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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효리네'·'한끼', 연예인과 비연예인 콜라보의 새 장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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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네’·‘한끼줍쇼’, JTBC예능이 일반인을 대하는 자세

JTBC <효리네 민박>에 출연한 삼남매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이상하게도 잡아 흔든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 때문에 사실상 엄마 같은 역할을 해온 큰언니 경화와 노래를 만드는 게 꿈이라는 작은 언니 예원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티 없이 자라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말을 거는 모습이 그토록 예쁠 수 없는 막내 하민이.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사실 그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무언가 대단히 특별한 말이나 행동을 보인 건 없다. 특별한 일이라고 해봐야 엄마 생전에 같이 갔던 제주의 해변을 찾아가 그 때를 회고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밝고 바른 말과 행동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이들의 진정성 있는 마음이 묻어난다. 

눈치 빠른 민박집 회장님 이효리는 엄마 없이 자란 하민이가 그토록 밝다는 사실에서 큰언니 경화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공감한다. 그래서 자꾸만 쓰이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노래를 만드는 게 꿈이라는 둘째와 함께 노래를 만들고, 돌아가는 길에 줄 선물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받았던 기타를 준비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누군가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호의를 베풀 때가 있잖아. 그러면 그 사람한테 그걸 갚는 게 아니라 나도 다른 사람한테, 필요한 사람한테 주면...” 

이것은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이 일반인 손님들을 대하는 방식이다. 거기에 출연자라는 의식은 별로 없다. 다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있을 뿐이고, 그 만남 사이에 벌어지는 꽤 담담해도 은근히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 물론 일반인들은 이효리와 아이유, 이상순을 눈앞에서 보는 것에 신기해하지만, 그것은 잠시일 뿐이다. 그 후에는 오히려 이 손님들을 위해 헌신하는 연예인들이 보이고, 그로 인해 일반인들의 매력적인 면면들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전면에 묻어난다. 

<인디애나 존스>의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두 명의 아재 모험가, 마치 친정 부모처럼 갖가지 음식들을 마련해줘 풍족한 효리네 민박을 만들어주었던 멋진 노부부, 동년배로서 아이유와 진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여줬던 유쾌 발랄 소녀들 등등. 삼남매를 비롯한 손님들이 그다지 드러내지 않아도 저마다의 매력이 넘쳐났던 건 바로 그 담담함과 그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가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서 우러나온 것이겠지만.

관찰카메라가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또 하나의 달라진 면모는 연예인과 일반인의 접점을 다룬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연예인의 일상이 궁금하면서도 동시에 자신과 똑같은 비연예인이 그 세계 속에 들어가 있는 어떤 동질감을 경험하고 싶어한다. <효리네 민박>처럼 아예 이효리와 이상순 그리고 아이유를 민박집 운영자로 세워두고 일반인 손님들이 들어오는 구조는 그래서 이러한 트렌드의 정답 같은 느낌이다. 

중요한 건 여기서 프로그램이 일반인을 대하는 자세다. 연예인과 비연예인의 경계를 나누기보다는 그저 똑같은 사람으로서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 수평적 관점이 중요해졌다는 것. 최근 JTBC에서 주목받는 또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도 그런 점에서 보면 <효리네 민박>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효리네 민박>이 연예인의 집으로 일반인을 초대한다면, <한끼줍쇼>는 일반인의 집으로 연예인이 들어가는 것이 다를 뿐.

여기서도 역시 중요한 건 이경규와 강호동이 그들에게 문을 열어준 일반인 분들을 대하는 태도다. 거기서 이들 MC들은 자신들이 주인공이 아니고 단지 그 곳에 사는 분들의 삶을 소개해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이경규와 강호동이 얼마나 재밌었는가보다는 그 날 소개됐던 집에 사는 분들의 따뜻함 같은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 

<효리네 민박>과 <한끼줍쇼>. 이 JTBC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래서 지금 트렌드가 되고 있는 일반인과 연예인의 콜라보에 있어서 정석을 보여준다. 일반인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줌으로써 오히려 더 빛나는 연예인의 모습들. 한국형으로 진화한 리얼리티쇼의 독특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