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과는 다른 장근석의 매력

'장근석 도쿄돔 크리쇼'(사진출처:와이트리미디어)

장근석은 연기자일까 가수일까. 물론 연기자다. 그것도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을 맞는(그는 아역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그냥 연기자라고 얘기하기엔 어딘지 미진하다. 이미 다섯 차례나 아레나 투어를 했고 거기서 선보인 자신의 곡만 해도 40곡이나 된다. 그는 자신의 공연을 온전히 자신의 곡으로 채울 수 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물론 가창력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무대를 돋보이게 하는 또 다른 능력이 있다. 바로 연기다. 그의 무대는 그래서 연기와 노래가 잘 어우러져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은 장근석이 일본에서 새로운 한류로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알려졌고, 극중인물인 아이돌 그룹 A.N.JELL의 리더 태경으로 각인되었다. 드라마 속에 노래가 있었고, 연기자 속에 가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 접합 부분이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연기자인 장근석이 가수 캐릭터에 동화되면서 독특한 지점이 생겨났다. '미남이시네요'라는 장근석 월드가 생겨나고 점점 넓혀지는 가운데, 그는 연기자로서도 가수로서도 주목받을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도쿄돔에서 있었던 장근석 공연은 여러모로 그가 앞으로 펼쳐나갈 새로운 한류의 가능성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4만5천명의 관객(일본 관객, 그것도 대부분이 여성) 앞에서 그는 자신만의 장근석 월드를 무려 3시간 반 동안 보여주었다. 프린스 월드라는 콘셉트로 꾸며진 무대는 침실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들(가수들)을 소개하고, 클럽에서 놀고, 자전거를 타고 피크닉을 떠나고(그는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돔을 한 바퀴 돌았다), 자신이 프린스임을 선언했다. 거기에는 드라마적인 스토리가 기본으로 깔려 있었고, 그 위에 그의 노래가 얹어졌으며, 중간 중간 끊임없는 농담이 이어졌다.

K팝 가수들이 노래로 콘서트를 가득 채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방식이다. 장근석은 일단 드라마적인 설정 공간으로 팬들을 초대하고 거기서 연기와 노래가 접목된 쇼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또한 배용준이 팬 미팅을 갖는 것과도 다른 방식이다. 만남과 대화의 진솔함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배용준 팬 미팅과 달리, 장근석은 그 안에 쇼적인 즐거움의 요소를 덧붙여 하나의 무대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장근석이 한류 스타로서 풀어나가는 이러한 방식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한류를 기대하게 한다. 즉 드라마나 영화 같은 스토리와 캐릭터 콘텐츠가 기반이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나의 쇼나 콘서트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방식이다. 이것은 코스프레 같은 콘텐츠 기반의 쇼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하고 있는 일본 같은 곳에서는 더없이 효과적인 방식이다. 또한 K팝 가수가 드라마 데뷔를 통해 연기와 노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쉽지 않은 반면(연기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연기자가 거꾸로 드라마를 통해 가수로까지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이 더 수월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것은 스토리가 가진 힘 때문이다. 가창력은 조금 못해도 스토리 속에서 들리는 노래는 전혀 다른 맥락을 갖게 된다.

장근석이 이런 가능성을 갖게 된 것은 경계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연기와 노래의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넘나들었고, 일본과 한국이라는 국가 사이에 놓여진 정서와 언어의 경계를 오히려 가능성으로 만들었다. 국가 간 차이에 따른 어색한 행동이나 언어는 때론 이국적으로도 느껴지고, 때론 귀엽게도 여겨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경계 넘기는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에 놓여진 거리감을 좁혔다는 것일 게다. 그는 스스로 '프린스'라고 얘기하면서도 굳이 자신을 숨기려 들지 않는다.

"나, 조금 별난가요? 요즘 주목 받는 만큼 오해도 많이 받고, 충고를 많이 들어요. 오래 사랑 받으려면 신비주의를 택해라. 하고 싶은 말도 좀 참아라. 마음에 없는 행동도 해야 한다.하지만 나는 장근석인걸요. 누가 뭐라고 해도 자유인으로 남아서 길거리에서 셔플도 추고,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겠습니다. 진심은 통한다고 믿으니까요."

장근석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숨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무언가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확실히 배용준과는 다른 장근석만의 매력이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내보이고 싶어 한다. 수많은 경계들을 해체시키면서.


