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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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 이 시국에 시민영웅들을 찾아 나선 까닭

D.H.Jung 2016. 12. 2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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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시국, <무한도전> 덕분에 한층 따뜻해진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를 맞아 MBC <무한도전>은 왜 과거 김영희 PD가 만들었던 <칭찬합시다>를 아이템으로 삼았을까. 칭찬 트럭에서 번호를 선택해 그 안에 들어 있는 선물을 전달하는 장면은 아마도 90년대 예능 프로그램을 봤던 중년들에게는 오랜만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을 게다. 하지만 <무한도전><칭찬합시다>를 소환한 뜻은 그저 추억이나 향수 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칭찬합시다의 주인공들이 지금 시국에 남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첫 번째 주인공들은 아마 네티즌들에게는 이미 동영상으로 잘 알려진 부산 곰내터널의 시민영웅들이다. 유치원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나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 사람 한 사람 차에서 내려 모여들고 한 사람이 차분하게 망치로 유리창을 부숴 아이들을 구조해냈던 그 동영상은 인터넷에 올라오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아이를 구해낸 후 그 놀란 가슴을 달래주는 모습까지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이 굳이 이 곰내터널의 시민영웅들을 첫 번째 칭찬합시다주인공으로 삼은 뜻은 아마도 이 동영상을 보며 왠지 모를 뭉클함과 감동을 느꼈던 시청자들의 마음과 동일한 것이었을 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어떤 위기의 상황에 누가 뭐라 하지도 선선히 나서 아이들을 구하는 그 장면이 현 시국과 맞물려 더 깊은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 시민영웅들의 용감한 행동들은 그래서 위기 상황이 올 때마다 결국 그 위험한 곳에 뛰어든 이들이 다름 아닌 시민영웅들이었다는 걸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 주인공은 의외로 한 초등학생이었다. 어느 날 아파트에 붙은 경비원 아저씨들을 감축한다는 벽보를 보고는 그 부당함을 대자보로 붙여 결국 이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잠재운 초등학생. 이 초등학생 역시 지금의 시국과 맞물려 남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내용을 본 네티즌들이 이 아이의 용기 있는 행동에 기꺼이 박수를 친 건 그 아이만도 못한 현 시국의 어른들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 주인공은 어렵게 대리운전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더 어렵게 생활하는 대리운전기사분들 자녀를 위해 계속해서 장학금을 기부해온 한 가장이었다. 꽤 많은 돈을 기부해온 것에 대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더 잘 살 수 있지 않았겠냐고 묻자 이 가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런 욕심을 부리지 않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살 수 있었다는 것. 기부가 누군가를 위한 일이지만 또한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걸 이 가장은 잘 알고 있었다.

 

<무한도전>이 끄집어낸 시민영웅들은 위기 상황에서 아이들을 위해 솔선수범해 위험 속으로 뛰어들고, 구조조정의 위기에 놓인 경비원 아저씨들의 인원 감축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고사리손으로 대자보를 써 붙이고 본인도 넉넉지 않지만 더 힘든 이들을 위해 기부의 손길을 내미는 분들이었다.

 

결국 <무한도전>칭찬합시다를 통해 보여주려는 건 우리 사회가 어떤 분들에 의해 살아갈만한 사회가 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 아니었을까. 누군가는 사익을 위해 권력을 유용하는 이 웃을 일이 없어지게 만드는 분노의 시국에, 이 소소해보여도 위대한 시민 영웅들의 미담들은 너무나 소중한 가치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울한 시국. 그래서 크리스마스지만 여전히 광화문 광장으로 발길이 향하는 지금. <무한도전>칭찬합시다는 그래도 조금은 따뜻한 크리스마를 느끼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