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녀석들’, ‘네가지’에 이어 ‘희극여배우들’까지

 

“나는 까진 여자가 아니다.” 개그우먼 허안나는 잔뜩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도발적인 대사를 던진다. 마치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처럼 보이는 이 자리, 그녀 옆에는 박지선과 정경미가 X표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앉아있고, 그녀 앞에는 기자들로 보이는 일단의 무리들이 앉아있다. 허안나는 개그우먼으로서 자신을 왜곡시켰다며 “나를 에로배우 만든 제작진을 고소한다!”고 외친다. <개그콘서트>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희극여배우들’의 한 풍경이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허안나가 소리를 질러가며 항변을 할 때마다 관객들은 말 그대로 빵빵 터진다. 어떤 관객은 그녀의 항변에 속시원함마저 느끼는 표정이다. 허안나가 토로를 끝내고 나면 박지선이 나선다. 박지선의 첫 멘트는 “저는 못생기지 않았습니다”다. 그녀는 개그우먼으로서 외모 비하를 통해 웃음을 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한탄한다. 물론 웃기기 위한 설정이지만, 그녀의 발언 하나 하나는 외모 지상주의에 일침을 놓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선 정경미는 윤형빈과의 사적인 관계가 윤형빈의 공공연한 애인 선언으로 인해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에 대한 후회를 웃음으로 바꾼다. 허안나와 박지선이 건드리고 있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부분이라면, 정경미의 설정은 사적인 부분을 끄집어낸다는 점에서 이 코너가 지나치게 현실 풍자로 흐르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가 된다.

 

‘희극여배우들’이 흥미로운 것은 김준현과 허경환, 양상국, 김기열이 한 명씩 발언대에 올라 저마다의 항변을 하는 코너, ‘네가지’와 닮아있다는 점이다. ‘희극여배우들’은 마치 ‘네가지’의 여성 버전처럼 보인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외모나 상황에 의해 오해받고 당했던 일들을 발언대 위로 끄집어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세상의 비뚤어진 편견이나 오해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한바탕 항변을 하는 이런 코너들의 특징은 웃음과 공감은 물론이고 나아가 속 시원한 통쾌함까지 전해준다는 점이다. 과거 ‘동혁이형’ 같은 캐릭터가 촌철살인의 멘트 하나로 대중적인 공감을 끌어냄으로써 화제를 모았다면, 최근의 ‘네가지’나 ‘희극여배우들’ 같은 이른바 ‘속풀이 개그’들은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공감개그의 ‘끄덕거림’은 이제 속풀이 개그로 와서 막힌 것을 풀어내는 해소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용감한 녀석들’ 역시 속풀이 개그의 한 트렌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힙합음악과 함께 거기에 잘 어울리는 디스 멘트를 덧붙여 답답한 속을 풀어내는 개그다. 남녀 간의 상황을 주로 다루지만 코너 속의 코너로서 한 명씩 나와서 세상을 향해 던지는 발언이 어쩌면 이 코너의 핵심적인 색깔로 인식되고 있는 건 아마도 대중들의 답답한 속을 이 멘트들이 풀어내기 때문일 게다.

 

이른바 속풀이 개그가 최근 들어 하나의 트렌드를 이루는 것은 아마도 그만큼 우리 현실의 답답함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는 씁쓸한 반증일 것이다. 사실 개그맨이라는 직업은 이 웃을 것 없는 사회에서 어쩌면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유일한 존재들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힘겨운 대중들을 위해 개그에 현실을 끌어와 한 판 속풀이를 해준다는 그 행위는 어쩔 때는 숭고하게까지 여겨진다. 더 날선 풍자로 답답한 대중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기를.