‘나는 가수다’ 출연 이후, 가수들에게 무슨 일이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가 시작된 지 채 1년도 안된 상황이지만, 이제 어디서든 우리는 이 괴물 같은 프로그램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그 힘은 이 무대에 섰던 가수들을 통해 드러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 틀어주는 광고 속에서도 우리는 이들을 발견하고, TV는 물론이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 메인 광고에도 등장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대학생이라면 축제 무대에서, 직장인이라면 행사 무대에서, 혹 지역민이라면 인산인해를 이룬 콘서트장이나 지역 축제에서 이들을 발견했을 것이다. 심지어 여행길 우연히 들른 휴게소의 불법복제 음반 가판대에서도 우리는 이들을 발견한다. 가수들. 그것도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까지 대중들에게 그처럼 익숙하지만은 않았던 그들이 이제는 방송프로그램, 광고, 콘서트, 음원차트, 행사 등을 거의 독식하고 있는 상황. 도대체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의 출연 이후 이 가수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임재범,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 등 ‘나는 가수다’ 출신 가수들의 방송 출연 이후 성적표를 들여다봤다.

임재범, 단 세 곡으로 100억 원대 가치를 만들다
임재범은 우리네 록의 역사에서 한 지점을 차지하는 록커지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기 전까지 힘겨운 삶을 살아왔다. 록이라는 장르는 대중들에게서 점점 멀어졌지만, 록커라는 자존심이 그로 하여금 대중들과의 야합(?)을 허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달랐다. 가수의 정체성을 묻는 이 예능 프로그램은 임재범의 록커로서의 날개를 다시 달아주었다. 그는 이 무대에서 ‘너를 위해’, 남진의 ‘빈 잔’ 그리고 윤복희의 ‘여러분’ 단 세 곡을 부르고 맹장수술 때문에 자진 하차했다. 하지만 이 세 곡이 가진 임팩트는 컸다. 단 세 곡만으로도, ‘나는 가수다’에서 9개의 음원을 내놓고 최대의 음원수익을 가져간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와 비교될 정도다. 평균적으로 4,5억 원의 음원수익을 올렸다고 평가되는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만큼 임재범도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수익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그는 국내 최대 음반 매니지먼트사인 예당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는데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계약금만 10억 원이 넘었을 거라고 한다. 이것은 예당 측에서 밝힌 임재범 개인의 경제효과가 무려 1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통해서도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이미 광고계에서 특 A급 대우를 받고 있는데 통상적으로 A급대우가 연간 출연료 5억 원 정도를 받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의 출연료는 6,7억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박지성, 박태환, 김연아 같은 특A급 스포츠스타들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이런 광고 제안이 현재 7,8군데에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 액수는 5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콘서트 수익과 행사 수익 또한 빼놓을 수 없다. 100만 원대의 암표가 논란이 됐을 정도로 폭발적인 임재범의 콘서트는 연말까지 콘서트가 잡혀진 상태이고, 그의 행사비는 한 회 출연에 5,6천만 원까지 치솟아 올랐다. 전속계약을 맺은 예당 측이 8,9개월이면 계약금 이상을 간단히 벌어들일 수 있으리라 판단하는 건 속단이 아닌 셈이다.

임재범의 ‘나는 가수다’ 임팩트가 특히 컸던 점은 그가 가진 거친 매력의 캐릭터와 그간 살아왔던 록커로서의 삶이 파괴적인 가창력을 가장 잘 돋보이게 해주는 이 프로그램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분’ 같은 곡은 임재범이 살아왔던 삶의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대중들의 심금을 울렸다. 여기에 이른바 김건모 재도전 여파로 1달 간 방영되지 않으면서 그만큼 증폭되었던 기대감도 한 몫을 차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새로 시작하는 자리에 임재범은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준 주인공이 되었던 것이다.

대세 김범수, 비주얼의 역습
임재범이 새로 시작한 ‘나는 가수다’의 수혜를 입었다면, 김범수는 재도전 여파로 잠정 중단된 프로그램의 수혜를 입은 가수다. 가온차트에 의하면 그가 잠정 중단 직전에 부른 이소라의 ‘제발’은 전체 디지털 종합 차트 1위를 기록했는데, 2월28일부터 6월25일까지 무려 다운로드 231만4723건, 스트리밍 2365만3211건으로 약 2600만 명이 온라인을 통해 들었다고 한다. 즉 국민의 절반이 이 노래를 들었다는 얘기다. 즉 이렇게 된 데는 ‘제발’이 1위를 기록한 후 한 달여 간 ‘나는 가수다’의 새로운 음원이 등장하지 않았던 효과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김범수의 노래에 대한 관심은 고스란히 최근 그가 발표한 정규 7집 앨범 파트2로 이어졌다. 타이틀곡인 ‘끝사랑’을 비롯해 수록된 7곡 모두가 음원차트 10위 권에 오른 것. 음반의 음원수익만으로도 수억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하지만 명예졸업을 하기까지 누적된 음원들로 인해 5억 원에 달하는 음원수익을 얻은 것보다 더 큰 것은 그가 ‘비주얼 가수’로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한때 심지어 ‘얼굴 없는 가수’로 생활했던 그가 이제 광고에서까지 ‘대세’가 된 것은 그의 가창력을 통해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꾼 ‘나는 가수다’의 무대 덕분이다. 그는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 캠페인 '버스 콘서트'의 모델로 발탁돼 데뷔 13년 만에 CF촬영을 했다. 또 가전제품과 금융업계 쪽과도 얘기가 진행 중이어서 최소 2,3개의 광고를 더 찍을 전망이라고 한다. 물론 처음 찍는 만큼 광고료는 1억 원 미만으로 책정되어 있지만 이것이 ‘비주얼 가수’에게 상징하는 바는 크다.

