은 매번 올림픽 때마다 방송을 통해 우리에게 교육된다. 1등만이 살아남는 사회, 올림픽 방송이 말해주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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