'샐러리맨 초한지', 많은 조역들이 아쉽다

'샐러리맨 초한지'(사진출처:SBS)

'샐러리맨 초한지'가 어느새 종영이다. 이제 겨우 시작일 것 같은데 벌써. '초한지'를 탐독한 시청자였다면 그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도 클 것이다. 원전인 '초한지'가 다루고 있는 그 수많은 인간군상들이 상당 부분 삭제되어 있고, 그들을 통해 우리네 삶을 통찰하게 하는 깊이 역시 부족하기 때문이다(어떤 면으로는 의도적으로 깊이는 제거한 듯한 인상이 짙다). 깊이를 삭제했다면 풍자 같은 장치를 통해 현재적인 의미를 살려놓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물론 중간에 팽성실업이 등장하면서 이런 기대를 갖게 만들었지만 이마저 폐업되면서 이야기는 단순한 복수극으로 흘러갔다. '초한지', 역시 드라마로는 한계가 있었던 걸까.

'샐러리맨'이라는 전제를 제목에 붙여놓은 것처럼 이 작품은 '초한지'의 샐러리맨 판 재해석으로 기획된 것일 게다. 하지만 초반에 일찌감치 유방(이범수)이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되면서 샐러리맨의 느낌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중반을 넘어서 천하그룹 진시황(이덕화) 회장이 모가비(김서형)에 의해 살해당하면서 이야기는 엄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즉 그 안에 강호에서 명멸해간 수많은 인간군상을 보여줌으로써 현대인들에게까지 삶의 처세를 알려주던 '초한지'는 이 부분에서부터 기업 간의 암투와 개인적인 복수극으로 치달았다.

결국 모가비라는 극단적인 악역이 탄생한 것은 어쩌면 이 드라마의 강점이면서 한계를 드러내는 것일 게다. 모가비와 그녀를 돕게 되는 항우(정겨운), 그리고 할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는 백여치(정려원)와 그녀를 돕는 유방의 대결구도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 적절한 멜로구도를 반복했던 것이 이 드라마 후반부의 대부분이 아닌가. 삶의 처세는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샐러리맨이라는 서민적인 포인트라도 짚어줬어야 했지만, 그 부분 역시 복수극이라는 커다란 극성 속에 빨려 사라져버렸다.

선악구도의 대결 속에서 몇몇 인물들에 집중하다보니, 본래 '초한지'가 갖고 있던 매력적인 인물들은 대부분 병풍처럼 되어버렸다. 유방이 가진 최고의 책사인 장량(김일우)과 한신은 유방의 그림자에 가려졌고, 항우 최고의 책사인 범증(이기영)은 모가비의 애인 정도로 전락해버렸다. 본래 '초한지'의 재미가 이들 책사들 간의 두뇌싸움과 인생에 대한 통찰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뒤로 밀려난 책사들은 드라마를 너무 투톱 대결(유방과 항우)이라는 틀 안에 가둬놓고 단순화한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게다가 항우는 후반부에 이르러 멜로가 커지면서 이 대결구도의 전면에 나서지도 않는다(대신 모가비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샐러리맨 초한지'는 드라마의 대중성을 위해서 상당 부분 타협을 한 작품이 되었다. 물론 이런 타협을 통해 뛰어난 재해석이 가능했다면 그것은 괜찮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단순하면서도 경쾌한 스토리 라인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복잡한 구도를 그려내기보다는 한 사람의 절대 악(모가비)을 세워놓고 그것에 대항하는 단순한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주인공에 유독 집중하기 마련인 대중들을 염두에 두고는 책사들 같은 인물들을 주인공의 그림자에 숨겨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샐러리맨'이라는 포인트 하나만이라도 일관되게 잡으면서 갔다면 종영에 이르러 도대체 이 작품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인가 하는 의구심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무언가 현실적인 재해석이 빠져버린 복수극으로의 끝맺음을 향해 달려가는 '샐러리맨 초한지'는 그래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 되었다.

지붕 뚫던 '하이킥', 바닥 뚫은 이유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사진출처:MBC)

먼저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라는 이 시트콤의 화자가 이적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그는 대장항문과 의사로 줄곧 항문만 바라보면서 살아온 인물. 이 설정은 이 시트콤의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때론 더럽고 때론 힘겨운 현실을 마치 항문을 들여다보듯 보고 있다는 얘기다. 얼마나 기가 막힌 시점인가! 아마도 작가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항문을 바라보듯 지독한 구석이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극 초반에 주목된 두 캐릭터, 백진희와 안내상은 이 현실을 잘 말해주는 캐릭터다.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되지 않는 청년백수에, 등록금 때문에 진 빚에 허덕이며 고시원을 전전하는 백진희는 이 시대 암울한 청춘의 자화상이다. 그녀의 악몽 같은 현실은 꿈에서조차 잊혀지지 않는다. 꿈속에서 윤계상이 면접관으로 나와 그녀를 면접하는 '취집시험(취업+시집)'은 여성들에게 있어서 두 가지 로망인 일과 사랑, 그 무엇에서도(이 둘은 사실 연결되어 있다) 철저히 루저가 되어버린 청춘의 한 단상을 그려낸다.