김범수의 대박 수익은 결국 그의 가장 큰 장기인 무대에서 나온다. 즉 콘서트와 행사 수입이다. 지난 8월 김범수의 전국 콘서트의 시작을 알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의 ‘겟올라잇!’ 콘서트는 총 1만 명의 객석을 가득 메울 정도로 성황리에 끝이 났고, 11월까지 총 11개 도시를 돌며 전국 투어가 이어질 예정이다. 보통 회당 수익으로 1억 원 정도를 받는 상황을 감안해보면 10억 이상의 수익을 낸다는 얘기다. 여기에 대학축제나 기업행사 수익 또한 쏠쏠하다. 한 번에 3,4000만 원의 최고 대우 출연료도 출연료지만 부쩍 늘어난 행사횟수는 가희 제2의 전성기라 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김범수에 대한 방송가의 입장이다. 그간 ‘얼굴 없는 가수’로 섭외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김범수는 최근 ‘승승장구’에 1인 게스트로 출연했고, ‘힐링캠프’에 초대되어 특유의 예능감을 뽐냈다. 진정한 비주얼 가수로 탈바꿈한 김범수의 창창한 앞날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박정현, 음악 요정의 탄생
임재범과 ‘너를 위해’를 불렀을 때부터 박정현의 가창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박정현의 이미지는 ‘노래 잘하는 가수’ 그 이상을 넘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 특유의 자유자재로 고음과 저음을 넘나들며 한 편으로는 속삭이듯 다른 한 편으로는 절규하듯 부르는 창법은 심지어 ‘가창력만 자랑하는 가수’로 여겨지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탓에 어색한 한국어는 대중들과의 거리를 더 멀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를 통해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을 뒤집었다. 그저 노래를 잘하는 게 아니라 마치 연극을 하듯 노래를 잘 표현하는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무대 바깥에서의 여전히 소녀 같은 순수함을 보게 되었다. 왜소한 체구는 엄청난 가창력과 반전을 이루며 그녀의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크게 만들었고, 어색한 말투는 귀여움으로 바뀌었다. 노래를 통해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그녀는 노래라는 아우라를 날개로 가진 요정이 된 것이다.

명예졸업을 하기까지 9곡 거의 모두를 음원차트에 올려놓은 박정현은 중간 중간 발표한 드라마 OST 등을 합쳐 5억 원 이상의 음원수익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계속 음반을 발표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그간의 상황과 비교해볼 때 이건 거의 벼락에 가깝다. 특히 콘서트와 행사에서 박정현의 존재감은 더더욱 빛나고 있다. 지난 5월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단독콘서트는 5회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또 그녀는 김범수, 윤도현과 함께 가을 대학 축제와 행사 섭외대상 1순위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부가수익으로 놀라운 점은 그녀가 14년 만에 처음으로 CF를 찍었다는 점이다. 음료브랜드 '아침에 주스'에 이어 친환경 유기농 생리대 브랜드인 '나트라케어', 보험, 제약광고까지 연이어 모델로 발탁된 그녀는 지금도 10여 개 업체로부터 모델 제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광고료는 1억 원 미만으로 알려져 있지만 박정현으로서는 이른바 요정으로 불릴 만큼의 가창력과 외모를 이미지로 가졌다는 큰 의미가 있다.

이런 이미지 변신이 가져온 효과는 방송출연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녀는 ‘무릎팍 도사’에 게스트로 출연한 데 이어 ‘위대한 탄생2’의 멘토로서 자리하고 있다. 과거 방송 출연이 전무했던 그녀로서는 엄청난 변화인 셈이다.

