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정글2>, 위기에서 발견된 그들의 진가 본문

옛글들/명랑TV

<정글2>, 위기에서 발견된 그들의 진가

D.H.Jung 2012. 6. 20. 08:23
728x90

<정글2>, 출연자의 진가를 찾아주는 예능

 

그 사람의 진가는 위기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정글의 법칙2(이하 정글2)>가 발견한 건 야생의 정글만이 아니다. 그 야생의 환경 속에서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진가다. <정글2>에 출연한 이들은 그들이 이 프로그램에 나오기 전과 후에 확실한 이미지 변화를 갖는다. '이 사람에게 저런 면모가 있었어?' 하고 묻게 되는 예능, 바로 <정글2>다.

 

 

'정글의 법칙2'(사진출처:SBS)

김병만의 야생 적응력이 남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해도 저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높은 야자수를 타고 올라가 야자를 따는 모습은 그렇다 치고, 뭐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뚝딱 뚝딱 만들어내는 야생 맥가이버 같은 면모는 달인과는 또 다른 풍모였다. 특히 <정글1>이 거의 모든 걸 김병만에 의지했던 것과 달리, <정글2>로 넘어와 추성훈 같은 인물이 투입되자 김병만만의 장점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힘이 아니라 요령이 남다른 김병만은 추성훈과 비교해 '도구의 인간(?)'이었다. 물고기를 잡는 것도 처음에는 작살 같이 뾰족하게 만든 나무로 찌르다가 잘 안되자 이른바 퍼 올리는 방법을 찾아냈다. 빗물을 모으기 위해 특별한 기구를 고안해내기도 하고 매번 지형지물을 이용해 집을 짓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글2>가 보여준 김병만의 새로운 진가는 그가 묵묵하게 행동으로 가족(?)을 챙기는 모습이다. 그에게서는 어느새 족장의 풍모가 풍기고 있다.

 

추성훈은 몸이 앞서지만 특유의 매너로 똘똘 뭉쳐 있는 캐릭터다. 뭔가 일이 안될 때 신경질을 내기도 하지만 악의나 뒤끝은 없는 사나이 중의 사나이. 강인해 보이는 단단한 몸 뒤편에 숨겨진 부드러운 면모를 추성훈은 <정글2>를 통해 보여주었다. 의외의 예능감의 소유자로 어색한 한국말은 그를 근육질의 초딩 같은 반전 캐릭터로 만들어주고 있다.

 

리키 김은 <정글2>를 통해 재발견된 캐릭터. <출발 드림팀>을 통해 그 강인한 승부욕은 정평이 나 있었지만,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는 바른 모습과 의외로 넘치는 정은 그의 새롭게 발견된 면모다. 파도에 제작진들이 바다에 빠졌을 때 제일 먼저 바다로 뛰어든 리키 김의 모습은 그가 얼마나 가족에 대한 정서를 갖고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노우진은 <정글>에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달인의 보조 정도로밖에 인식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그의 모습은 이 프로그램이 예능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줄 정도였다. 또 상대방을 위해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은 역시 달인이 있기 위해서는 노우진 같은 인물이 옆에 있어야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기도 했다. 불을 피울 때 김병만과 추성훈이 정작 대결하듯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 나무를 모기를 물려가면서도 놓지 않고 버텼던 것은 바로 그였다.

 

포기의 아이콘이라는 캐릭터를 갖게 된 광희 역시 <정글>로 인해 존재가치를 한껏 높인 인물이다. 그저 개념 없이 웃기려고만 하는 아이돌이라고 여겨졌었지만, <정글>은 그런 막내 같은 광희를 한 차원 성숙되게 만든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사실 모두가 김병만이나 추성훈이 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아마도 광희 같은 어찌 보면 우리를 닮은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가진 야생성은 더 부각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정글2>에 새롭게 투입된 유일한 여성 출연자인 박시은은 의외의 털털한 모습과 때론 누나 같고 때론 엄마 같은 편안함을 보여주었다. 여성으로서 정글이라는 환경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는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게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여성만이 가진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박시은은 여실히 깨닫게 해주었다.

 

위기의 순간에 가봐야 그 사람의 진가가 비로소 보인다고 한다. 정글이라는 야생의 환경은 그래서 그 속에 던져진 인물들을 다시 보게 만든다. 김병만의 성실성이나 추성훈의 매너, 리키 김의 정이나 노우진의 배려심 그리고 황광희의 성장과 박시은의 편안함은 그렇게 발견된 것들이다. <정글2>는 그래서 야생의 적응과정이 주는 재미뿐만 아니라 거기에서 발견되는 인물들의 새로운 면모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