백진희가 이 시대 청춘들의 힘겨운 자화상이라면, 안내상은 이 시대 가장들의 힘겨운 자화상이다. 친구의 야반도주로 하루아침에 파산해버린 그는 말 그대로 집도 절도 없는 홈리스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처남인 윤계상 집에 얹혀살면서도 여전히 반찬 투정을 하는 옛 삶에 머물러 있다. 그의 자화상이 비극적인 것은 그가 왜 파산했고 왜 그런 처지에 있게 되었느냐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의 비극은 그런 처지에 있으면서도 그가 아무런 변화나 노력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 시대에 갑자기 권위를 잃어버린 가장들처럼.

물론 그렇게 각박한 세상에 각박한 인물들만 있는 건 아니다. 박하선과 윤계상은 이 시트콤에서 천사표 캐릭터다. 그런데 이 시트콤이 바라보는 이들 천사표들은 착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늘 당하는 존재거나, 아예 현실을 잘 모르는 존재다. 박하선이 그 착한 캐릭터로 이 시트콤에서 웃음을 주는 방식은 한없이 망가지는 것이다. 그녀는 선의로 한 일이지만 세상은 그런 그녀를 눈물짓게 만든다. 윤계상은 물론 망가지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현실과 유리되어 있는 인물이다. 착하지만 그는 현실에 대한 실제적인 이해가 부족하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는 '웃으면서 회 뜨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 각박한 현실이 그저 '착하게 산다'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들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이순재는 한방병원 원장이었고,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이순재는 학교에 급식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사장이었다. 어느 정도 잘 사는 가족이 이 시트콤들의 배경이었던 것. 물론 힘겨운 현실을 반영한 캐릭터가 없었던 건 아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빈둥빈둥 백수가 되어버린 가장 이준하(정준하)가 등장하고,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이순재네 집에 더부살이로 들어온 신세경과 신신애(서신애) 자매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 두 시트콤에서는 이렇게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끌어안는 가족애 같은 것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집을 잃고 길바닥에 나 앉게 된 안내상네 가족이나 청년 실업으로 오갈 데 없는 백진희를 안아주는 건 그런 가족이 아니다. 그들은 현실상황에 의해 파탄 나버린 채, 너무 착하거나 현실을 너무도 모르는 박하선 혹은 윤계상의 집에서 불안한 더부살이를 해나간다. '거침없이 하이킥'이나 '지붕 뚫고 하이킥'의 인물들이 그래도 여전히 성장을 꿈꾸는(때로는 신데렐라를) 상승하는 캐릭터들이었다면,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인물들은 현실에 짓눌려 한없이 바닥으로 하강하는 캐릭터들이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걸까. 한때는 거침없었고, 한때는 지붕을 뚫던 '하이킥'은 왜 바닥을 뚫기 시작한 걸까. 빚쟁이들에게 몰려 우연히 발견된 지하 땅굴이라는 특이한 공간은 지금의 '하이킥'이 바라보는 지독한 현실을 그대로 상징한다. 기껏 탈출구라고 뚫은 것이 옆집 화장실이었다는 시퀀스 역시 이들의 우습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절망감뿐일까. 바로 그 바닥을 뚫고 들어간 지하 땅굴이 그동안 소통되지 않던 힘겨운 자들을 연결해주는 소통의 장이 되고, 때로는 '실크로드'가 되는 장면은 이 시트콤의 작은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물론 그 짧은 다리의 역습은 현실적이지 않은 판타지가 되거나, 지극히 현실적인 비극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개콘', 깊어진 공감, 신랄해진 풍자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이렇게 후보가 돼서 당선되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그냥 선거 유세 때 평소에 잘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요. 평소 먹지 않았던 국밥을 한 번에 먹으면 되요. 선거 유세 때 공약도 어렵지 않아요. 공약을 얘기할 때는 그 지역에 다리를 놔준다던가, 지하철역을 개통해준다던가, 아 현실이 너무 어렵다고요? 괜찮아요. 말로만 하면 되요. 이래도 당선이 될까 걱정이라면 상대방 진영의 약점만 잡으면 되는데 과연 아내의 이름으로 땅은 투기하지 않았는지 세금은 잘 내고 있는지 이것만 알아내세요. 아 그래도 끝까지 없다면 사돈에 팔촌까지 뒤지세요. 무조건 하나는 걸리게 돼있어요. 이렇게 여러분들 이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진다면 국회의원이 될 수가 있어요. 여러분들 이렇게 쉽게 국회의원이 돼서 서민을 위한 정책 펼치세요."