윤도현, 가장 대중적인 록커의 탄생
윤도현은 록커이면서도 방송 출연에 있어 활발한 활동을 해온 이례적인 경력을 갖고 있다. 즉 록커이면서도 대중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갖춘 인물이라는 얘기다. 그런 그가 ‘나는 가수다’라는 제 물을 만났다. 노래에 방송에 익숙한 토크 능력까지 갖춘 그는 이소라 하차와 함께 ‘나는 가수다’의 MC 역할을 맡기도 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로 최고 주가를 올리다 프로그램이 바뀌면서 방송활동이 위축됐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나는 가수다’는 윤도현이 다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되어준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역시 명예졸업은 아니지만 끝까지 노래를 불러 가장 많은 음원을 차트에 올림으로써 명예줄업을 한 박정현, 김범수만큼의 음원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이러한 음원 수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록커’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그 역시 광고계가 주목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는 정엽과 함께 해태 ‘부라보콘’을 또 정엽, 김건모와 함께 진로 ‘참이슬’ CF에 나란히 출연했다. 이밖에도 특유의 바른 이미지 덕분에 공익광고에도 등장하는 등, 그의 광고 이미지는 다양한 연령대를 포괄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윤도현의 광고료는 A급에 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역시 록커 윤도현의 자리는 무대다. 윤도현의 행사는 대학에서 특히 빛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록이 가진 젊음의 느낌이 어필하는 탓이다. 대학 축제 섭외에 있어 작년보다 두 배 이상이 들어왔다는 YB는 올해 5월 한 달 동안 매주 4,5회의 대학축제 무대에 섰다고 한다. 3,4000만 원의 가장 높은 수준의 행사료를 받는 YB의 경우 이 한 달 동안 약 5억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도현의 진가는 음악 프로그램이 날로 많아지는 현재의 방송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검증된 진행능력과 가수로서의 실력, 게다가 대중적인 호감도까지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인기는 록이라는 음악에 있어서의 비인기종목(?)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는 가치를 갖는다. 대중적인 록커, 윤도현. 그로 인해 이제 록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르로 다가오게 되었다.

재미 못 본 백지영, 재미 본 정엽, 김연우, JK김동욱
모두가 ‘나는 가수다’를 통해 재미를 본 건 아니다. 대표적인 가수가 백지영이다. 백지영은 ‘나는 가수다’ 초반에 확실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보였지만 재도전 여파로 한 달 간 방송이 중단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하차선언을 함으로써 이런 모든 부가수익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 그녀가 하차선언을 한 것은 물론 8집 앨범 발매를 위한 것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앨범은 ‘나는 가수다’의 경연곡에 밀려 음원차트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음반 활동 자체를 조기 중단하게 된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나는 가수다’ 하차를 후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첫 번째 탈락자가 됐던 정엽이나 노래 두 곡 부르고 탈락했던 김연우, 그리고 어이없게도 노래를 부르다 멈추고 다시 불러서 스스로 하차하게 된 JK김동욱은 짧은 출연이었지만 대중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남김으로써 ‘나는 가수다’ 효과를 톡톡히 입은 가수들이다. 이들은 ‘나는 가수다’ 출연 이후 콘서트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이 짧았던 만큼 큰 아쉬움이 콘서트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나는 가수다’를 통해 확실한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낸 정엽은 윤도현과 함께 두 편의 광고를 찍었고, 김연우는 ‘라디오스타’ 같은 토크쇼를 통해 숨겨둔 예능감을 선보이며 이른바 ‘연우신’으로 불리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본 원고는 <우먼센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1박2일' 나영석PD

방송가가 꿈틀대고 있다. 이것은 마치 '삼국지' 같은 고전을 보는 것만 같다. KBS, MBC, SBS로 삼 분할되어 균형을 이루던 방송가는 종편을 맞아 군웅이 할거하는 전국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기존 삼국들(KBS, MBC, SBS)은 장수들(PD와 스타MC)을 빼앗기면서 내부를 다시 다지며 새로운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고, 새로 들어오는 열국들(종편들과 CJ E&M)은 장수들을 빼앗아와 이 전국시대의 기선을 잡아야 한다. 자칫 밀려나기라도 한다면 방송이라는 거대한 꿈은 그 거대한 만큼의 손실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종편이 결판난 상황, 생존을 건 싸움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용을 갖추는 일이다. 그리고 그 진용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힘을 먼저 끌어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예능이다. 방송사의 힘을 만들어주는 것은 미디어로서의 권위가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의 재미다. 대중들의 선택이 바로 여기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드라마가 그랬지만 지금은 잘 키운 예능 하나가 그 방송사의 이미지를 만드는 시대다. 따라서 예능PD들과 스타MC를 빼앗고 뺏기는 상황은 향후 방송가의 정세를 결정짓는 중요한 일이 된다. 전국시대를 맞아 방송가들은 어떤 포석을 하고 있을까. 또 그 포석이 그리는 그림은 뭘까.

KBS, 이렇게 뺏기고도 믿는 구석은 뭘까
KBS는 이미 수많은 장수들을 잃었다. '1박2일'의 초창기 그림을 그린 김시규PD와 '해피선데이'의 CP를 맡았던 이동희PD, '야행성'의 조승욱 PD, 그리고 '올드 미스 다이어리'의 김석윤PD가 중앙 종편(jTBC)을 택했고, '해피선데이'의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을 모두 세팅한 이명한 PD와 '남자의 자격'의 신원호 PD,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PD가 CJ E&M을 택했다. 사실상 최고의 KBS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 알짜배기 PD들이 거의 대부분 이적을 택한 셈이다. 게다가 방송가에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게 끝이 아니다.

강호동의 '1박2일' 하차 선언에도 불구하고(심지어 강호동의 잠정은퇴선언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끝까지 '1박2일'에 남겠다고 선언한 나영석PD의 경우에도 여전히 여지는 남아있다. '1박2일'의 6개월 후 종영 선언은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고 그렇기 때문에 현재 나영석PD는 스카우트 제의를 수락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1박2일'이 가진 '국민 예능'이라는 칭호를 연출자 스스로 먼저 깨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중심부에 서 있던, 그리고 실제 출연자의 한 명으로서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줬던 그는 보통의 PD와는 확실히 다른 위치에 있다. 이미지가 깨지면 스타PD로서의 위상도 깨질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6개월 후 '1박2일'이 종영한 후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적어도 자신은 할 책임을 다한 셈이 되고,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이 없는(시즌2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그건 다른 프로그램이나 다름없다) 상황에 계속 KBS에 남아있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은 KBS 특유의 방송사 분위기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공영방송이라는 기치 아래, KBS는 지금껏 스타 PD를 키워오지 않았다. 일부 스타에 의해 방송이 움직이는 것이 어딘지 공영방송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KBS는 주로 시스템에 주력해왔다. 즉 PD 몇 명이 빠져나간다고 해도 여전히 그 시스템에 의해 빈자리가 채워지고 굴러가는 그런 구조다. 하지만 KBS에 이명한이나 나영석 같은 스타PD가 등장하게 된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새로운 형식이 트렌드로 자리하면서부터다. 프로그램의 현장성을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PD들이 얼굴을 내밀었고 그것이 팬들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팬덤이 형성된 것이다.

어찌 보면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생각될 지 모르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KBS가 공성을 하는 방식은 이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다. '개그콘서트'의 김석현PD가 빠져나간 자리는 초창기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서수민PD가 채우고, '남자의 자격'의 신원호PD가 빠져나간 자리에 조성숙PD가 서는 식이다. 만일 스타PD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움직였다면 이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예를 들어 김태호PD 없는 '무한도전'을 떠올릴 수 있을까. 하지만 신원호PD 없는 '남자의 자격'은 만들어질 수 있다. 여기서 KBS라는 조직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이는 돌출되는 인물로서 나영석PD의 고민이 엿보인다. 그는 특이하게도 자신의 팬덤을 확보한 KBS PD다. 즉 나영석PD 없는 '1박2일'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니 어쩌면 나영석PD의 이적은 '1박2일'이 먼저 없어져야 가능한 일이 되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나영석PD의 이적 가능성과 함께 관심을 끄는 인물이 있다. 그는 바로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을 모두 맡고 있는 이우정 작가의 행보다. KBS라는 조직을 생각해볼 때 엄청난 노동과 성과를 내고 있는 이우정 작가는 이 춘추전국시대의 스카웃 블루칩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러모로 스타PD에서 MC까지 빼앗기고 있는 KBS는 불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혼란스런 전국시대에 KBS는 정면으로 대치하기보다는 여러모로 공영방송이라는 틀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수신료 인상에 목을 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상업방송들과의 경쟁과는 다른 차원으로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얘기처럼 보인다. 더 치열해질 전쟁 바깥에 서려는 것. 물론 많은 장수를 잃었지만 그래도 KBS가 믿는 구석이 아닐까.