'개그콘서트'의 풍자가 더 독하고 신랄해졌다. '사마귀유치원'은 그 정점이다. '어린이 여러분'이 아니라 '어른이 여러분'을 상대로 하는 '사마귀유치원'은 대놓고 정치적인 문제들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풍자한다. 그것도 웃으면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 '예쁜 집에 살고 싶다'는 어른이들의 소망에 대해 최효종은 천연덕스럽게 "교대에 가면 된다"며, "초봉이 140만 원"인데 "숨만 쉬고 살면 89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어요. 너무 쉽죠?"하고 말한다. 또 아이를 낳을 경우에는 "1인당 양육비가 2억4천씩 들기 때문에 아이들과 숨만 쉬고 살았을 때는 217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자질문제에서부터 집 마련은 언감생심인 서민들의 현실적인 고충까지 풍자의 대상에는 거침이 없다.

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물론 '개그콘서트'는 현실풍자가 그 바탕에 늘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 강도가 이토록 강해진 건 최근의 일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비상사태를 전제해두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관료주의와 무능력한 위기대처능력을 사정없이 꼬집는다. 당장 테러가 일어날 상황을 긴박하게 브리핑하지만, 거기에 대해 첫 마디는 "안돼-"인 상황. 사건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안되는 이유를 줄줄이 늘어놓음으로써 결국 위기에 대처할 기회조차 잃어버리는 무능력. '비상대책위원회'나 '사마귀유치원'은 보는 내내 깔깔 웃게 만들지만 그 밑에는 그간 답답하고 억눌려왔던 서민들의 감정들이 꿈틀댄다.

이처럼 독한 풍자가 대중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그 풍자가 꼬집는 현실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딱히 비판적인 현실 풍자가 아니라고 해도 '애정남'이나 '생활의 발견', '불편한 진실' 등, 현실을 공감하게 하는 코너들이 많아진 것도 최근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변화다. '애매한 것을 정해준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그 상황에 대한 공감을 동력으로 가져가는 '애정남'이나, 진지한 상황 속에서도 본능적인 욕망을 발견하게 되는 '생활의 발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을 슬쩍 끌어들여 그 심리를 파고드는 '불편한 진실' 등은 모두 '현실 공감'이 그 핵심이다. '그래 그래 나도 저랬어'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

'개그콘서트'는 물론 여전히 '슈퍼스타KBS'나, '감수성', 'N극과 S극'처럼 몸 개그를 기반으로 하는 개그들이 있지만, 최근 그 흐름을 주도하는 건 이 풍자와 현실에 공감하게 되는 말 개그들이다. 이것은 '개그콘서트'가 과거 마빡이나 갈갈이류의 초중등학생들이 좋아했던 몸 개그에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풍자를 이해하는 나이든 세대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은 고무적이다. 일요일 저녁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해피선데이'가 '개그콘서트'에게 왕좌를 내주고 있는 것. 이렇게 된 것은 물론 '개그콘서트'의 깊어진 공감과 신랄해진 풍자 덕분이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어쩌면 그만큼 더 팍팍해진 대중들의 삶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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