스타PD 이적, MBC는 뜨겁고 SBS는 차가운 이유
한편 KBS와는 다른 사풍을 갖고 있는 MBC는 이 전국시대 상황에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KBS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던 것과 상반되게 MBC 예능은 본래 스타PD들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 현재 중앙 종편 jTBC의 주철환 본부장이나 CJ E&M 방송부문 송창의 본부장은 모두 MBC가 배출한 스타PD다. 이밖에도 자타가 공인하는 '나는 가수다'를 만든 김영희PD, '무한도전'의 김태호PD, '황금어장'을 만든 여운혁PD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PD 스타가 배출될 수 있는 조직은 그만큼 PD들의 움직임에 쿨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충분한 기회를 주는 MBC라는 조직이 가진 장점과 그럼에도 이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비교분석해서 각자 자신의 위치에 맞는 선택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중앙종편으로 이적한 여운혁PD는 스타PD는 맞지만 사실상 현장PD는 아니라는 점에서 그 이적의 이유가 드러난다. 반면 김영희PD 같은 경우에는 현재도 여전히 현장에 있고 그만큼 방송사에서도 예우를 해주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게 이적을 결정할 까닭이 없다.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김영희PD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것을 허용해주는 방송사의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김태호PD는 예외적이다. 그는 물론 MBC에 애착을 갖고 있지만, 방송사에 그다지 목을 매는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무한도전'이라는 브랜드에 그는 더 관심이 있다. 따라서 '무한도전'이 MBC에 귀속되어 있는 한 움직일 가능성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미 배출된 MBC출신PD들이 바깥에 포진해 있다는 것은 이러한 분위기에서도 이적이 일어나는 이유가 된다. 사실 이적은 이적료나 새로운 분위기 등을 생각하면 당장에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또한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감도 존재한다. 이럴 경우 주철환 같은 선배가 본부장으로 앉아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된다. 여운혁PD나 '우리 결혼했어요'와 '위대한 탄생'을 연출한 임정아PD, 그리고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일밤-단비', '추억이 빛나는 밤에'를 연출한 성치경PD가 jTBC로 옮기게 된 데는 이런 이유가 한 몫을 차지한다.

반면 SBS가 유독 이적 이야기가 없는 것은 거꾸로 이런 이적에 따른 고용 불안을 해소시켜줄만한 선배 스타 PD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스타PD를 키우기보다는 외주제작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경쟁력을 높여온 SBS 예능의 특징이다. SBS 예능이 어떤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 코드들을 가져와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유지된 데는 그 방송사만의 특징이 투영된 결과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자유경쟁식의 시스템을 가진 SBS는, 그만큼 스타PD뿐만 아니라 스타MC를 끌어오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SBS 예능에 있어 초미의 관심사는 강호동이 과연 주말 예능으로 SBS에 들어오느냐 하는 점이다. 아직까지 결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이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다. 강호동의 노림수가 타 방송사 출연이나 그 출연료가 아니라 프로덕션을 차려 아예 자체 콘텐츠를 생산 납품하는데 있다면 MBC나 KBS보다 SBS가 가장 유력하기 때문이다. KBS는 이런 상업적 행보에 둔감할 수밖에 없고 MBC는 스타MC를 끌어다 효과를 보려하기보다는 스타를 키우려 하는 습속이 있다. 종편은 여러모로 강호동에게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SBS 이적설이 근거를 갖게 되는 것이다. 만일 강호동이 SBS 주말 예능에 들어오게 되면 어쩌면 유재석과 강호동 양 체제를 갖추게 될 지도 모른다. 유재석의 '런닝맨'이 점점 위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에 강호동까지 갖게 된다면 현 방송사의 위상을 만들어내는 주말 예능의 판도는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스카웃을 통해 새로운 그림을 그리려는 전국시대에 이러한 철저히 상업적인 행보는 어쩌면 여기에 대처하는 SBS의 방식인 셈이다.

중앙종편의 예능, 조선종편의 인포테인먼트
빼앗긴 자들이 있으면 빼앗은 자들도 있는 법. 중앙종편은 이 스카웃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주철환을 본부장으로 세워두고 여운혁PD를 비롯해 임정아PD, 그리고 성치경PD를 MBC에서 끌어온 중앙종편은 한편 KBS에서도 이동희PD를 위시해 '승승장구'의 윤현준PD, '1박2일'의 신효정PD 등 다양한 인력 풀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앙종편의 이런 움직임은 과거 TBC 방송국을 운영했던 그 경험이 작용한 덕분이다. 결국 방송은 예능이 그만한 위치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확신이다.

중앙종편의 방송경험은 상대적으로 신문사로서의 위상에서 발을 빼기 어려운 조선종편보다 훨씬 유리하게 작용한다. 즉 중앙종편이 오락과 재미를 추구하는 방송을 주창하고 그런 인력들을 대거 유입하고 있는 반면, 조선종편은 그저 자극적인 오락을 추구하는 것에 보수언론으로서의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수현 작가가 조선종편의 개국 작품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는 예능보다는 드라마에 더 집중하게 되는 조선종편의 상황을 잘 말해준다. 물론 조선종편이라고 예능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방송의 핵심이라는 것을 조선종편이 모를 까닭이 없다. 하지만 최근 조선종편으로 스카웃된 김일중 작가는 그 예능이 어떤 성격의 것인가를 대충 짐작가게 만든다. 김일중 작가는 최근까지 tvN에서 '열광'이라는 시사를 소재로 하는 예능 토크쇼를 만들어왔다. 또 스스로도 "예능 같지 않은 예능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조선종편의 예능은 보도기능으로서의 조선일보와 연계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의아하게 느껴지는 건 이런 급박한 상황 속에서 나머지 두 종편인 동아종편과 매경종편의 움직임이 잘 포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일천한 방송경험에 따른 전략의 부재일 수도 있다. 즉 중앙종편이 하듯이 먼저 재미를 포착해 시청자들의 눈을 돌리던가, 아니면 조선종편이 하듯이 조선일보라는 매체의 확장을 꿈꾸던가 하는 전략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벌써부터 이 살벌한 생태계로 내몰리고 있는 종편전쟁에서 이 두 종편이 생존할 수 있을까를 의심하기도 한다.

CJ E&M,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다

CJ E&M으로 이적한 이명한PD

흥미로운 건 이 전국시대의 대혼란 속에 서 있는 CJ E&M의 움직임이다. 애초에 종편에 나서라는 압력까지 있었지만 굳이 이를 거부하고는, 막상 종편전쟁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자 오히려 종편보다 더 빨리 장수들을 영입하는 CJ E&M의 속내는 도대체 뭘까. 여기에는 최근 몇 년간 쌓아온 노력의 결실들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면서, 어찌 보면 종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CJ E&M의 야심이 어른거린다. 백전노장 송창의PD를 대표로 세우고 자체제작방송의 가능성을 타진했던 tvN은 이미 성공적인 결과로 돌아왔고, Mnet의 '슈퍼스타K'는 케이블과 지상파의 간극마저 좁혀버렸다. 케이블로서의 정확한 틈새를 계산해, 그것을 오히려 장점으로 바꾸는 작업은 이제 CJ E&M의 새로운 노하우가 된 셈이다.

그런 그들이 이명한PD에 이어 신원호PD를 스카웃해 KBS처럼 사수-부사수로서 프로그램 런칭을 준비시키고 있고 '개그콘서트'의 김석현PD를 끌어들인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스카웃 전쟁이란 본래 가져오지 못하면 뺏기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든 두 배의 효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즉 종편시대에 열려진 시장에서 타 종편으로 갈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끌어오는 것은 적을 견제하면서도 안을 튼튼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게다가 향후 도태될 종편을 인수하겠다는 CJ E&M의 야심을 생각해보면 이런 포석은 그 때까지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미 스타PD가 갖고 있는 힘도 무시하지 못한다. 즉 이미 케이블과 지상파 사이의 간극을 좁혀본 경험이 있는 CJ E&M으로서는 기성 스타PD의 보편성있는 시청층을 끌어들이겠다는 야심을 세울만하다. 김석현PD가 컴백할 예정인 '코미디 빅리그'는 여러모로 '개콘'의 케이블 버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이명한PD와 신원호PD가 준비하고 있는 예능은 리얼 버라이어티쇼 형식을 활용하면서도 그 바깥을 모색할 공산이 크다. 어떤 형태든 이명한PD나 신원호PD가 가진 대중적 인지도를 생각해보면 역시 그 포석 자체가 이미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종편 스카웃 전쟁, 그 치열한 심리전의 양상
종편 스카웃 전쟁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이적료다. 도대체 누가 얼마를 받고 어디로 움직였냐는 얘기는 일반 대중들은 물론이고 현업 PD들마저 뒤흔들어 놓는다. 스타급PD가 10억에서 15억을 받고 보통의 경우가 3,4억의 계약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것은 확실한 것이 아니다. 아니 사실 이 이적료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것은 이 이적료가 실제와는 상관없이 어떻게 알려지느냐는 그 자체도 스카웃 전쟁의 정교한 심리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카웃 경쟁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방송가에는 누가 어디로 이적한다더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실제와는 차이가 있는 이 루머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대부분은 스카우터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그들은 "PD들 중 ○○가 이미 옮기기로 결정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소문에 소문을 타고 방송가를 술렁거리게 만들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적료 얘기가 붙으면 이것은 본래보다 부풀려지기 마련이다. 어디서 얼마를 제시했다더라는 소문은 그것이 소문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실제 스카웃 전쟁터에서는 그만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글은 시사저널에 게재되었던 원고입니다)


'짝', 진짜 짝짓기 프로그램의 자극

'짝'(사진출처:SBS)

짝짓기. '동물의 암수가 짝을 이루거나, 짝이 이루어지게 하는 일. 또는 교미하는 행위.' 이 단어는 사람들의 만남에 쓰이는 게 아니다. "짝짓기를 합니다" 흔히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에서 듣는 단어. 그런데 우리는 남녀가 나와 서로에 대한 속마음을 드러내고 마지막에 가서 커플이 되는 그런 프로그램을 '짝짓기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사실 의미 그대로 생각해보면 이 '짝짓기 프로그램'이라는 지칭 속에는 이 자극적인 성향에 대한 약간의 비판적 뉘앙스가 들어있는 셈이다.

'사랑의 스튜디오'나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같은 예전 짝짓기 프로그램 속에도 일반인들의 사생활 노출이나 꺼내기 민망한 속내를 끄집어내는 자극적인 구석은 늘 있어왔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에는 어떤 안전장치 같은 것이 있었다. 즉 프로그램은 물론 실제상황이지만 그 상황이 다분히 게임적인 틀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누가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대한 '짝짓기'적 시각의 자극은 바로 이 게임처럼 다루어지는 틀로 인해 어느 정도 용인되었다. 게임이란 출연자들이 속내를 드러내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숨길 수 있는 도구도 됐던 셈이다.

하지만 '짝'은 다르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껏 본격적으로 지상파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리얼리티쇼'의 첫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얼리티쇼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면서도 우리네 지상파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것은 그 일반인들의 사생활을 낱낱이 드러내는 그 정서가 어딘지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짝'의 출현은 다큐멘터리로 시작됐다. 마치 남녀의 심리를 탐구하는 다큐처럼 애정촌에 일단의 남녀를 투입하고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화학작용을 약간의 분석적(?) 시각으로 만들어냈던 것.

하지만 이것은 본격적인 리얼리티쇼의 서막에 지나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그것이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리얼리티쇼에 가깝다는 것을 '감지'했고, 그러자 아예 '짝'은 노선을 바꾸었다. 어느 정도의 논란을 감수하더라도(어쩌면 논란을 활용하면서), 본격적인 진짜 '짝짓기 프로그램'을 선보이려 한 것이다.

마치 해외의 도촬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그런 것처럼 애정촌에 남자들와 여자들이 들어오고 그들이 하는 지극히 사적인 행위에 카메라가 달라붙는다. 그 사이에 벌어지는 지극히 본능적인 욕망들이 그들의 행동과 말에 의해 노출된다. 일반인 사생활 노출이 갖는 자극을 극대화하는 것. 게다가 간간히 제작진은 그들의 속내를 끄집어내기 위한 미션을 부여한다. 이것은 남녀의 심리를 파악하겠다는 연구의 목적을 갖는다면 어떤 실험적인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를 자극으로 끄집어내 보여주겠다고 하면 노골적인 '짝짓기' 중계가 된다. 성행위가 없지만(해외의 리얼리티쇼는 이것도 보여준다), 구애행위를 하는 그들의 모습 역시 본능을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큰 자극인 셈이다. 게다가 때로는 자극적인 속내를 꺼내기 위해 익명성을 장치로 사용하기도 한다. 쪽지에 각자 궁금한 점을 적고, 그것을 무작위로 뽑아서 남자를 세워두고 질문하는 건 그래서 대단히 자극적인 장치가 된다. 이런 미션에서, '속궁합'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 건 그래서 놀랄 일이 아니다.

이름이 아니고 남자○호, 여자○호로 불리는 것은 분명 그들의 최소한의 사생활을 지켜주기 위한 장치다. 또 가끔씩 거기 출연자들의 행위나 말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일반적인 심리론을 덧붙이는 것도 자극을 유화시키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이것은 장치이자 명분이기도 하다. 진짜 '짝짓기'를 날 것으로 보여주기에는 아직 대중정서가 이를 용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당한 포장이 필요한 것이다.

'짝'은 자극적이다. 우리가 막연히 감추어놓았던 그 사적인 것들을 카메라가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적인 것들은 결혼이나 사랑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남녀 관계의 세계를 '짝짓기'의 본능적인 세계로 바라보게 만든다.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거기 출연자들은 어쩌면 우리들의 욕망을 대리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한데, 그들의 사생활이 벗겨지는 것은 또한 우리들이 숨겨놓은 사생활이 벗겨진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성적인 판단이 만들어내는 논란은 끝이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본능을 바라보고픈 욕망도 커져가는 것이 사실이다. '짝'은 어쩌면 전통적으로 용인된 짝짓기 프로그램의 연장선 위에서 우리 방송에는 좀체 들어오기 힘들었던 리얼리티쇼를 조금씩 중독시키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짝'이 향후 점점 더 많아질 지상파의 리얼리티쇼의 첨병처럼 여겨지는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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